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제로의 삶

지극히 생활밀착형 제로웨이스트

by 리다


나는 한때 굉장한 맥시멀리스트였다. 지금도 아니라고는 말 못하지만...무튼!


30여년 넘게 계속 맥시멀리스트로 살다가(박스랑 봉투, 심지어 영수증도 별 이유없이 모았었음)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는 첫 신혼집을 팔고 이사할 무렵. 언젠가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첫 신혼집을 11월 말에 팔고(계약서를 쓰고), 잔금을 치는 12월 말까지 한달동안 1일 1사건이 터졌다. 멀쩡하던 차 브레이크 패드가 고장났고, 보일러가 하필 지금 터졌었고, 길가다가 혼자 넘어져서 무릎 다 까지고,아끼던 보온병 깨지고... 마치 집이 '이사 가지마! 혼내줄거야!'이러는 기분이었다. 안그래도 찜찜한데 남편의 물건도, 내 물건도 아닌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이사갈 집은 현재 집보단 더 컸지만 방은 더 작아서 옷이며 아이 짐 등을 무조건 줄여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회사에,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쇼파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그렇게 예쁘고 좋아보이던 상자들과 귀여운 종이가방, 작은 소품들 등 집에 있던 물건들이 짐처럼 나를 짓누르고 있다!는 압박이 들어왔다. 찬장에 옹기종기 쌓여있던 이가 빠진 그릇(예쁘다고, 나중에 뭔가 담을거라고 안 버렸음), 코팅이 까졌지만 '허드래로 써야지'하고 둔 프라이팬과 꺼낸적 조차 없는 냄비와 웍, 언젠가 입을거라고 쌓아둔 옷들까지... 그전까진 다 소중하고 보물같은 물건들이 갑자기 갑갑하고 저게 왜 저기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아차'싶었다. 나는 짐 속에 살고 있었구나. 저거 다 쓰지도 않고 묵혀두드니 정리하고 필요한 것만 두자고. 그날로 바로 100l 쓰레기 봉지와 재활용을 위한 큰 봉투 세 개를 구해와서 미련없이 털털 버렸다.


버릴때의 아쉬움보단 버리고 나서 보이는 빈 공간이 그렇게 청량할 수 없었다.


편하자고 샀던 일회용품도 몇 개만 두고 다 버렸다. 특히 빨대가 참 많았다. 시중엔 아이를 위한 가늘고 짧은 빨대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몇 개 남겨놨고, 아이에게 컵으로 먹이는 연습을 많이 시켰다.


그 후 2년이 지났다. 한 차례 이사로 짐을 한번 솎아냈음에도 아직 남은 것들이(내 기준에는)있다.


다용도실 바구니에 '일주일만 두고 찾지 않으면 버리자'고 하나 둘 덜렁 뒀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둔 것들 중 다시 꺼내 쓴 것은 없었다.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했고, 없어도 잘 살고있다.


비단 집에서 뿐 아니라,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중이다.


다회용기 사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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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 실천한 것은 '면 생리대 사용'과 '텀블러 들고 다니기', 그 중 텀블러는 한 가지 제품을 약 10여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다. 몇 번의 텀블러, 병 등을 써봤지만- 용량도 적당하고, 가볍고, 스텐이라 위생적이고, 특히 여름엔 시원한 얼음이 오래 지속되어 참 좋다. 최근엔 유리빨대도 같이 쓰고 있다. 스텐빨대, 실리콘빨대 다 써봤는데 스텐빨대는 특유의 '쇠맛'이 나서 패스, 실리콘은 씻을때 번거롭고, 안이 보이지 않아 위생성이 좀 떨어진다.


유리는 내부가 다 보이면서 구멍도 일반 빨대보다는 좀 넓어서 알갱이나 건더기있는 음료 먹을때도 좋고, 쇠맛도안나서 좋다. 깨지는 염려가 있지만, 정말 후드려 던지지 않는 한 괜찮더라.


때로는 텀블러를 남은 음식을 싸오는 용도로 활용하기도 한다. 고깃집 된장찌개가 참맛있었는데 찌개가 반 이상 남게 되었다. 배달이나 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 변변한 포장 용기가 없었고, 비닐에 넣자니 뜨거운 찌개를 비닐에 넣는것이 좀 염려되었다. 그러다 내 텀블러가 생각났고(!) 500ml의 용기 절반에 딱 들어갔다 '-'/ 집에와서 찌개를 그릇에 붓고 텀블러를 세척했더니 음식 냄새도 하나도 남지 않았다.(플라스틱 같은것이었음 벌써 얼룩에 냄새에..아찔하다) 역시 스텐이 최고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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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찌 둘찌 간식 중 먹고 남기겠다 싶은 떡이나 빵 같은것을 줄 때는 스텐용기에 담아서 준다. 아이들도 평소 먹던 간식접시가 아니라 신기해하고, 먹고 남으면 바로 뚜껑을 덮어서 보관하기 좋다. 고리가 있는 스텐용기는 보기도 특이하고 예뻐서인지 아이들이 이따금 소꿉놀이한다고 들고가기도 한다.


