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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Jun 11. 2023

명함받은 썰푼다

그 분이 힘주어 말한 '횡재수'가 어서 오기를

아침에 다이어리 정리를 하다 명함 한 장이 비죽 나와있는걸 봤다.

3월에 받은 것을 아직 가지고 있었던거다. 문득 그날이 생각나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그날도 집근처 주유소가서 가스충전(내 차는 LPG)을 하고 있는데, 가스를 넣어주던 사장님께서 내 얼굴을 보더니 "뭐 그리 근심걱정이 많아요?"라는거다. 뭐지? 신종 도를 아십니까인가? 싶어서 "예?"하니까 "지금 돈걱정하는거 말이야. 손님은 곧 엄청 큰 횡재수가 들어올거니까, 걱정할거 하나도 없어요"란다.


그 말이 너무 시원하고 단호해서 깜짝놀랐다. 그때 난 다음달 카드값 걱정을 하고 있었다. 애들아빠 급여는 그대로인데 그 달에 이것저것 쓴 것이 많아(심지어 전부 다 생활비... 모두 다 사거나 쓰지 않으면 안될 것들이었다. 그래서 더 슬펐다.)일을 찾던 차였다. 시간이 괜찮으면 너무 먼 곳의 채용이었고, 이래저래 괜찮다 싶으면 시간이 안맞았다. 가까스로 이래저래 맞다 싶으면 지원자가 많아 탈락되기 일쑤. 하아. 딱 그날 주유하기 전에도 워크넷과 사람인 등에서 일자릴 찾다가 아이 하원을 시키려 나온터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딱 "돈 걱정"하나하고 있었는데, 그걸 딱 집어서 말하니 얼마나 신기했던지. "네 맞아요, 근데 뭐 요즘 돈 걱정 안하는 사람 있나요?"라고 하니까 단번에 표정이 변하더니 "내가 사기꾼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주명리학 공부를 해서 척 보면 압니다. 그리고 손님처럼 드물게 좋은 횡재수가 있는 사람한테는 내가 바로 이야기를 해주는데, 아닌 사람은 내가 말도 안해.

내 아는 사람중에서는 매번 나한테 '돈이 언제 들어오냐', '뭘 하면 되냐'고 보러오는 사람 있는데 그 사람한텐 아무말도 안해주고 그냥 노력하라고 하지. 돈 운수가 없는 사람은 딱 보여. 근데 손님은 곧 엄청 큰게 들어올거니까, 잘되면 날 또 찾아와요"라며 명함을 한 장 주셨다.


하도 말을 신나게 하시고, 거기다 내가 좋은 일이 생긴다니 덩달아 즐거웠다. 어디서 사주를 보시냐니까 주유소 건물 2층을 가리키더니 저기가 본인 사무실이라면서, 나 되게 오래 했는데 처음 봤냐고 했다. 그제서야 주유소 입구와 맞은편에 명함에 적힌 것과 같은 내용의 입간판이 보였다.

때마침 주유가 끝났고, 그 분은 나에게 "꼭 잘 될거니까! 그래도 갑갑한거 있으면 언제고 와요!"당부를 잊지 않으시면서도 내가 잘 될거라는 훈훈한 덕담도 해주셨다.

주변에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단다. 그전과 이후에도 그 주유소를 찾았지만 이후 그 분을 더러 뵈어도 다른 사람들에겐 명함을 주지 않으셨다. (그 주유소엔 직원이 많이 있어서 이후 그 분이 내 차에 주유하는 일은 없었다.)


이후 아주 소소한 금액이 필요할때 어김없이 딱 그만큼의 돈이 생겼다. 15만원 정도 더 필요하다 싶음 딱 그만큼 상금이 들어왔고, 100만원이 빈다 싶으면 아버지께서 주식이 잘 되었다고 용돈 100만원을 주셨다.


안타깝게도 횡재수는 아직 없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이렇게 소소한 금액이 쭉 들어온다는건가? 다만 그 분께서 나에게 명함을 주시며 확신에 찬 소리로 "잘 될거다, 횡재수가 틀림없이 곧 들어올거다"는 말씀은 물질과 상관없이 나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셨고, 약간의 좌절과 꽤나 깊은 시름에도 흔들리지 않게 하는 단단한 믿음을 갖게 된 큰 계기가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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