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실화)나는 물귀신을 믿어

물귀신은 진짜 있습니다.

by 리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너는 귀신이 있다고 믿니?"라고 물으면 "나는 눈에 보이는 실체만 있다고 생각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내가 다른건 모르겠는데, 물귀신은 분명이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인다. 물귀신은 분명히 있다. 내가 봤다.


어릴적, 매년 여름이면 우리 가족과 외갓집 식구들은 경북 영천에 있는 큰 다리 밑에서 2-3일 놀러갔다. 마을 사람들만 아는 그곳은 다리 밑 그늘이 있고, 적당한 깊이에다 텐트를 치고 밥을 해먹고 놀기 딱 좋은 곳이었다. 매년 그곳에서 물놀이도 하고, 텐트에서 잠도 자면서 재미나게 놀았다.


그렇게 3-4년 동안 그곳은 우리식구의 전용 휴가장소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 늘 그랬듯이 튜브를 타고 동동 떠다니면서 동생들과 언니와 놀고있었다. 난 원래도 키가 또래보다 큰 편이었고, 그곳의 수심은 중간지점까지 가도 성인 가슴께정도 차는 곳에 물살도 아주 잠잠한 편이라 나는 튜브도 없이 온 곳을 쏘다녔다. 그렇게 개헤엄을 치며 여기저기 다니다가 문득 강 가장자리에 풀이 우거진 쪽으로 물살을 따라 슬슬 가게 되었다. 난 귀신은 안무서워도 벌레는 무서워해서 평소엔 강 가장자리 풀과 해초가 우거져있으면 근처도 안갔는데 그날은 왜 그랬나 모르겠다.

가장자리는 으레 깊이랄것도 없이 얕은데, 이상하게 거긴 가장자리고 갈 수록 더 깊어졌다. 이윽고 내 가슴께까지 물이 올라와서 '어 나가야지'했을 때였다.


내 오른쪽 발목에 아주 차가운 뭔가가 감겼다. 정확히 말하면 내 오른쪽 발목을 "누군가가 사악 하고 휘감듯이 잡았다" 분명 나는 손가락을 느꼈다. 그것도 손가락 하나하나 내 발목을 찬찬히 쥐었다. 그 손은 시원한 강물을 따뜻하게 느낄 정도로 너무너무 차가웠다. 그 이질감에 다리를 연신 털었지만 그 손은 날 놔주지 않고 점점 풀이 우거진 쪽으로 날 이끌었다. 슬슬 끌던 그 손은 점차 나를 물 아래로 끌어내렸고, 나는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어른들은 내 소릴 듣지 못할 정도로 멀었다. 살려줘 살려달라고!!!!!! 괴성을 한참 질렀다. 목이 아플 정도로 꽥꽥 소릴 지르며 버둥거렸는데, 때마침 내 옆을 지나던 고무보트가 있어서 그걸 잡았다.

내 외침을 듣고 온 것이구나. 다행히 보트의 크기는 컸고, 나는 보트 끝에 매달려 어서 물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이윽고 물 밖에 나와서 보트에 타고 있던 동생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런데 동생은 의아하게 날 보면서 왜그러냐고 했다. 난 물에 빠져 죽을 뻔 했다, 발이 안닿아서 큰일 날 뻔했다니까 동생이 벙찐 표정으로 "누나, 그러면 꺼내달라고 큰 소리를 내야지"란다. 나는 쉰 목소리로 이렇게 크게 소리를 쳤다니까 못들었단다.

동생은 그냥 보트를 타고 가는데 내가 물에 우뚝 서서 위아래로 꼴깍대며 뻐끔거리고 있었단다. 누나가 참 희한하게 논다 싶어서 갔던거란다. 내 외침이 들리지 않았다니. 귀신한테 둘 다 홀렸나? 오싹해져서 바로 부모님과 어른들에게 가서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 이상한게 내 발목을 잡고 물 안으로 끄집고 들어갔다, 너무 무서워 나 집에갈래 횡설수설 말했다. 다들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냐"고 어른들은 내 말을 무시했다. 물놀이를 너무 많이 하니 힘이 없어서 그렇지! 실컷 혼만 났다.


그런데 그날 오후. 저녁을 일찍 먹는데 어른 중 한분이 "오늘 해가 왜 이렇게 빨리 지지? 바람도 너무 부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지 말고 집에 갑시다"라고 했다. 그러자 엄마와 이모들은 '시원해서 더 좋은데 뭐하러 집에가냐'고 했지만, 나는 물귀신의 충격 때문에 여기서 빨리 나가고싶다고 했고, 몇몇 어른들은 어제와 달리 오늘은 주변에 사람들도 많이 와서 시끄럽다, 어제도 잤으니 오늘은 집에서 좀 편하게 잡시다라고 의견을 더했다. 결국 우리는 텐트와 물놀이 용품, 돗자리를 펴두고 가스버너와 아이스박스 같은 걸 챙겨서 근처 이모네로 갔다.


그날 밤. 비가 쏟아졌다. 장마는 훨씬 지났고, 태풍 소식도 없었는데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억수같은 비가 계속 내렸다. 그냥 지나가는 소나기겠거니 했는데 밤새도록 빗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새벽에 깬 어른들은 '어휴 거기 있었으면 큰일날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고, 이와중에 어머니는 그곳에 두고 온 텐트와 돗자리는 벌써 떠내려갔겠다고 아까워했다. 다음날 비가 좀 잦아들어 아버지와 삼촌이 그곳을 다녀왔는데, 우리가 있던 자리는 흔적도 없고 강물이 불어서 진입을 막아놨다고 했다. 텐트와 돗자리는 우리 목숨값으로 셈쳤다고 누군가 말했고, 우리는 다들 그 말에 동의했다.


물귀신 때문에 물에 빠져 죽을 뻔 했지만, 물귀신 덕분에 그 곳을 빠져나와 살 수 있었다. 이걸 고마워해야하나 몸서리쳐야하나 아직도 헷갈리지만, 난 이후 물공포증이 생겨 물놀이라면 경기를 할 정도이다.


아직도 그 손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까? <끝>

keyword
이전 03화(공포단편)껄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