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습관 형성에도 성숙의 시간이 필요하다

2. 어떻게(how) 루틴을 만들 것인가? (루틴 형성 방법)

by 신영환

습관이나 루틴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뇌에 주입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다. 마치 로봇에 칩을 심어서 작동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쉽게도 인간이 하는 일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아웃풋을 만들어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언제나 인고(忍苦)의 시간이 있어야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간을 가져야 숙성되어 풍미를 내는 와인이 되는 것처럼, 좋은 습관도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한다. 연구마다 말하는 기간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현대에서는 뇌과학과 연결 지어 이를 설명하는데, 들어보면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다. 자세한 건 잠시 후에 다뤄보도록 하겠다.


우선 미국의 의사 맥스웰 몰츠는 우리의 뇌가 새로운 행동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 21일 정도라고 했다. 손이나 발이 절단된 환자가 신체 일부를 잃었다는 사실에 익숙해지는 데 21일 정도라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추론해 보건대 최소한 21일 동안 계속해야 습관이 형성된다.


런던 대학의 제인 워들 교수는 한 실험을 통해 습관을 완전히 익히는 데는 약 66일이 걸린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사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최소 18일부터 최대 254일까지 큰 편차를 보였지만, 평균적으로 약 66일이 지나면 생각이나 의지 없지 자동적으로 행동하는 게 가능했다.


정리해보자면 21일은 습관을 뇌에 각인시키는 최소한의 시간이고, 각인시킨 습관을 66일의 시간 동안 지속해야 그 뒤로는 자동적으로 습관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습관 형성 기간과 관련하여 정말 자주 접할 수 있는 연구 결과다. 그런데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더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오래전 나사(NASA)에서는 무중력 상태에서 인간의 공간 및 방향 감각에 대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실험자들은 특수 안경을 착용하였는데, 이 안경은 세상에 보이는 모든 모습이 180도 뒤집어져 보이는 안경이었다. 하루 종일 이 안경을 쓰고 생활을 해야 하니 처음에 실험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혈압도 불안정해지고 다양한 부작용 증세가 나타났다.


그래도 실험은 지속되었고, 27일째 되는 날 한 실험자에게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거의 눈에 180도 뒤집혀 보이던 세상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다른 장치를 추가하거나 안경을 바꾸거나 하지 않았지만 그 실험자의 눈이 세상을 다시 뒤집어 놓은 것이다. 며칠 후에는 실험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사실 세상을 180도 거꾸로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다. 놀이기구를 타고 조금만 어지러워도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노릇이지 않은가. 이렇게 쉽게 적응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27일에서 30일 동안 지속적으로 같은 환경에 노출되자, 뇌가 시냅스 연결망을 새롭게 바꾼 것이다. 원래 가지고 있던 시각 및 공간 지각 인식 체계를 180도 바꿔서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신체의 일부 기능도 이렇게 지속적으로 같은 환경에 놓이자 ‘적응’을 한다. 따라서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만들려는 루틴이나 습관도 충분히 시간을 들이면 형성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꾸준한 반복’이다. 뇌과학적으로 반복한다는 것은 특정 자극을 뇌세포에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뇌세포가 어떤 자극받으면 뇌에서는 ‘단기 기억’이 형성되고, 만일 이 자극이 반복되면 될수록 뇌세포의 DNA가 자극되어 시냅스 연결이 더욱 긴밀해지면서 ‘장기 기억’으로 바뀐다. 비유를 해보자면, 처음에는 1,2차선 도로가 계속 확장되어 나중에는 8차선 도로로 변하게 된다. 처음에는 차들이 속도를 낼 수 없더라도 8차선에서는 빠르게 쌩쌩 달릴 수 있게 된다.

습관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습관 형성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반복될수록 행동은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더욱 쉽고 효율적으로 그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게 곧 습관이고 루틴이 아닌가.


《게으른 십대를 위한 작은 습관의 힘》을 쓴 장근영 작가는 습관 형성 원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행동-보상-신호-갈망-행동 반복’의 순으로 자동화가 이뤄진다고 했다. 우선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우리는 거기에서 보상이라는 감정을 얻게 된다. 물론 이때는 좋은 보상이었을 때이다. 그러면 우리의 뇌는 이를 보상을 받는 신호로 인식하고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신도 모르게 갈망이 생기니 처음에 했던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가 만들고 싶은 좋은 행동은 의지를 가지지 않으면 하기 힘들다. 뇌에서 쾌락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 행동은 주로 우리 몸에 좋지 못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달콤한 초콜릿 먹기, 자극적인 영상 시청 등 우리가 유혹에 쉽게 빠지는 행동이다. 그래서 이런 안 좋은 행동이 습관이 되는 건 금방이다.


반면 책 읽기라던가 공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특히 보상과 신호 체계에서 다른 유혹에 밀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한 뇌는 효율성을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쁜 습관을 없애고, 좋은 습관을 만들려고 해도 쉽지 않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다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같은 환경에 계속 노출시키거나 같은 행동을 꾸준히 반복한다면 새로운 습관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니 공부하는 게 힘들고 어렵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를 잘하게 되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방법을 모르거나 습관 형성이 안 되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차근차근히 습관 형성 방법에 대해서 알아가며 공부 습관을 기르기를 바란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 조금이라도 공부를 한 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뇌에서는 좋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 남은 내용도 계속 읽고, 습관 형성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분명 좋은 공부 습관을 형성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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