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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May 17. 2022

나의 오늘은 늘 2018년 1월 22일이다

내가 폭식과 단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아침 5시 30분, 기상하자마자 티비 틀어달라 하는 첫찌

나는 원래 잠이 많았다. 학창시절에도 아침 기상이 그렇게 힘들어고, 쉬는시간이면 틈틈히 잠을 자야했다. 남들은 밤을 새며 공부한다는데, 나는 야자하고 집에오면 씻고 11시 전에 바로 잠을 자야 했다.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 같은데, 우리 부모님은 지금도 별 일 없으면 9시에 불을 끄고 주무신다. 대신 아침잠이 없으셔서 5시 반-6시에 알람없이 일어나신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났다.

첫찌는 조리원에서부터 백일까지 밤 8시쯤 마지막 수유를 하면 다음날 아침 6시까지 푹 자는 효녀였다.

(조리원간호사들이 '잠을 푹 자고 잘 먹는 아이'라고 아이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셨음.)

그런데, 130일에 뒤집기를 하고 나서부터 첫찌는 밤 8시쯤 재우면 정확히 한 시간마다 일어나 울었다. 한시간마다 깨서 울면 5-10분쯤 달래다가 재우고, 배가고픈줄 알고 수유도 조금씩 하고 재웠다. 더욱 환장할 노릇은, 그렇게 자다깨다 반복한 아이가 해뜨는 시간에 맞춰서 번쩍 깨는거다. 아주 꿀잠을 잔듯, 개운하게 일어나서 뽈뽈뽈 돌아다녔다. (그러다 11시쯤 낮잠을 한두시간 잠)


아이가 태어나고 첫 여름을 아주 똑똑하게 기억하는건, 아이가 새벽 4시 50분쯤 해가 뜨면 동시에 일어났었고- 나의하루도 그렇게 같이 시작되었다.

암막커튼을 아주 두껍게 치고, 멀티탭 불빛도 다 가리고, 아주 작은 소음도 없애려고 한 여름에 에어캡을 덕지덕지붙이고, 아이가 깰 때마다 온도를 낮췄다, 높였다, 습도를 조절하고 난리를 피웠다. 누군가가 아이가 자기전에 손유희를 많이하면 잘 잔대서 한시간 넘게 종이접기와 그림그리기도 해보고, 목욕도 해보고, 두시간 넘게 나가서 뛰어놀기도 했지만 무쓸모였다.  오죽하면 소아과에 갈 때마다 아이가 잠을 너무 안잔다, 밤에 계속 깨는데 뭔가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요? 하고 물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리저리 검사를 해본 바로는 "아이는 지극히 정상이다"는 것. 몸무게도, 키도 착실하게 늘었고, 그 흔한 감기도 하루이틀이면 훌훌 털고 일어났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어른들도 보면 잠이 많은 사람, 아침잠이 없는 사람 등 다양하잖아요? 첫찌는 그냥 잠이 없는 아이입니다. 첫찌는 세상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서 잠을 줄이고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가봅니다"고 하셨다.


잠도 부족하고, 아이가 깨어있는 동안 음식을 제대로 못먹어서 꾹 참다 아이가 자고나서 늘 야식을 먹었다. 하루종일 굶다시피 했는데다 피곤도 쌓여서 늘 폭식을 했다. 덕분에 몸무게는 늘 최고조를 향해 올라갔고, 몸이 무거우니 허리통증도 나아질 겨를이 없었다. 당연히 늘 의기소침하게 축 쳐져있었지만-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과 가족들은 '애 낳고 나서 예민해졌다'느니 '관리좀 해라'고 핀잔을 줬다. (남동생은 애 낳은거맞아? 뱃속에 그대로 있는거 아니야? 라고 했고, 친정어머니는 '살 안빼고 뭐하냐', 다른 엄마들봐라 다들 관리하는데 안하냐' 듣기싫은 이야기라고 하면 "진짜 예민하네?"하고 본인들끼리 하하호호.)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진 '수면'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비참했다. 첫찌는 두돌까지 자다깨다를 반복했고, 아침 6시-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났다. 항상 일어나면 나만 깨웠고, 나는 질질끌려 나와 아이를 봐야했다. '늦잠'을 처음 자본것은 아이가 네살 될 무렵 병원 입원해서였다. (그전에 친정이나 시어른댁에서 잠을 잤지만, 아이는 항상 날 먼저 깨웠다. 이후 어른들이 봐주셔서 조금 더 잘 수 있었다.)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허리와 배가 찢어지게 아프고 진통제도 안맞아 헛구역질을 해대면서도 '그래도 내가 자고싶을때 마음껏 잘 수 있구나'고 너무나 행복했다. 병원에서 있는 며칠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어디 하나 크게 다치고 병원에서 푹 몇 달 있다 나오고 싶을 정도였다.


