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일간 이슬아>를 구독하고 있다. 책 한권값보다 덜한 1만원의 구독료로 매일 아침 한 편의 글이 배달된다. 나는 그저 읽고 감탄만 하면 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이 글을 그냥 읽고 넘기기 아까워서 다이어리에 그 날 메일 제목과 한 줄 감상문을 남기고 있다. 첫 회 메일 제목이 <이메일로 팔자 고친다는 말이 과장처럼 들리는가?>였다. 좋은글, 인생책은 내 삶과 그 글이 일치할때 생긴다. 바로 그 메일이 그랬다. 별것 아니다 싶은게 내 인생을 바꾸는 것, 하찮아 보일지라도 차곡차곡 내공을 쌓으면 그게 삶을 뒤바꿀 수 있다는걸 요즘 실감하고 있다. 이슬아 작가는 그게 ‘이메일’이었고, 나는 ‘돈 안되는 일’이 그렇다.
“너는 돈 안되는 일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곳을 다니고, 보고, 걷는게 <쉬는것>이고, “벌지 못하니 쓰지 않기로 한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두 아이 낳고 경단녀가 된 후 ”돈 안 쓰고 생산적으로 살기“도 추가됐다. 내 이름, 내 시간을 투자해 내것을 해내는 일이 없는건 굉장히 슬픈 일이었다. 나라는 이름이 없어지는게 싫었다. 누군가의 무엇으로 불리고 그게 당연한것인걸 받아들이는게 버거웠다. 아이들이 기관에가고 몇 시간 동안 여유가 생기자마자 나는 출퇴근 있는 직장인처럼 책 후기를 쓰고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동네산책을 하다가 마음이 동하는 장소가 있으면 온 정성을 다해 그곳에 왜 가야 하는지 남겨뒀다. 그냥 좋아서. 내가 잘하는게 그거였으니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글을 썼다. 이걸로 돈을 벌겠다거나 다른 뜻을 가지고 있었다면 진즉 나가떨어졌을거다.
아, 딱 한가지! 돈을 벌기위해 네이버 인플루언서는 선정만 되면 포스트 수익이 있대서 그걸 바라고 애를썼다. 요령대로했으면 진즉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욕망에 비해 아직 순수함이 남아서 ”내 이름 걸고 쓰는 글인데 양질이 우선“이라며 글의 수준을 높이는데 집중하다보니 알고리즘에 걸리지도 않고 번번히 낙방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분야에 도전한 사람들 중엔 포스팅 수도, 내용도 더 적은데 두어번만에 선정되는 걸 볼때면 속이 쓰렸다.
그렇게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지낸지 어언 3년째. 그 “돈 안되는 일”이 사고를 쳤다.
박완서 작가 덕후임을 동네방네 떠들고다녔다. 그것도 모자라 SNS에 <나는 박완서 작가를 좋아합니다>라고 대놓고 올렸다. 유명한 작품을 비롯해 전집에도 없는 작품도 알렸다. 두서없이 쓰기도 했지만, 혼자 알기 아까운 이야기는 보는 사람이 혹할수있게 며칠동안 요리조리 고쳐가며 심사숙고하기도 했다. 그렇게 꾸준히 덕질을 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비난도 없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혼자 낄낄댄 적도 있었다. 알게뭐야, 내가 좋다는데. 자신감과 책임감, 거기에 자기만족까지 버무린 글은 내가 봐도 재미있었다. 아주 조금씩 이웃도 늘고, 일면식 없던 이들의 관심도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내 포스팅을 본 출판사에서 서평 제안이 들어왔다. 도서, 글쓰기 SNS를 운영한지 3년 만이었다. ”이렇게 유명한 출판사에서 나에게 메일을?“ 스팸이면 어쩌나, 잘못온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면 그러려니 넘어가겠지만, 후자라면 한 번 덤벼볼 참이었다. <000님에게 갈 메일이 저에게 왔습니다. 이것도 인연이고, 저도 도서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좀 찌질하게 답장을 보내려고 했다. 다행히 스팸도, 잘못온것도 아니었다.
[책읽는리다 님의 블로그가 인상적이고, 평소 박완서 작가님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 신간 도서의 서평을 제안드리고자 연락드립니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애정이 느껴지는구나, 더구나 출판사 담당자가 그걸 알고 나에게 서평을 써달라고 한게 믿어지지 않았다. 서평단 10군데 신청해서 한 곳도 연락을 받지 못해 침울했던 지난날이 스쳐갔다.
인스타그램에 달아놓은 경력 덕분에 이후 서평단과 서포터즈에 당첨되는 빈도가 높아졌다. 우수단원으로 매번 선정되어 상장과 상품권을 받았다. 매일 한 편씩 쓰다보니 글실력도 늘었다. 눈여겨둔 공모전 몇 군데 써둔 글을 보냈다. 그 중 절반이 당선되어 상장과 부상을 받았다.
밤마다 쌓아 올렸던 책후기와 간간히 쓴 서평은 다음 서평단 선정에 플러스가 되었다. 이전에 했던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했고, 서평단 모집 외의 책을 보내준 적도 있었다.
이게 또 쌓이니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홍보, 보도기사 작성, 백일장 수상 경력을 가지고 방송작가 면접을 봤다 최종까지 갔지만 경력이 전무하고 실무시험을 너무 못봐서 떨어지겠거니 포기했었다. 집에 가기 전 담당자에게 “혹시 제가 출연할만한 곳이 있으면 꼭 불러주세요”라고 인사하고 나왔다. 반은 농담으로, 나머지는 1회 게스트라도 나올 일이 있으면 불러주길 바랐다. 그런데 2주 후, 1회가 아니라 코너를 맡아 주1회 출연제의가 들어왔다. 그동안 오갔던 책방, 읽은 책, 써놓은 글을 본 면접관 중 한 분이 함께 일해보자고 연락을 주신거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돈은 커녕 자존감만 마구 떨어졌는데 이젠 다르다. 내가 가보고 좋았던 책방과 북카페 소개가 잘하는 일이 되고, 재미있게 읽고 많은 이들에게 권하려고 쓴 서평은 또 다른 책과 상품권이 되어 돌아왔다. 이젠 계약서 쓰고 돈도 받는다. 세상에 쓸데없는 일은 없다는걸 실감하게 되었다. 돈 안되는 일도 잘만 하면 더 많은게 생긴다는 교훈도 얻었다.
나는 계획표를 새로 짰다. 월-금 <일간 이슬아> 읽고 한줄 감상문 쓰기 / 매주 화요일은 방송 원고 마감 / 2,4주 차글차글 / 목요일 오전은 녹음 / 주2회 줌바는 3회로 변경 / 주2회 그룹운동
그리고 “주2회 브런치 글쓰기”와 “주5회 도서블로그 운영”을 추가했다. 인플루언서 열 두번 떨어져도 열 세번째는 되겠지. 서평과 책후기도 웬만큼 쌓였고, “북 큐레이터”로 당당히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 되었으니 이번 도전은 해볼만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