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실화)꿈 속의 거인

1년에 한번 꾸는 꿈

by 리다

*실제로 제가 겪은 꿈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묵힌 이야기인데 한번 꺼내봅니다.

다소 잔혹한 부분이 있습니다!!!!!!!!!!


나는 1년에 한번씩 꾸는 꿈이 있다.

처음 그런 꿈을 꾼건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경은 내가 나온 초등학교였고, 많은 아이들이 도망을 치는 것에서 시작한다. 꿈 속에서 나는 마치 tv를 보듯이 그 장면을 구경하고 있다. 저 멀리 내가 다른 사람들과 도망을 치고 있다. 옥상에서 5층, 4층 쭉쭉 내려온다. 무언가에 쫒기는 것 같은데 실체가 안보이다가 2층 교무실쯤 다다르자 엄청나게 큰 사람의 발과 다리가 푹 들어온다. 건물이 슬슬 무너지고 나는 1층 정문으로 뛰쳐나간다. 건물 옆 강당으로 가까스로 도망치는데, 강당은 아주아주 튼튼한 설정인지 그 거인이 아무리 쾅쾅 쳐도 끄떡없다. 모두들 안심한다. 그렇게 꿈이 끝났다.


딱 그 레퍼토리의 꿈을 1년에 한번씩 꿨다. 정확한 날짜는 모르지만, 음력으로 치면 11월 중순에서 말정도?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신기하구나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3년 후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 해 그 즈음에도 같은 꿈을 꿨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꿈의 시작이 늘 꾸던 꿈의 마지막이었다. 모두 강당에 모여서 강당 입구를 바라보고 있다. 저 멀리서 누군가 비적비적 걸어온다. 아주 작은 점처럼 보였더너 그것은 가까워지자 크기가 엄청 큰 거인이 되어 강당쪽으로 오고있다. (그 거인의 모습은 해마다 좀 달랐다. 어떨땐 여자였고, 처음 꿈을 꿨을때는 짦은 스포츠머리의 남자였다.) 거인은 건물 10층쯤 되는 큰 키에, 사람 백명은 삼킬 것 같은 아주 큰 입을 가지고 있었다. 거인이 강당 앞에 서자 거인의 큰 발과 복숭아뼈만 보였다. 키와 덩치가 큰 거인은 강당에 들어오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 안심했다. 그렇게 꿈이 끝났다.


이후 3년간 또 같은 꿈을 반복해서 꿨다. 언제나 거인은 들어오지 못했고, 우리는 거인의 복숭아뼈와 신발만 바라봤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후. 그 해 그 꿈을 꿀 즈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1주일이 지난 날. 그날밤 또 그 꿈을 꿨다.

그런데 멀리서 오는 거인의 손에 무언가 들려있었다. 가까이 올 수록 그것은 잘 보였다. 그건 아주 큰 도끼였다. 저걸 왜 들고오지? 우리는 웅성거렸다. 하지만 이 강당은 아주 튼튼하고, 여차하면 뒷문으로 빠져나가면 된다고 강당안의 사람들은 낙관적이었다.

거인이 문 앞에 다다랐다. 자, 이제 이 꿈이 끝나겠구나. 나는 슬슬 깰 준비를 했다.


그런데


퍽 퍽퍽 퍽퍽퍽 삭삭삭 퍽퍽퍽퍽퍽 퍽


괴성이 터지고 삽시간에 강당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거인이 도끼로 자신의 복숭아뼈를 자르고 있었다. 양 발을 다 자르자 종아리 중간이 보였다. 피칠갑이 되어 꿈에서 깼다.

늘 꾸던 꿈이 괴기스럽게 바뀐것도 충격이었지만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매년 꾼 그 꿈에서 나는 '3인칭'이었다. 꿈 속에서 뛰어다니는 내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이번 꿈은 달랐다. 나는 꿈 속의 내가 되어 거인이 다리를 자르는 것을 직접 보고, 내 눈에 피가 튀는것을 닦았다.


그제서야 이 꿈이 좀 무서워졌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내가 '1년에 한번 꾸는 꿈이 있다'고 말씀드리자 외할머니께서 "음"하시더니 "그게....곧 들어오려고 할텐데 우짜누"라면서 나에게 "니가 마음을 단단하게 먹으면 괜찮을거다"라고 하셨던 터였다.


이후 1년에 한번 그 꿈은 점점 기괴해졌다. 첫해에 복숭아뼈만큼 잘랐던 거인은 다음해 무릎만큼, 그 다음해엔 허벅지 중간까지 잘랐다. 그 거인은 강당에 들어오려고 그렇게 자신의 키를 자르고 있었다. 다음번엔 어디까지 자를까? 얼마나 더 이 꿈을 꿔야하지? 거인이 강당에 들어오면 난 어떻게 해야하지? 해마다 음력 11월이 오면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렇게 몇 해의 11월을 보냈다. 거인은 정말 내 피를 말리기로 작정한 듯이 매해 아주 조금씩 자신을 잘라가며 키를 낮췄다. 차라리 훅훅 키를 낮춰서 빨리 이 꿈이 끝나길 바랐다. 하지만 그건 내 희망사항일뿐.


첫째를 출산하고 아이 케어에 잠을 잘 못자는 날이 계속되어도 그 꿈만은 어김없이 꿨다. 나는 아는 무속인도 없고, 다니는 절도 없어서 어디다 하소연 하지도 못했다. 괜히 말했다가 그 거인이 불시에 나타날것 같았다. 그나마 1년에 한번 나오는게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작년 11월. 재작년에 그 거인이 배꼽 위 까지 잘랐으니 이젠 가슴까지 자르겠구나 했다. 대충 생각해보니 이제 그 거인이 향후 1,2년 뒤면 강당에 들어오겠다고 예측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차라리 잠을 안자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둘째가 자다가 워낙 자주 일어나 날 찾는 바람에 잠들새도 없었다. 쪽잠과 선잠을 반복해서 그런가 작년엔 그 꿈을 꾸지 않았다.

이제 그 거인이 안나타나겠지? 작은 기대까지 들었다. 잘릴만큼 잘려서 이제 힘들어서 안오려나? 농담까지 하게 됬다.


그런데 그저께, 꿈에 외할머니가 나왔다. 보통 우리 외할머니가 나오시면 뭔가 일이 꼭 생겼다.

외할머니가 날 보고 말했다. "미안하다, 아무래도 올해는 갸가 오것다. 근데 꿈은 꿈이니까 별 걱정하지 말고 개꿈이다 치고 말아래이"


올해 11월. 그 거인은 또 얼마나 키를 줄일까? 겨울이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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