첫찌가 밤에 깨지않고 잘 자게 될 무렵 둘찌가 태어났다. 첫찌때 생각이나서 조리원에서 '둘찌는 잘 자나요?'라고 물었을때 간호사들의 어색한 미소. "둘찌는 호기심도 많고, 눈을 제대로 뜨지 않아도 지나가는 소리, 누굴 부르는 소리에 반응을 해요"라고 말할때 '아, 난 또 망했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리원에서 마사지받고오면 자고, 수유 하고 유축하고 자고, 간식 두어번 건너뛰고 잤다. 코로나19때문에 모든 프로그램이 취소되었고, 난 그 시간에 계속 잤다. (물론 세 시간마다 유축, 잦은 복통 등으로 한 시간씩 잠깐잠깐 잤지만) 조리원에 나오고 첫날. 아이는 낮잠을 안잤고, 밤 8시에 재우고 나서 정확히 두 시간마다 뿌엥!하고 울었다. "시작되었구나" 모든걸 다 내려놓고 '내가미쳤지 내가미쳤지'하고 울면서 밤수유를 하고 아이를 재웠다.


둘찌는 백일의 기적도 없었고, 낮잠도 잘 안자서 기이할 정도였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10개월쯤 단유할때 쪽쪽이를 물렸다. 대여섯개의 쪽쪽이를 거쳐, 가장 저렴하고 만만한 쪽쪽이에 정착해 자기전에 물려 재웠다. 처음 몇 달 간은 쪽쪽이가 빠지는 동시에 울었는데, 지금은 쪽쪽이가 빠져도 잘 자는 편이다(하지만 두세번 깨서 엄마를 찾는다) 그나마 다행인건, 둘찌는 잘 놀다가 잠이오면 알아서 쪽쪽이를 물고 애착이불을 질질 끌고와서 자기자리를 찾아 잔다는 것이다. 첫찌는 늘 자는 환경을 만들어서 토닥토닥 재워야했다.


5시에 깨서 비몽사몽 놀다가, 9시 등원길에 숙면하는 둘찌

하루의 시작과 끝은 '잠을 자고 깨는 것'으로 정해진다. 나는 첫찌가 태어난 날 이후 (병원입원때도 수시로 간호사들이 수액갈고 혈압재는 통에 계속 깼었지) 주욱 쪽잠만 자다깨다만반복해서, 그냥 나의 하루는 2018년 1월 22일, 첫찌태어난 날에 멈춰있다. 그냥 그날이 쭉 이어지는 몽롱함 속에 5년째 살고 있다.


첫찌는 요즘 낮잠을 안자서 오후 8시에 불을 끄면 10분도 안되서 푹 잠이 든다. 둘찌는 좀 더 딩굴거리다가 9시쯤 잠이든다.

이후 난 집안청소를 하고, 빨래를 개고, 내일 아이들 등원옷과 가방을 챙긴다. 너무 피곤한 날엔 아이들과 같이 잠들기도 하는데, 둘찌가 자다가 두 세번 깨버리면 어정쩡하게 나도 깨버려서 잠이오지 않아 난감할 때가 한두번이아니었다. 가까스로 잠이 들라 치면 첫찌가 깰 시간. 첫찌가 깨면 둘찌도 부시럭거리며 나와 밥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요즘 첫찌와 둘찌는 오전 5시 30분-6시즈음이면 일어난다. 둘 다 같이 일어나기도 하고, 한 명이 일어나 부시럭대면 다른 한명이 일어난다.

둘 다 아침에 나오는 표정은 정말 밝다. 내가 너무 피곤한 날엔 아이들에게 화도 낸다. 화내고 나서도 아차 싶어 아이들 눈치를 살핀다. 둘 다 멀뚱하게 날 보다가도 케케케 하고 웃으며 나에게 엉겨붙는다. 그럴때면 같이 붙들고 엉엉 울고싶은걸 꾹 참고 혼자 다용도실에 가서 엉엉 울기도 하고, '엄마가 화내도 좋아해줘서 고맙다'고 아이들을 꼭 안아줄때도 있다


그나마 최근엔 둘 다 기관에 보내서 낮시간에 한두시간 짬내서 잘 수 있다. 한 시간의 낮잠에 감사하며, 일어나면 늘 감질나면서도 이게 어디냐,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혼잣말을 한다. 좋아하는 동생, 언니, 친구와 만남으로 꽉꽉 채운날엔 잠은 모자라도 좋은 에너지로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주려 한다.

어젯밤엔 12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둘찌가 새벽 두시에, 첫찌가 새벽 세시에 깼고- 첫찌가 30분쯤 잠이 안온다고 해서 침대에 누워 이야길 나누다 재웠다. 이후 내가 잠이 깨버려서 뒤척이다 네시 넘어 잠들었고, 이후 첫찌가 5시 30분에 쉬야가 마렵다고 깬 후, 잠이 안온다고 아예 일어났다. 6시에 둘찌가 나와서 식탁에 앉아 배고픔을 호소했고, 첫찌가 핫도그를 데워달래서 하나씩 쥐어줬다. 아, 오늘도 1월 22일이구나. 언제쯤 끝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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