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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Sep 13. 2023

넷. 영국 / 현지인스럽게 다니기

포토벨로/브릭레인/타워 브릿지



“앗, 진짜 영국 날씨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을 보니 하늘이 심상치 않다. 금방이라도 한바탕 비가 쏟아질 듯. 맙소사. “진짜 영국의 날씨”를 제대로 느껴보겠구나. 캐리어 깊숙하게 넣어 둔 우산을 챙겼다.  

▶흐릿한 바깥 날씨에 불길... 빨래도 말라야 하는데 큰일이다 싶었다.  


“결국 쏟아지는구나! 으아아아아”
동현이는신발이 젖는다고 난리, 나는 기껏 공들여 (무려 20분 간)동글동글 만들어 둔 드라이 머리가 풀어져서 난리. 작은 우산 하나 안에 186cm짜리랑 170cm에 거구의 여자가 아옹다옹하면서 쏟아지는 비를 아슬아슬하게 피해갔다. 


영국의 비는 정말 작정하고 내린다. 하늘에 구멍이 엄청 크게 뚫린 것 같이 “우왁”하고 내린다. 습기 때문에 꿉꿉한 것도 짜증이 나는데, 도대체 멈출 것 같지 않은 비를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영국 사람들은 우산도 쓰지않고 그냥 걸어간다. 우산을 쓰고 다투는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동양인들이거나, 명품 가방이나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뿐.(부럽다!)  


“지하철이다!”
저 멀리 ‘UNDERGRAUND'가 보인다. 만세!
재빨리 오이스터 카드를 꺼내었다. 카드도 축축하다. 윽! 지하철을 타니 사람들 몰골이 말이 아니다. 미역을 얹은 것 같은 여자, 비에 젖어서 소갈머리가 다 드러난 남자, 빗물 때문에 옷이 완전 젖은 아이까지. 그런데 모두 태연하다. 자리에 우산도 없으니 서로 부딪히거나 할 일도 없다.

...이걸 효율적이라고 해야할지...  


“누나! 완전 신기해!”
우산을 펼치지 위해 먼저 개찰구를 나선 동현이가 다급하게 외친다. 혹여 비가 더 온다고 그러는 건 아닐지 조마조마했다. 엥? 빛이 난다? 응? 심지어 덥다! 약 20여분 지하철을 탔을 뿐인데 날씨가 20분전 그 날씨가 아니다. 이글이글 불타는 햇빛, 따스한 바람이 분다. 이래저래 영국의 날씨는 갈대같다.  

▶날씨에 적잖이 멘탈이 나가버린 볼빨간 하방구. 오른쪽에 보면 우산을 쓴 관광객이 보이는데, 한국사람이었다.  


“알록달록, 정말 귀엽다!”
포토벨로 마켓은 큰 길을 따라 주욱 걸으면 되는 코스다. 구역별로 의류나 잡화, 음식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골동품도 많다. 귀여운 영국 병정도 있고, 예쁜 레이스 커튼이나 빈티지 용품이 가득하다. 사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말았다. 흑흑.  


“크레페페페, 왜 안달아?”
킁킁,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넓적한 크레페를 팔고 있다. 우리는 그 냄새에 이끌려 하나씩 사먹었다. 잉? 근데 크레페가...... 짜!!!!!!!!!!! 우앜  


▶완전 chic한 크레페 쉐프. 무심하게 만들어주지만, 마지막에 '두명이니 반으로 잘라줄게'라며 웃어주었다 :) 



▶엄청난 누텔라의 압박.

▶한입 먹기 전. 달달한 냄새에 좋아했지만..후후. 우리는 바나나+누텔라 조합이어서 괜찮았는데, 내 앞에 딸기랑 바나나 한 사람들은 몹시나

   울었을 듯.
  

