2장. 문해력과 공부의 상관관계
‘공부를 못 해서 운동한다’는 말은 옛말이라 생각한다. 운동에서도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이미 정점을 찍은 사람이라면 공부를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설프게 공부하는 사람보다 좋은 체력을 바탕으로 끈기 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운동도 공부와 마찬가지로 단계를 밟아가며 올라가기 때문이다. 단계를 밟아가며 최고 자리에 오른 자는 이미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자신감부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능력을 갖추었기에 공부라는 분야에 들어와서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문해력과 공부의 관계를 살펴보기 이전에 우선 운동을 잘할 수 있게 되는 원리부터 살펴볼 것이다. 운동에서도 가장 힘들다고 알려진 트라이슬론(triathlon: 철인3종경기)를 예를 들어보자. 올림픽 표준 코스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이다. 그런데 극한에 도전하는 아이언맨 코스의 경우에는 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이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리다. 그런데 어떻게 이러한 운동하는 사람들은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봤던 글이 생각난다. 50대 후반인 정형외과 의사가 42.195km 마라톤 완주만 90회 이상. 100km 거리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만 60회 이상 완주했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철인3종경기 아이언맨 코스는 4번이나 달렸다. 지금은 몇 년이 지났으니 아마도 더 횟수는 늘어났을 것이다.
이렇게 극한을 경험하면서 이겨내는 운동을 50대 후반이 해낸다니 믿을 수 없었다. 비결이 궁금했다.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이 있을까? 그런데 특별한 비결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가 말하는 비결은 기초체력이었다. 어린 시절 저질 체력에 평발이라 항상 열외만 하던 그가 해낼 수 있었던 비결은 체력 훈련 덕분이었다고 했다.
그도 등산하다가 우연히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시니어들이 체력이 좋은 모습을 발견하고 비결을 물었다고 한다. 다름 아닌 시니어들의 운동 비결은 꾸준하게 뛰는 것이라 했다. 뛰는 운동은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모두 포함한 운동으로 기초 체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 폐활량과 근력을 모두 기를 수 있는 운동이라는 말이다. 이 두 요소는 운동에서는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다.
이제는 공부로 돌아와서 운동에서의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부분을 짚어보자. 공부에서의 기초체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물론 건강한 신체도 포함되겠지만, 공부는 우리의 두뇌와 관련이 있으니 뇌와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좋겠다. 아쉽게도 뇌에는 근육이 없지만, 뇌에도 근육이 있다고 가정하고 근육을 기르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말이다.
근육이 커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평소 근육에 부과되는 자극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자극이 가해질 때 근원섬유는 그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상처가 생긴다. 근육이 반복해서 상처가 생기면 근육이 파괴되어 근육의 선명도가 올라가고 질겨진다. 나아가 근육이 견딜 수 없는 무게로 인한 파괴가 이루어지면 근육의 부피가 커진다. 즉, 더 무거운 무게와 더 큰 자극에 적응하기 위해 파열된 근육을 재생시키며 근육이 성장한다는 말이다.
근육은 전에 이전에 경험한 부하를 기억하고 그 강도 이상을 견딜 수 있도록 더 강하고 크게 보강하게 되므로 근육이 성장한다. 근원섬유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근육이 전보다 크고 단단하게 자란다. 이것이 바로 동화 작용이다. 그런데 이 동화는 우리 뇌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심리학자 장 피아제가 말한 인지발달이론이 이를 증명한다.
장 피아제는 인간은 도식-동화-조절-평형의 과정을 통해 인지발달을 한다고 했다. 도식(schema)은 자신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지식의 틀로 기존 경험과 지식을 활용한다. 동화(assimilation)는 기존 지식에 새로운 지식을 넣어서 일반화하는 것을 말한다. 조절(accommodation)은 새로운 정보를 알맞게 수정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평형(equilibration)은 기존의 도식을 깨고 조절 과정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을 틀로 맞추는 과정이다.
인지 능력은 뇌의 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뇌 근육이 성장하려면 인지발달 과정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기존 지식만 있고, 새로운 지식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과연 뇌는 발달할까? 그렇지 않다. 운동할 때 근육을 기르기 위해 매일 뛰는 것처럼, 공부할 때는 가상이지만 뇌에 근육이 붙을 수 있게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매일 주입해야 한다. 그때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독서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새로운 지식을 자신의 기존 지식의 틀에 넣어보고, 일치하면 넘어가고 불일치하면 수정 작업을 통해 자신의 지식의 틀을 바꾸어가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식의 틀이 확장되고, 다음에 지식을 받아들일 때는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근육이 충분히 있으면 운동할 때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근육 형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충분한 단백질 섭취다. 단백질은 근육 회복을 돕는 아미노산을 인체에 공급할 뿐만 아니라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이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근육은 단백질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합성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단백질뿐만 아니라 다른 에너지원도 충분히 공급되어야 근육이 유지될 수 있다. 신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몸속에 있는 탄수화물을 처음으로 사용하고, 탄수화물이 소진되면 지방을 사용하고, 지방이 소진되면 근육을 파괴하여 에너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뇌 근육 형성을 위해 꼭 필요한 건 다양한 분야의 독서다. 다양한 주제를 통한 독서를 통해 어휘력, 이해력, 문해력, 사고력 등 뇌 발달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영어 공부를 시작해서 4년 만에 수능 만점을 받은 공부법을 소개한 《영어 공부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학습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수능 영어는 이해력과 사고력을 요구하는데, 단순히 영어 공부만 한 게 아니라 독서를 기반으로 진행한 성공적인 학습법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독서는 기억력에도 도움을 주기에 꼭 필요하다. EBS 프로그램 <당신의 문해력>에서 독서는 뇌의 전전두엽을 활성화하여 글을 읽고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능력을 길러준다고 했다. 공부에 있어서 이해와 암기는 필수요소인데 독서는 이 두 요소를 모두 해결할 수 있으니 공부의 기초체력 훈련으로 제격이 아닐 수 없다.
근육의 부피를 늘리는 근원섬유의 분열 현상은 1년 이상 꾸준히 운동해야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니 뇌 근육을 늘리기 위한 독서도 마찬가지로 꾸준하게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아이의 수준에 맞는 독서를 통해 다양한 공부 능력을 기르면서 공부의 기초 체력을 꼭 길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준비가 안된상태에서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비고츠키는 근접발달영역 이론을 통해 학습할 때 적절한 수준의 지식을 제시할 것을 강조했다. 근육을 차근차근 키워나가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뇌 근육도 단계를 밟아서 키워야 한다. 무리하게 운동하면 오히려 근육이 찢어져서 되돌릴 수 없는 상처가 남아 부상으로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너무 어려운 수준의 지식을 습득하려고 하면 소화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너무 늦었다고 서두르지 말고 지금 아이의 수준에 맞는 독서부터 시작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