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단편)껄껄껄

목이 떨어진 선풍기와 그날 밤 소리의 관계는?

by 리다

작년 여름의 일이다.

아이들과 자려고 누웠는데 유독 첫째가 덥다고 칭얼댔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데 뭐가 덥니?" 했더니 "싫어 덥단 말이야" "에어컨 틀어줘!"

하루종일 비가와서 그런지 집안 공기가 무척 습하긴 했다. 아이가 '습하고 꿉꿉하다는 표현을 할 줄 몰라서 덥다고 하는 것 같아 창고에서 선풍기를 꺼냈다.

우리집 선풍기는 내가 고등학교때부터 쓰던 것으로, 햇수로 치면 20년 가까이 된 '어른 선풍기'다. 고장 한번 나지 않고 작동도 잘되어 결혼할때 그대로 가져왔다. 미신과 무속신앙을 맹신하던 외할머니께서 "어떤 물건이든지 10년 넘게 손때타면 도깨비가 든다. 특히나 바람이 부는 부채나 선풍기는 더 그렇다"고 탐탁지 않게 여기셨다. 할머니 말이, 바람이 불면 부는 방향으로 귀신들이 타고 들어갔다 나가서 장난을 친다는 것이다. 옛날 물건도 아니고 기계에 무슨 도깨비냐고 우린 웃었지만 할머니의 표정이 너무나 무서워서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비닐을 씌워둬서 기계에 먼지가 쌓이지 않아 물티슈로 대충 훑어닦고 작동시켰다. 우웅~ 하는 바람개비 돌아가는 소리에 아이들은 "와아"하고 박수를 쳤다. 원하는 바를 이뤄서인지, 방이 시원해서인지 두 아이는 이내 잠이 들었다. 나도 선선한 바람을 쐬니 이내 노곤해져서 아이들 사이에 누워 휴대폰을 하다 선잠이 들었다.

그런데 귓가에 굉장히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방 안엔 아이들의 숨소리와 우웅 하는 선풍기 소리만 들려야는데 그 사이에 굉장히 이상한 "뭔가"가 끼어들었다. 잠이 깬 나는 소리에 집중했다.

처음엔 선풍기를 너무 오랜만에 돌려서 나는 소리인줄 알았다. 아니면 선풍기 머리가 돌아가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끼익이나 까악 같은 기계소리에, 그 소리가 일정해야했다.

그런데 그 소리는 일정하지도 않고, 기계소리도 아니었다.

그 소리는

껄껄껄 이었다.


껄껄, 꺼어어어, 꺼얼껄껄껄껄


마치 중년의 아저씨가 너무 재미있다는 듯 껄껄 웃다가 꺼억꺼억 넘어갈 듯 웃는 소리.그날은 아이아빠가 당직이라 집에 없었다. 이따금 위층의 소리가 들릴때가 있는데, 그러기엔 이 방 안에 가득차는 소리였다. 선풍기 소리를 잘못듣는거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그러기에 그 웃음소리는 점차 커지고 "꺼억꺼억"숨 넘어가는 소리가 불규칙하게 웅웅댔다. 꼭 웃다가 목을 졸렸을때 숨을 못쉬는 마냥 컥컥대는 소리가 났다. 온 몸의 털이 쭈뼛섰다.


고개를 살짝 들어 방안을 살풋하게 둘러봤다. 방 한구석에 작은 독서등을 켜놓고 자는데, 하필 독서등 충전을 안해놔서 휴대폰 불빛보다 미미해서 그 주변만 비추는 정도였다. 가까스로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방 안의 실루엣이 들어왔다. 별다른 것은 없었다. 그냥 내가 잘못 들었을거야.... 싶던 나는 이내 몸이 굳었다.

그 소리...딱 이런 소리였다.

​선풍기, 선풍기 옆에 둥그런 그림자가 있었다. 선풍기 그림자인가 싶어 자세히 봤는데 그건 딱 선풍기 크기의 무언가였다. 앞뒤로 몸을 흔들며 껄껄 웃다가 휙!하고 목이 넘어가서 목이 탁 꺾인 상태로 계속 껄껄대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이 날 흔들어 깨워서 간신히 일어났다. 아무래도 기절했나보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선풍기를 봤다. 선풍기는 멀쩡했다. 선풍기를 다시켜서 한참 있었지만 껄껄껄 소리는 나지 않았다. 내가 꿈을 꿨나보다 싶었지만, 그러기에 그 소리는 너무 또렸했다. 특히나 목이 탁!하고 꺾이고 나서 꺼억꺼억대는 그 소리...

그날은 주말이라 아이들과 온종일 집에 있었다. 선풍기는 서재에 두고 나는 그 소릴 잊으려고 안해도 될 주방정리부터 아이들 옷정리를 하며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저녁에 볼일을 보고 온 아이아빠가 서재(본인 방)에 들어가더니 "어, 이리 좀 와봐"라고 날 불렀다.

선풍기의 목이 부러져 축 늘어져있었다. 아이들이 몇 번 들락거리더니 부쉈나보다.


순간 어젯밤 탁 하고 부러진 목, 꺼억대는 소리.... 오버랩되어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이아빠는 목이 부러진부분이 위험하니 어서 버려야겠다고 했다. 관리실에 이거 어떻게 버리면 되냐니까 소형가전 버리는 곳이 있는데, 일주일에 한번 수거해간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 수거해갔으니 다음주에 올거니 천천히 버리라고 했다. 난 그걸 집에 두고 싶지 않아 바로 내다 버렸다.

그 후로 껄껄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한동안 목이 부러진 사람이 나타나 "내 목 누가 부러뜨렸어?!"라고 날 쫒아오는 꿈을 꿨다. 그렇게 악몽에 시달리다 딱 일주일 후부턴 그 꿈을 꾸지 않았다. 그것이 날 다시 찾아오지 않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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