“오오 노팅힐!”
명품 영화 ‘노팅힐’의 배경이 된 포토벨로의 한 서점.(실제 영화에 나온 서점은 아니라고 한다. 힝) 동현이가 신이나서 노팅힐 속 주인공 이야기를 해준다. 난 안봐서 몰라-라고 하니 뜨악한 표정이다. 흥!  


▶'노팅힐' 이지만 서점은 아닌 기념품 상점. 혹시 영국 기념품 구매하실거라면, 이곳에서 구매추천^^ 가격대비 예쁜 기념품이 많다.

▶▶하늘이 엄청 예뻐서 찍었는데 역광작렬. 하지만 덕분에 하늘이 더 예쁘게 나왔다.
  

“누나, 슬랭키야!”
<토이스토리>의 귀여운 강아지 슬랭키 장난감이 동현이의 시야에 꽂혔다. 내 눈치를 슬쩍 살핀다. 네가 그럴 줄 알고 네 용돈 넣어놨으니 그걸로 네가 사고 싶은 것을 알아서 사렴-이라고 말해줬더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버렸다. 몸을 구겨서(?) 넣으니 아연실색! 귀여운 슬랭키가 얼마나 아프겠냐고 헛소리다. 나는 더 구깃구깃 넣어주었다. 으하하하하.  

▶슬랭키의 슬픈 눈. 결국 품에 꼬옥 안고 왔다. 에잇 번거로운 아이-  

+포토벨로 이야기 :)  




▶다시 돌아가는 길에 있던 '부자 동네'(우리끼리 지은 이름) 세련된 거리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델처럼 찍고 싶었지만 망해쯤

▶▶영국의 대문호 '조지 오웰'의 생가. 영국 런던을 돌아다니다가 '파란 동그라미'가 붙어있는 집을 보면 나도 모르게 뛰어가서 어떤 인물과 관련이있는 곳인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누나 우리 저거 먹고 가자”
포토벨로에서 신나게 놀고, 오후에는 ‘브릭레인’으로 갔다. ‘브릭레인’은 ‘포토벨로’처럼 지하철에 내려 바로 있는 곳이 아니고, 그렇다고 ‘여기서부터 브릭레인 마켓입니다’라고 안내도 되어있지 않다. (그냥 ‘브릭레인가’를 따라 주욱 걷다가, 골목골목을 둘러보면 된다.)
배도 고프고, 브릭레인은 안나오고.. 할 수 없어 밥도 먹을 겸, 길도 물을 겸, 아랍 아저씨가 만드는 케밥&버거집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따뜻한 감자튀김 위에는 '치즈'가 최고일거라 생각했는데, 달디단 맛이 강한 케첩을 듬뿍 뿌려 먹으니 천상의 맛이 따로 없었다!  


“여기저기 그래피티 정말 많다!”
어디를 찍어도 ‘GD'처럼 나온다고 우리는 대흥분.(옷은 그지꼴이지만..흑흑) 뱅크시의 그림을 찾아 나섰지만, 굳이 뱅크시가 아니어도 훌륭한 그래피티가 많이 있었다. 브릭 레인은 각종 빈티지 마켓이 많았고, 킬로그램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중고명품도 판매한다)  

+브릭레인 이야기 :)  






▶옷 안에는 소매치기를 대비해서 가방을 멘 후에 코트를 입었더니.. 흡사 '에일리언'이 나올 것 같은 흉물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가다가다 지쳐서 쉬는 중인 동현. 흡사 '철이와 미애'의 '철이'같다. 금방이라도 춤을 출 것 같구나. 덩실덩실.

   이 동네 사람들(?)은 길가에 앉아 잘만 쉬더라는. 처음에는 정말 어색하고 이상했는데, 이제는 길가다가 힘들면 쉬었다 가는게 자연스러워졌다.  


