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만원이라도

by 리다

한 달에 4만 8천원 번다. 봉사 겸 알바로 우편물 수거를 하고 받는 돈이다. 이 돈 만큼은 좀 더 가치있게 쓰고 싶었다.


-1만원: 한국어린이안전재단 후원

-1만원: 줌바 주2회 수강료

-1만원: 일간이슬아 구독료


밥 한끼, 차 한 잔 마시면 훅 사라지는 1만원이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다.한국어린이안전재단은 씨랜드 참사로 딸을 잃은 고석 창립자가 만든 순수 민간법인이다. 본인들의 아픔을 되풀이하지않기위해 세운 기관이다. 카시트 무상보급을 비롯해 어린이 안전교육, 어린이 교통안전 투명우산나눔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내 후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명확한곳이라 기꺼이 1만원을 내고있다.


줌바는 삶의 활력소다. 수업 한 번 듣겠다고 한 시간 일찍 길을 나서는 품을 들여도 전혀 힘들지 않다. 살면서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일치한적이 없었는데, 줌바는 그래도 잘한다는 소리도 듣고 내가 즐거워서 쭉 하고 있다. 나는 근력이나 운동신경은 없는데 지구력(악바리 근성...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은 좋은데, 8할이 줌바 덕분이다. 다자녀 할인을 받아 주2회 1만원인데, 1만원으로 이렇게 고퀄리티 수업을 들어도 되나 황송할정도다. 수강료는 1만원이지만 수업 수준과 내 만족도는 1억원 이상이다.


이슬아 작가의 주중 메일 <일간 이슬아>는 아마 종이로 왔다면 진즉 닳았을거다. 하루에 서너번은 읽고 또 본다. 메일을 읽고 나면 “뭐라도 매일 쓰자”와 “나는 이렇게 못쓰는데”로 펜을 들었다 놨다 한다. 메일의 끝에 “답장은 이 주소로”라고 적혀있고, 나는 메일을 읽고 내가 당신의 글 한 편으로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구구절절 써서 보내고 싶은데... 언제나 “안녕하세요 작가님. 혹시 저를 기억하실런지... 작년 울산에 오셨을때 덧신을 드린...”에서 멈춘다. (언젠가 꼭! 첨삭을 참고한 번들번듯 멋드러진 메일을 써서 보낼참이다)


1만원을 내 의지로 기꺼이 내는 일도 있지만, 생각치못하게 내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한 모임(공공기관 연계한 곳이라 명칭을 밝히긴 어렵다)에 참여하게 되었다. 회원들이 모임에 진심이고, 다들 으쌰으쌰 잘해보자는 의욕적인 모습이 보기좋았다. 그런데 며칠뒤, 계좌번호와 함께 월회비 1만원을 걷는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나는 회비를 왜 내는지 물었다. 담당자가 이 사실을 아는지도 궁금했다. 자칫 모임의 목적이 “단순한 친목모임”에 지나지 않을까봐, 개인 계좌로 회비를 걷었을때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감수하고 진행하는건지도 알고싶었다.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회비는 어떻게 쓰이나요?]라고 최대한 말랑하게 썼음에도 텍스트가 주는 무심함이 있어서 혹여 회장, 총무가 불쾌해하진 않았을까? 그래서 답을 주지 않나? 오만 생각이 들었다. 담당자가 답변을 해주면 좋으련만 그는 말이 없었다. 답변이 오길 기다리는동안 다른 회원들이 1만원을 냈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입금 문자가 보일 때마다 괜시리 나 혼자 너무 예민했나? 그냥 그러려니 할걸 그랬나? [헤헷 그냥 해본 소립니다]라고 다시 쓸까? 여느 모임이었다면 진즉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조목조목 따졌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 임기를 다 채우고 싶었고, 회원들과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혹시나 추후에 생길 뒷말이 없었음했다. 에휴, 뱉은 카톡은 덮지도 못하는데 어쩌나. 공백이 길어질수록 한숨도 늘어갔다.


한참뒤에 회장으로부터 ‘회비는 식사비와 행사비, 모임 운영비로 쓰인다’는 답변을 받았다. 가타부타 덧붙인 말도 없었다. ”이런 질문은 처음입니다“, ”저희가 이걸 어디 다른데 쓰지는 않습니다“처럼 단서가 붙었다면 나는 민망함에 단톡방을 나가버렸을거다. ’고작 월 1만원가지고 뭘 이렇게까지 물어보나‘, ’예민하게 구는구나‘라고 찍혔을지도 모른다.


내가 몇 만원 쓴다고 우리집 가계가 휘청이거나 집밖에 나앉지 않는다. 다만 나는 돈을 버는 재주가 없으니, 최대한 까먹지 않고 돈을 그답게 써야한다는 주부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그 돈이면 투게더 한 통 사서 1주일은 먹을텐데, 카페누누에 커피마시러 네 번 갈 수 있는데, 인희언니랑 강동가서 가자미정식 먹고 좋은 시간 보낼 수 있는데라고 최적의 쓰임을 찾아 저울질해야한다. 이 모임은 회원들의 의욕이 대단해서 결실이 있을것같고, 경력 한 줄에 보탬이 되니 충분히 돈을 낼 가치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나는 회비를 보냈다. 예금주에는 총무의 이름에 괄호로 모임명이 함께 기재되어있었다. 예금주명이 길어서 앞에 본인 이름만 썼던 모양이다. 진즉 전체 이름을 써줬다면 괜한 오해는 하지 않았을텐데, 잠시나마 불편했을 그들에게 미안해해며 자세히 들여보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로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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