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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May 22. 2023

좋은 오지랖

이런 오지랖은 언제나 환영

얼마전 마트에 장보러 갔다. 감자를 사려고 이리저리 보다 봉지로 파는게  싸서 그걸 집어들었다. 그런데 옆에 지나가던 아주머니가(처음 보는 )  보더니 "학생! 봉지거 사지말고 따로있는거 보고 !"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집은 봉지를 달라면서 "여기 밑에 봐봐, 감자 흠집이 난거 투성이여! 이런거 사면 오래 못먹어!"라고 보여주셨다. 나는 "어머어머"하면서 "여사님 안그래도 저는 두개만 필요한데 봉지가  싸서 이거 사려고 했거든요"했더니 그분이 그럴줄 알았다는듯 "봉지로 든게 싸보여도, 이런거  봐야해. 그리고 두개 필요하면 두개사서 나중에 더사요"라고 크고 좋은 감자  개를 골라주셨다. 직접 직원에게 들고가서 그램을 재주고 나에게 "이걸 받아"덥석 쥐어주시곤 홀연히 사라지셨다. "감자의 요정이신가"싶을 정도로 몹시 뜬끔없었지만, 이런 '좋은 오지라랖' 워낙 좋아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오지랖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오지랖: 옷의 앞자락을 지칭하는 말로 일에 관심도 많고 참견도 많이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보통 '오지랖이 넓다'고 하면 괜한 참견과 말이 많은 사람을 일컬어 다소 부정적으로 쓰인다. 특히 한국은 '오지랖'과 '정'의 민족이 아닌가. 나 또한 이런 '오지랖'과 '정'을  '남에 대한 과한 관심'으로 여기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남의 일에 뭐 그렇게 관심이 많지?', '날 언제 봤다고 이런담?' 내 잘못도 없이 나는 나대로 사는데 어쩜 그리 남들은 입방아에 내 일을 올리는지... 불쾌하고 언짢았다. (내 모난 성격은 이래서 생긴듯)


그런데 주부가 되고 아이를 키우니 주변에서 이 "좋은 오지랖"을 많이 받는다. 가장 많은 오지랖을 받는 곳은 마트나 시장, 그 밖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가거나 병원을 가면 처음보는데도 주변에서 날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려고 안달인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앞서 말한 감자 사건 외에도 내가 채소나 고기를 고르면 "저게 더 싱싱해"라고 얼만치 사냐 묻고는 듬뿍듬뿍 덜어주는 분, "어디살아?"라고 대뜸 집을 물어보더니 "그 집 앞에 **슈퍼에 대파 세일하더라"면서 거기가서 사라고 눈짓해주시던 분, 심지어 직원분 중엔 "내일부터 세일이니 급한거 아니면 내일 사라"고 꿀팁을 주고 후다닥 가시기도 했다. 내가 되게 어리숙해 보이나? 싶다가도 이런 오해와 좋은 오지랖은 언제든 환영이다 싶어 감사인사를 듬뿍 드린다.

때로는 내가 먼저 이야길 할 때도 있다. 햄버거 사러 가서 단품으로 따로 사는 어르신께 세트로 사면 더 싸다고 알려드리거나, 아이들 장난감을 사러 온 여사님께 '이게 이번 시리즈라 더 인기다', '이건 얼마 안쓰고 짐이니 저기 장난감을 사시는게 더 좋을거다'고 알려드린다. 그러면 매번 '아유 고맙다'고 하시며 손자 장난감 사주기 너무 힘들다고 웃으신다.


오늘 아침엔 빨래건조대와 아이 장난감을 버리러 쓰레기장에 내려왔다 청소여사님을 만났다. 부피가 좀 큰것같아 경비실에 신고하러 간다하니 청소여사님이 '에헤이'하더니 '건조대는 분리해서 캔/고철'에 넣으면 되고, 아이 장난감도 조립된거 풀고 스티커 떼면 플라스틱이니 그렇게 버리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그러면서 잠시만 기다리라며 어디론가 전화를 하시더니 '우리 친구가 밭에 울타리로 쓸 빨래건조대를 찾고 있으니 날 줘'라고 가져가셨다. 덕분에 폐기물처리비 5천원을 아꼈다. 감사인사를 드리니 '어차피 나 쓸건데 뭐' 호호 웃으셨다.


이런 오지랖이라면 언제나 대환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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