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구보다 자신을 믿는 감정(1)
3. 공부 포기를 모르는 우등생들의 ‘공부 감정’ 10가지
#1. 자존감
* 개념 알기
‘믿음’이란 말은 철학에서는 사실적으로 확실한 경험적 증거의 유무와 상관없이 믿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에서는 히브리어 ‘에문’이라는 단어로 ‘확고함, 불변, 신뢰, 성실성’ 등의 개념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즉, 자신을 믿는 감정은 단단한 자기 자신을 믿고 따르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리는 보통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존감’이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간혹 사람들은 자존감과 자존심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실제 우등생인 경우와 아닌 경우를 비교해보면 이 두 단어의 차이로 구분된다. 우등생은 자존감이 높고, 우등생이 아닌 아이는 자존심이 세기 때문이다. 글자도 비슷하고, 뜻도 비슷해 보이는데 어떤 차이가 나는 것일까?
자존심은 ‘pride’다. 이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a feeling that you respect yourself and deserve to be respected by other people, self-respect” 해석해 보면, 스스로 자신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감정이다. 반면에 자존감은 ‘self-esteem’이다. 영영사전에서는 “a feeling of having respect for yourself and your abilities”라고 정의한다. 자기 자신과 자기 능력에 대해 존중하는 감정이라는 의미다.
영어로 봐도 거의 비슷해 보이는데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자세히 눈 씻고 찾아보면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자존심은 자기를 ‘스스로’ 존중하면 동시에 ‘다른 사람에 의해’ 존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포함된 것이다. 오히려 이 부분이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자존심이 센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많이 의식하기 때문이다. “괜한 자존심 부린다.”는 말도 결국 사람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니까 말이다.
알고 보면 자존심이 센 사람은 허영심을 갖기 쉬운 동시에 자존심이 금방 약해질 수 있다. 자기가 잘난 줄 알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지 못한다. 그런데 만일 자기 능력이 탄로가 나면 쉽게 당혹스러워하거나 부끄러운 감정을 느낀다. 강했던 자존심이 무너지면서 심한 자기 비하나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마치 삶을 포기할 것만 같은 태도를 보인다. 자존심이 세서 공부를 잘했던 아이들도 상급 학교에 진학해서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게 다 이런 이유에서다.
우등생들은 다행히도 이런 자존심이 센 게 아니라 자존감 높다. 자존감은 자아존중감의 준말로 미국의 의사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가 1890년대에 처음 사용한 용어다. 자아존중감을 그대로 해석하면, 진심으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감정이다.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성과를 이뤄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자존감을 나타내는 말 중에 가장 명확했던 표현은 다음과 같다.
“자존감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긍정의 마음이다.”
자존심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자존감은 모든 것이 자기 안에서 일어난다.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잘난 점이든 못난 점이든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이다. 외모가 별로여도, 학업 능력이 부족해도 뭐든 상관없다. 이미 어떠한 누구라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적이 조금 안 나와도 괜찮다.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의 특징 알기
우리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아이들에게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계속 긍정적인 측면만 강조한다. 아무리 칭찬도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하지만, 모든 것은 과유불급이다.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경험을 하지 못하면, 자존감이 높은 게 아니라 자존심만 센 아이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부모로서 아이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알아주는 것이 좋다.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받지 못하면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며 괜찮은 척, 밝은 척, 긍정적인 척하는 거짓 감정을 계속 기르게 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5개의 캐릭터처럼 우리 인간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외에도 충분히 다른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가 인식할 수 있게 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아이들은 행여나 자신이 부모에게 나쁜 아이로 비추어질까 염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부모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자기가 좋지 않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인식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따라서 아이의 다양한 감정을 모두 받아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아이들이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좋게 여기는 마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 자존감을 기르기 위한 첫 단추를 꿰는 일이다.
내가 만나온 우등생들은 모두 자존감이 높았다. 자존감의 시작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된 것 같았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부모와 편하게 대화하는 사이고, 부모가 아이를 절대적으로 믿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상담할 때 부모는 아이의 의견을 매우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부모의 존중하는 태도가 곧 아이의 자존감의 시작인 것이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특성을 보인다.
첫째, 자신에게 주어진 지금, 현재에 집중한다.
그들은 절대 과거에 연연하거나 하지 않는다. 또한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는다.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지향하지만, 무엇보다 주어진 ‘현재(present)’라는 선물에 감사한 마음이다.
둘째, 자기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원칙이나 가치관에 휘둘리지 않고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태도를 보인다. 아무리 반대 의견이 있어도 신념에 따라 생각하고 움직인다. 물론 다양한 상황이나 경험에 따라 자신의 신념을 바꾸기도 하지만, 확신이 있을 때 그렇게 한다.
셋째,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고 후회하지 않는다.
