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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이걸 Jun 23. 2016

택배와 경비실

- 국회 법안으로 관련규정을 만들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사안

사실 이 파트가 택배에 관한 이야기 중 가장 할 말도 많고 꼭 하고싶은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시간날 때 취재를 해주든 안해주든 그것이 알고싶다에 제보할 계획이 있는 내용이다. <택배 경비실>이라는 키워드로 포털에서 뉴스 카테고리 검색을 해보시라. 살인, 폭력이 등장한다. ㄷ ㄷ . 그러니 법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거다. 심각한 사회문제다.



택배가 활성화된지가 10여년 된 것 같다. 그 전엔 택배라기보다는 화물운송의 개념이 강했다.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면서 택배도 덩달아 늘어났는데 문제는 택배와 관련한 다른 문제들에 대한 대안은 같이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택이나 상가는 문제가 거의 되지 않는다.


주로 공동주택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파트나 원룸, 다세대주택 말이다.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은 통상 관리인이 없으니 큰 문제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문제가 생겨도 택배기사와 수취인 간에 직접 대화로 해결하면 되기 때문인데 역시 문제는 아파트다.


대형 공동주택 아파트는 필연적으로 경비원이라는 대리관리인을 두게 되는데 최근에 짓는 고급아파트들을 제외하면(이런 곳은 무인택배함이 설치되어있거나 캡스나 KT텔레캅에서 젊은 직원들이 상주해 있는다. 젊은 사람들이라 택배 수령에 큰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대부분 고령의 어르신들이 경비원을 하게 마련이다.


문제를 3단논법으로 요약해보자


1.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살아온 세계는 온라인쇼핑, 택배가 생소하다. 고로 거부감을 갖는다.


2. 아파트의 관리인 규정이 다 예전 규약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택배가 요즘 세상에 뗄래야 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것임에도 택배대리수령에 대한 규정이 없다


3. 경비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수당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택배때문에 업무가 늘어나니 스트레스를 받는다.


경비어르신들 입장을 백분 이해한다. 보통 택배사가 10여개 남짓이다. 일단 본인 일하면서 택배기사들한테만 최소 10번 문을 열어줘야 한다.


경비실별로 택배기사가 맡기는 택배가 일일 평균 50-100개인데 추후 입주자들이 찾으러 올 때마다 수십번 문을 또 열어줘야 한다.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말이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여기에서 궁금하지 않은가?


경비어르신들은 그 스트레스를 어디에 풀까? 상급자인 관리사무소 소장에게? 월급을 주고 고용주 입장인 입주자들에게?


노노


택배기사이다. 일전에 경비원에게 갑질한다는 논란이 일 때 필자는 헛웃음을 치며 말했었다.


"시발 ㅋㅋㅋ 야 경비원이 갑질당하는 을이면 우리는 병, 정이냐 ㅋㅋㅋ"


아래에 나열하는 사례들은 전해들은 게 아니라 필자가 일하면서 직접 들은 이야기들이다. 그것도 매일같이 말이다. 필자가 우체국택배 기사라고 1화에도 소개했지만 이 글을 읽는 택배 받아보신 분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체국택배는 실수도 그다지 하지않고 연락없이 임의 배송하거나 하는 경우도 드물다. 즉 아래 사연들은 필자가 딱히 귀책사유가 없는데 들은 폭언들이다.


"야 이 개새끼야 차에 치어 디져부러라"

"이 시발 개새끼야 (택배를 발로 차며) 앞으로 택배 맡기지마"

"느그 우체국 시발놈들 국장한테 가서 전해 내가 목을 찢어분다고"


(아파트 작업중에 택배 맡기러 가면)

"시발새끼들땜에 일을 못하것네"


(경비실에서 쉬고 계실 때 가면)

"개새끼들이 쉬지도 못하게 오네"


(점심시간에 가면)

"밥 쳐먹을 때 오지마라 했냐 안했냐"


(경비실에 택배 맡기게 문 좀 열어달라고 하면 내가 바로 앞에 서 있는데도 열쇠를 땅바닥에 던짐)


(방문 전 전화하니 수취인이 경비실 맡겨달라해서 맡기러 갔더니 경비원이 그 집으로 인터폰을 함. 인터폰을 하니 집에 다른 가족이 있음. 갑자기 내 멱살을 잡고 벽에 밀치며)

"시발새끼가 집에 사람이 있는데 여기로 가져와?"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폭언도 스트레스지만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어떤 택배기사들은 연락도 없이 경비실에 맡겨서 문제지만 여기에선 상식적인 평균적인 택배기사들을 생각하도록 하자.


