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청소년기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문학을 읽자

4장. 올바른 독서 습관 만들기

by 신영환

미운 4살, 중2병 이런 단어는 그냥 생겨난 게 아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자 뇌과학적으로는 뇌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가지치기가 활발히 일어나는 시기다. 아이가 평생 할 효도를 3살까지 한다는 말이 있는 이유는 미운 4살이 되면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일명 ‘싫어병’이 생겨서 뭐든 다 싫다고 말하며 삐딱해진다. 중2병도 마찬가지다. 신기하게 그 시기만 오면 평소 부모와 대화 잘하던 아이들도 방에 문 닫고 들어가 나오질 않거나 불안한 감정을 내쏟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뇌과학적으로 뇌 기능에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제거되는 가지치기 시기가 있다. 시냅스 가지치기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연결을 제거하고 더 유용하고 활동적인 연결을 위한 뇌 용량 확보를 하는 것이다. 일종의 뇌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존에 연결된 수가 줄어들고 남아 있는 뇌 연결이 더 강해진다는 말이다. 최초의 가지치기는 만 2세 때다. 그리고 청소년기에는 전두엽 피질의 연결이 급속도로 증가하는데 만 11~12세 때 활발하다. 다시 말하면, 정보를 선택하고, 버리고, 자기 조절 능력을 기르는 시기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조절 능력이 불완전하여 충동이 앞서는 시기다.


많은 전문가가 4세~7세 어린 시절에 감정의 안정화를 위한 비인지 활동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 2세 이후에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청소년기에도 마찬가지다. 이성적 사고가 더욱 단단해지는 시기이면서도 여전히 감정은 불안정한 시기이기에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학작품을 읽는 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될 수 있다. 이성과 감성을 모두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로서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 등 다양한 장르가 있다. 그중 소설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작품 속 세상과 현실을 연결하고, 시대적 배경을 살피며 언어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시대로 가서 여행하며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은 쓰지 않는 어휘도 배울 수 있고, 다른 지역의 문화를 알 수 있고, 과거의 사건을 생생하게 그려볼 수도 있다. 비록 상상 속이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등장인물의 감정에 이입해 보거나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파악하거나 이야기 전개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기에는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라서 더욱 감수성이 예민하고, 혼란의 시기를 보내기에 소설을 읽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등장인물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자기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끼며 실제 삶에서도 어떻게 선택하며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물론 감정 이입을 통해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소설은 기승전결(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순서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며 논리적 사고력 또한 기를 수 있다. 분명히 소설에서는 복선을 통해 다음 이야기를 미리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유로운 형식을 가진 문학작품이라고 할지라도 이야기 전개에는 순서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이를 통해 전체 맥락을 살피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그리고 항상 이야기에는 교훈이 담겨 있다. 작가가 남긴 메시지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중간 내용 중에는 숨겨진 의미의 어휘나 문장도 있어서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를 둔다. 즉 다양한 관점으로 사건이나 대화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결말에는 권선징악과 같은 교훈을 던지거나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열린 결말의 경우 또한 다양한 관점으로 독자마다 다른 결과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청소년기에 문학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문학은 청소년들이 살아가야 할 삶을 위한 전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직 삶의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다른 사람의 삶을 살피며 앞으로 자신의 일상에 어떻게 적용해볼지 고민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동일시하고 싶은 인물을 찾을 수도 있다. 소설을 읽으며 미래의 자화상을 그릴 수 있다. 자신과 끝없는 대화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어린 시절 독서량이 부족했던 우등생들도 중학교 때 문학작품을 읽으며 감성을 키울 수 있었고, 동시에 독서 능력도 증대시킨 사례가 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그다지 독서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우연한 계기로 한국 현대 소설의 매력에 빠진 한 학생이 있었다. 그는 이상하게도 현대 소설을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삶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고 했다. 마치 괜찮은 영화를 여러 번 봐도 재미있는 것처럼, 책을 여러 번 읽어도 질리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에 읽을 때는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다르게 느끼는 바가 있어서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번 같은 작품을 읽었다고 했다.


비록 비문학은 많이 읽지 않았지만, 문학작품을 수백 권 읽었기에 독서 임계량을 넘어서게 되었다. 덕분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배우는 문학작품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정도였다. 대신 처음에 비문학 지문을 공부할 때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문학작품 공부할 시간이 따로 필요가 없어서 시간 투자를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비문학을 공부하는 건 문학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공부였다. 하지만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이 문학작품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을 탐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그 이유는 소설을 읽으며 누가 등장하고, 어떤 사건이 있고, 앞뒤 연결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항상 고민하기 때문이었다. 비문학 작품도 등장하는 새로운 개념이 있고, 개념 사이에도 관계가 있고, 인과 관계 등 내용 안에서도 분명히 연결고리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학작품 사건 전개도를 그리는 것이나 비문학 작품의 구조도를 그리는 것이나 비슷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되고 수험생이 되면 정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그런데 그 스트레스로 인해 공부 감정이 무너져서 공부를 손에서 내려놓고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성적 사고를 통해 철저하게 이해하고 암기하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감정 조절을 잘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청소년기에 읽는 문학작품은 감정을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면서 풀어낼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문학작품은 청소년들에게 치유의 약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소설을 읽는 것도 좋아했지만, 특히 ‘시’를 읽거나 쓰는 걸 좋아했다. 그 이유는 삶에 관한 사색을 해볼 수 있어서였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게 궁금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비평준화 지역의 명문고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도태되어 괴로울 때도 내가 찾았던 건 다름 아닌 문학작품이었다. 시를 쓰며 내 감정을 풀어냈고, 소설을 읽으며 시험이 없는 다른 세상을 꿈꿨다.


물론 그런 시간은 조금만 갖고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 좋은 입시 결과가 나왔겠지만 그렇지는 못했다. 그래도 중요한 시험이 끝난 후에 세상을 등지고 떠난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었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할 수도 있었다. 비록 윤동주 시인은 일제강점기 현실에서 시를 썼지만, 그의 서시(序詩)는 나를 이 세상에서 다시 살아가게 힘을 준 시였다. 누군가도 이 시를 읽으며 다시 살아갈 힘 혹은 독서를 열심히 할 마음을 가져보길 바란다.




서시(序詩)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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