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떻게(how) 루틴을 만들 것인가? (루틴 형성 방법)
어린아이들이 점토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온전한 형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목이 긴 기린을 만든다고 해보자. 어디서 본 적이 있어서 몸통부터 만들고 나서 머리, 목, 다리, 꼬리 등 나머지를 붙여 나간다. 막상 점토로 만든 기린을 세워두려고 하니 흐물거려서 잘 세워지지 않는다. 표면도 울퉁불퉁하고 바르게 펴려니 자꾸 형태가 바뀐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습관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준비 없이 만들려고 하면 그게 잘 안된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루틴에 다른 루틴을 하나씩 붙여 나가면 생각보다 효과가 있다. 뼈대 없이 만든 점토는 올바르게 모양을 만들기가 어렵지만, 뼈대를 먼저 세우고 그 위에 살을 붙여가며 만든 점토는 튼튼하고, 모양도 더 잘 만들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뇌는 지극히 에너지 효율을 따지기 때문에 습관을 형성할 때도 에너지를 아끼려고 한다. 왜냐면 뇌는 언제나 효율적인 움직임을 만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리사 펠트먼 배럿 박사가 쓴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에서는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함으로써 가치 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해내도록 신체를 제어하는 것’이라 했다.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행동을 할 때는 뇌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기에 배척하려 든다. 반면에 기존에 하던 행동은 이미 익숙해져서 힘을 들이지 않아도 자동으로 행동이 나오게 할 수 있기에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익숙한 행동을 더 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보면, 너무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습관에 무언가를 더할 때 조금씩 습관을 늘려나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같은 행동의 양을 늘리거나 기존의 행동과 연결되거나 크게 새롭지 않은 행동을 덧붙이는 것이다.
우선 같은 행동의 양을 늘리는 건 시간이나 횟수를 늘리는 방법이다. 공부를 전혀 안 하던 사람이 책상에 10분 앉는 습관을 들였다고 가정해보자. 처음에는 10분이었지만, 같은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10분을 20분으로, 20분을 30분으로, 30분을 1시간으로 점점 늘려가는 것이다. 혹은 처음엔 수학 문제를 1 문제만 풀었다면, 그 행동을 반복하면서 문제 수를 점점 늘려 가보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기존에 하던 행동과 연계되도록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자에 엉덩이를 대고 앉고, 책상 위에 책을 펴는 행동을 먼저 습관으로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행동에 익숙해지면 그다음에는 책을 읽으려고 해 보는 것이다. 다시 책을 눈으로 읽으며 이해하는 행동이 익숙해지면, 읽었던 책 내용을 펜을 들어 노트에 정리해보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냥 책 내용을 그대로 베끼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말로 바꿔서 내용을 정리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글로 상황을 가정해보니 어떤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가? 별것이 아닌 것 같지만, 앞에서 말한 습관을 늘려나가는 방법 두 가지는 실제 공부 습관을 들이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실천하는 공부 습관을 늘려나가는 과정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렇게 공부 습관을 늘려나가는 건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공부하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많이 쓰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의자에 앉고, 펜을 들고, 쓰고 하는 행동은 간단하지만, 글을 읽고 이해하고 생각하는 과정은 깊은 사고의 과정 즉 에너지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 뇌의 무게는 체중의 2%밖에 안 되지만, 에너지 소모는 전체의 25%나 차지한다고 하니 과부하가 걸리지 않으려고 더욱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순간 짧은 기억은 무한대이지만, 장기기억으로 남는 건 얼마 안 되는 이유도 모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다.
다행인 건 일정 기간 반복을 통해 형성된 습관은 관성처럼 유지하고자 하는 성질도 생긴다. 그래서 평소 우리가 살아가는 기존 루틴에 살을 붙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면, 밥은 우리가 하루 세끼 꼭 먹어야만 하는 루틴이다. 그 루틴에 가볍게 다른 루틴을 더해보는 것이다. 나의 경우엔 식사 후에 산책하는 것이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매일 점심을 먹고 나면 바로 산책에 나선다. 날씨가 좋든, 안 좋든지 혹은 날이 덥든, 춥든 상관없이 점심을 먹으면 바로 밖으로 나간다.
마치 기존 루틴은 타이머와 같은 역할을 한다. 시간이 되면 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뇌를 속이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오랜 시간 습관으로 굳혀진 행동에 작은 습관을 하나 더함으로써 티가 나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을 듣는 수강생이 만일 10명인데 1명을 추가할 때와 100명인데 1명을 추가할 때를 비교해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티가 확 날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10배나 티가 안 날 것이다.
이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는 건, 뇌가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하면 성공적으로 습관을 늘려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채소를 먹게 하려면 좋아하는 음식에 채소를 조금 추가하면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쓴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도록 만들기 위해 처음에는 시럽을 많이 넣었다가 점점 줄여가며 쓴 커피를 마시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
후자 연구 사례는 사실 나에게도 일어난 일이었다. 맛도 쓰고 카페인 성분 때문인지 커피를 마시고 나면 심장이 두근거렸던 나도 점차 커피를 잘 마시게 되었다. 처음에는 캐러멜 마키아토나 바닐라 라테처럼 우유도 섞고, 달달한 시럽도 섞인 커피부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점점 시럽 양도 줄였고, 우유가 들어간 라테에서 아메리카노로 넘어오게 되었다. 지금은 오히려 시럽이 들어간 커피는 너무 달아서 싫고, 커피 고유의 향이 느껴지는 깔끔한 아메리카노가 좋다.
어떻게 보면 이는 놀란 가슴을 천천히 진정시키는 ‘체계적 둔감화’라는 기법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혹은 천천히 세뇌의 과정을 통해 습관을 하나씩 늘려가는 방법과도 같다. 중요한 건 서두르지 않아야 하고, 원래 가지고 있던 루틴이나 습관에 티가 안 나게 덧붙이기를 하는 것이다. 모래 위에 성을 지으면 금방 무너지지만, 단단한 콘크리트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성을 지어 나간다면 튼튼한 성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단단한 습관에 다른 습관이라는 살을 조금씩 붙여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