입주자가 제발제발 경비실에 맡기지 말라고 사정하는데 우리가 들고가는가? 아니다. 기사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필자같은 경우는 수취주소의 집으로, 사람에게 전달해주는 것을 더 선호한다. 물건이 분실됐니 어쩌니하는 뒷탈이 확실히 없기 때문이다.


쓰다보니 뒷목을 잡게 된다.



현대인들은 바쁘다. 평일에는 일하느라 집에 없고 밤까지 야근을 하고 늦은 시간 짬내서 친구를 만나고 데이트해야하고 주말에는 여행도 가야하고 부모님 잔소리 듣기 싫어 일부러 경비실 맡겨달라는 경우도 있다.


살인과 폭력으로 점철되는 아파트에서의 대리수령 문제를 국가가 나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어차피 셋 중의 하나 아니겠는가.


1. 아파트별로 의무적으로 넉넉한 수량의 무인택배함을 설치한다. 미설치 아파트는 과장금을 부과한다


2. 경비원에게 택배수령 수당을 지급한다.


3. 관리사무소나 경비실에서 택배를 받지 않는다.


3번 같은 경우 말이 되느냐 생각하는 이도 있을텐데 실제로 입주자와 관리소의 합의하에 안받는 아파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너무 편했다. 뒷말 안나오고.... 택배는 부재중일 때 어떡하느냐고? 문 앞에 두거나 소화전 보관이다. 이 아파트는 전화할 필요도 없다. 수취인이 집에 있든없든 올라가봐야 하니까.


분실하지 않느냐고? 필자가 생각하기에 현대인들은 걱정이 너무 많다. 단 한 번도 분실한 적이 없다. 엘레베이터에, 1층 입구에 CCTV가 다 있는데 훔쳐가는 간 큰 도둑들 없다. 그리고 물건이 뭔 줄 알고 막 집어간단 말인가. 너무 효율낮은 절도다.


아파트와 경비실, 택배하면 또 떠오로는 게 분실이다. 실제로 종종 일어나는 일인데 101동 101호 택배를 수취인의 요청으로 경비실에 맡겼다 생각해보자. 물품은 시계 60만원짜리. 그런데 경비실에서 물건이 사라졌다. 다른 입주자가 착오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고 틈을 보다 일부러 절도하는 경우도 있고 택배기사 과실로 분실하는 경우도 있다.


수년전 판례에서는


<경비원이 택배를 보관해 줄 의무는 없으나 택배기사로부터 위탁받는 순간 안전하게 보관할 책임이 있다>


라고 해서 경비원이 변상한 적이 있었는데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경비원 입장에선 수당 나오는 일도 아닐텐데 펄쩍 뛸 일이다.


원칙은 이렇다


1. 택배기사가 전화를 해서 수취인이 <맡겨달라>고 말한 경우 분실시 수취인의 책임


2. 택배기사가 연락없이 임의로 경비실 맡겼을 때 분실시 택배기사의 책임


3. 수취인과 통화도 되었고 택배기사가 정확히 택배를 경비실에 장부 적고 경비원에게 인계한 후 분실시 경비원 책임


씁쓸한 현실은 사실상 갑질당하는 을인 경비원보다 병, 정의 입장에 있는 택배기사들이 그냥 과실여부에 상관없이 억울하게 변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택배를 다들 쉽게만 생각하는데 아래의 내용은 항상 숙지하고 있도록 하자.


택배 배송도 하나의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재화이다. 수취인들 보면 가끔 3달전 배송물건, 1년 전 배송물건을 못받았다고 전화하는데 이상이 있으면 14일 내로 문의하라. 이것이 판례다. 아니 판례고 나발이고 상식 아닌가


아 난 오늘도 생각한다. 도대체 택배라는 게 뭘까. 뭔데 이렇게 목숨을 걸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며 서로 미워하게 되나 말이다.


서로 조금만 입장을 이해하자


택배기사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성실배송을 하고


경비어르신들은 자식같은 놈들이 배송하는데 좀만 이해해주시고


관리사무소는 택배가 폭주하니 경비원 급여 좀 올려주시고


수취인은 택배기사와 경비원들에게 예의를 좀 갖춰주자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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