최고의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최선이 무엇인지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더라도 실망하지 않는다. 행여나 잘못된 판단을 했더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해 책임감이 있어서 선택에 관해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자신이 잘하는 것도 있지만, 못 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필요에 따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인다. 자존심이 센 사람은 자기가 잘난 맛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쓸데없는 자존심 따위는 기르지 않는다.
다섯째, 나와 다른 사람을 동등한 존재라 생각한다.
자신이 우월하거나 타인이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른 개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오히려 타인의 우수한 능력을 보고 배우려는 자세를 보인다.
여섯째, 이타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회 규칙을 잘 지키고,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피해를 줄 정도로 자신의 권리나 이익을 주장하지 않는다. 자존감이 높으면 피해의식이 있거나 자격지심과 같은 얄팍한 감정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살필 만큼의 여유를 보인다.
자존감이 높은 우등생들은 여섯 가지 특성을 보인 반면에 자존감이 낮고 자존심만 센 아이들은 우선 현재보다 과거의 빛나던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자기 수준보다 훨씬 높은 목표를 지향한다. 둘째, 요새 말로 내로남불처럼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생각하는 편향적인 성향을 보인다. 셋째, 다른 사람들의 평판에 매우 민감하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거짓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넷째, 자존심이 강해서 도움이 필요해도 요청하지 못한다. 다섯째, 혹은 자신이 항상 우월한 존재라고 믿는다. 여섯째, 타인의 이익보다 자기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이루려고 한다.
자존감이 높지 않은데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은 껍데기만 우등생이다. 왜냐하면 인성적으로 부족하거나 사회에 공헌하려는 자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부자는 돈도 많고, 성품이 뛰어나고,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우등생도 마찬가지다. 공부도 잘하고, 인성이 좋고, 타인에게 배려하며 봉사심을 보이는 사람이 진정한 우등생이다. 참고로 자존감이 높은 우등생들은 이런 모습을 보인다.
* 우리 아이 자존감 기르는 방법
우리 아이 자존감을 기르는 방법은 사실 아래 여섯 가지 특성을 어떻게 기르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으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교육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제시하는 방법은 좋은 예시가 될 수는 있으나 아이마다 특성이 다르니 아이 상황에 맞게 부모로서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첫째, 자신에게 주어진 지금, 현재에 집중한다.
둘째, 자기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다.
셋째,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고 후회하지 않는다.
넷째,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다섯째, 나와 다른 사람을 동등한 존재라 생각한다.
여섯째, 이타적인 모습을 보인다.
아이의 자존감은 무엇보다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부모가 아이를 믿어주는 만큼 아이의 자존감의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부모의 든든한 지원 속에 자란 아이들은 더욱 자신감 있게 행동한다. 물론 자만심이 아닌 자신감이어야 한다. 무조건 오냐오냐 말을 다 들어주며 키우라는 말이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되 올바르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은 아이는 거울 속에 비친 부모의 모습이다. 우선 부부가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동등한 관계에서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지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간혹 부부간에 막말하거나 욕설을 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 아이들도 똑같이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혹은 자기가 닮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이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존감이 함께 하락할 수 있다.
둘째, 가족 안에서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존중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윗사람, 아랫사람 혹은 성별 구분 없이 모두가 똑같이 동등한 존재라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앞에서는 냉수도 못 먹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부모로서 더 윗사람에게 하는 행동 혹은 아랫사람에게 하는 행동 모두 아이가 그대로 보고 배울 수 있다. 특히 요새는 남녀가 동등한 시대인데 ‘남자가 어쩌구 저쩌구’, ‘여자가 어쩌구 저쩌구’하는 식의 말은 더욱 피해야 할 것이다.
셋째,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우리 가족만 중요한 게 아니라 남들도 소중한 존재임을 알도록 해야만 한다. 사소하지만 사회에서 우리는 위해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낮게 보고 막대하며 갑질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행동을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부모를 그대로 따라 할 수밖에 없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했다. 누구든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이 타인도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해줘야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타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존중받으려면 남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세 가지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면, 딱 두 가지 더 보태고 싶다. 첫째는 부모가 다 해 주려고 하기보다는 아이가 직접 해볼 수 있게 하고, 잘 못 하더라도 기다려주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실패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줘야 한다. 실제 세상에는 ‘성공’과 ‘과정’ 2개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정이 끝나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존감은 단단하게 자라고 있을 것이다.
둘째는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도록 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가드너 교수가 말한 다중지능이론처럼 언어, 수리, 공간, 신체, 음악, 대인관계, 자기 이해, 자연 탐구 등 사람마다 적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을 자꾸 극복시키려 하기보다는 장점을 더 잘 살려서 아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도록 돕는 일이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단점을 보완하는 과정에서도 자존감을 자란다. 하지만 중점을 어디에 더 둘지 선택해야 한다면, 장점에 집중하라고 하고 싶다.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하자면, 사람 관계를 통한 나와 타인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기 자신이 하는 일이 괜찮은 일 혹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믿음을 갖도록 하라는 말이다. 그러면 자존감은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