물을 사먹었다가 보관문제도 있고, 페트병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정수기를 쓰고있다. 정수기도 기능이 참 많아서 욕심껏 온수에다 얼음까지 나오는 것을 사려고 했는데 그냥 내가 좀 더 부지런하게 물을 데우고, 얼음을 얼리자 싶어서 기본 기능만 되는 것으로 렌탈했다. 이마저도 원래는 정수만 되는 것을 하려 했는데, 첫찌와 아이아빠가 냉수파라서! 냉장고를 얼마나 열었다 닫았다 하는지 ㅠㅠㅠㅠㅠㅠㅠ 냉장고 열고 닫느니 그냥 냉수기능 정수기 버튼누르는게 낫겠다 싶어서 냉수와 정수 기능이 되는 것으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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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 시원한 보리차물을 원하길래 매일 아침 물을 끓여 델몬트 유리병에 담아둔다. 알아서들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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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라이어를 살 때 '종이호일이 필수'래서 두 롤을 샀는데, 바스켓을 그때마다 세척하니 딱히 쓸 일이 없었다. 거기다 법랑용기를 사서 쓰니 종이호일을 더 안쓰게 되었다 ㅇ_ㅇ 법랑용기엔 기름망도 같이 있어서 기름도 쪽 빠져서 좋다. 기름때 청소하는게 좀 번거롭지만 종이호일 다 써서 슈퍼에 사러 왔다갔다하느니 세척하는게 더 편하지!라고 합리화중 '-'a 법랑은 직화가 가능해서 냄비에 물 끓이듯이 법랑용기에 물을 붓고 베이킹 소다 좀 풀어서 한번 훌 끓이면 엔간한 기름때는 다 벗겨진다.



그 동안 채소 보관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내 주부생활 최대 난제였는데, 가장 좋은 해결법은 '그때마다 필요한 것 한두개씩 살것'이지만, 이따금 주변에서 농사지은 것들을 열댓개씩 주시는 경우에는 별별 방법을 다 써봤다. 최대한 당일에 마구마구 먹지만, 그게 여의치 않다보니... 별별 방법 다 써봤는데 최고는 그물가방에 넣어 다용도실 후미진 곳에 "걸어두기"! 신문지로 싸도, 구석에 둬도 정말 서늘하고 통풍 잘 되는 곳임에도 2주정도 지나면 감자싹이 솔솔 나고, 양파가 물렀었는데- 이 방법을 쓰고 나선 3-4주가 지나도 거뜬하다(대신 감자가 좀 쪼그라 들긴 함) 최고다 최고 #살림노하우 #벨롱벨롱잡화점 가서 접시랑 샀더니 포장을 종이 에어캡에 예쁘게 싸주셔서 기분이 더 좋았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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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끝까지 사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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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찌 둘찌 반찬들을 만들다 보면, 정말 한 두끼 먹을 양만 하는데도 엄청 어정쩡하게 남는다. 밥을 몇 번 볶아먹거나 주먹밥을 해줘도 한두번. 거기다 첫찌는 볶음밥은 커녕 카레도 안먹는지라ㅜㅜㅜㅜㅜㅜㅜ 찌개에도 넣어먹고 카레에도 넣어먹고 하며 최대한 잔반을 버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다가도 안되겠다 싶으면 첫찌를 불러서 피자만들기를 한다. 아이도 재미있어하고, 평소 먹지 않는 채소도 아주 조금은 먹는다. 거기다 아이랑 놀아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만 매일 피자만 먹는다고 해서 낭패를 볼 수도...)


여름이다! 오이의 철이다! 근데 왜 오이는 늘 무더기로 팔까... 한 개에 천원인데 다섯개 2천원이라는 이상한 계산법에 늘 놀라며ㅋㅋㅋ 오이 5개를 사면 늘 3개쯤 남는데, 그걸 알기 때문에 늘 3개는 미리 피클을 담는다. 식초피클도 담고, 간장 장아찌처럼 담고, 어정쩡하게 남는 양배추와 고추, 무도 넣고 만든다. 고급레스토랑에서 나오는 '파는 것 같은'맛이 나는 피클의 비율은 물1에 설탕1, 식초 0.4, 피클링 스파이스 조금! 약간의 소금! 그리고 오이는 좀 도톰하게 써는 것이 비결이다.


옷은 최대한 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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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더라도 '빈티지'로~

몇년 전 패스트패션과 환경오염에 대한 기사와 관련 뉴스를 보고 정말 놀랐었다. 그 전까진 '옷을 사는 것'과 '환경오염'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애당초 생각도 안해봤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것은 '패스트 패션'쪽이었지만)


저렴하다는 이유로, 한 철 입고 버릴 옷들을 별 생각없이 사고 버리고 했는데 반성하게 되었다.


다행히(?) 그 기사를 보기 전부터 엔간한 옷은 빈티지로 구매했지만, 그 후 옷을 사게 되면 빈티지 매장먼저 방문한다. (옷 자체를 좀 안사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옷을 입을 때도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나눔을 할 거야 라는 생각으로 좀 더 신경써서 입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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