“누나, 타워 브릿지 한 번 더 보고 가자!”
첫날 저녁의 감동을 잊지 못한 동현. 영국 떠나기 전 타워 브릿지의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고 한다. 우리는 ‘브릭레인’에서 ‘타워 브릿지’까지 살랑살랑 걸었다. 좁은 골목도 지나고, 넓디 넒은 차도를 지나면서 영국의 작은 것 하나 놓칠 수 없다는 듯 꼼꼼하게도 구경했다.  


▶언제 또 오겠어? '타워 브릿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현이.


  

“밝을 때 봐도 참 멋지다”
‘타워 브릿지’ 시작과 끝에 있는 고소한 캐러멜 땅콩 ‘냄새만’ 맡으며(땅콩 먹으면 속이 안좋아져 냄새만 듬뿍 맡았다.) 타워 브릿지를 걸었다. 둘 다 별 말도 없이 슬슬슬 걸었다. 서로가 원하는 포인트에서 사진도 찍고, 타워 브릿지를 보며 ‘우리 한국 가서 뭐하지’ 라는 현실적인 질문에 ‘에라 모르겠다’하고 웃고 떠들고. 어쩌겠는가, 지금 생각해 봤자인걸-*  


“나, 걸으면서 해보고 싶은 게 있다”
동현이가 워낙 단호하게 말하길래 대단한 것인가 했더니, ‘길을 걸으며 피자 한 조각을 먹는 것’이란다. 까짓것! 당장 근처 피자가게에서 따끈한 피자 한 조각씩 들고 서로의 것을 먹으며 숙소까지 걸어갔다. (아무것도 없는 토핑이 이렇게 맛이 좋은 줄 몰랐다.)  


▶내 얼굴보다 큰(엄청 큰!!!)피자 한 조각을 들고 영혼이 나가버린 이남매  

오늘도 역시.. 시간 안 보고 '아직 많이 밝지만, 피곤하니 들어가서 좀 쉬자!'라고 하면서 집에 들어왔더니.. 세상에, 시간이 저녁 7시가 넘었다!

둘 다 '조금만 쉬자-'라고 하다가 선잠이 들어버렸다.  


“누나, 런던은 어땠어요?”
밤 10시. 진효랑 동현이랑 셋이서 PUB에서 맥주 한 잔 들이키면서 ‘런던’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보다 작았고, 생각만큼 멋있었고, 생각 이상으로 좋은 곳-이라고 했더니 그럴 줄 알았단다. 살고 싶다고 했더니, 그러면 내가 느낀 감동을 느끼기 힘들 것이란다. 하긴, 같은 곳이라도 ‘실제 살고 있는 곳’과 ‘잠시 여행으로 들린 곳’은 차이가 난다.  


▶나에게 '생맥주가 맛있어요'를 알려 준 영국 생맥주- 


몇 년 전,  중국 친구가 우리집에서 1박 2일 머문 적이 있다. 친구는 경주에서 우리집으로 오는 길과 건물들, 산과 바다를 보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특히 우리집 베란다에서 보이는 거대한 유조선과 아름다운 바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귀여운 놀이터, 급기야는 우리집 근처 해수욕장이 ‘말리부 해변’ 못지않게 아름답다고 극찬을 한다. ‘외국인이니 그럴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대구나 부산 등지에 사는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도 감탄을 마지 않는다. 내가 당연하게 보아 온 광경들을 특별하게 보다니. 아마 진효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내일은 프랑스 파리로 갑니다”
카카오* 가족 단체방에 오늘 찍은 사진을 전송하고 나서 한 줄 적었다. 오늘은 영국, 내일은 프랑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일정이다. 해보면 별 것 아닌데, 무엇이 그렇게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내일이면, 이 지도들이랑도 안녕이구나- 흑-  


*이남매의 E팁!

제대로 유럽을 보려면 '쉼 없이 걷고, 관광지보다는 철저히 현지를 돌아다녀라!'


혹자는 나에게 '유럽 여행 다녀와서 아쉬운 것 없어요'라고 물어본다. 15박 16일 동안 4개국을 돌아다녔다. 일정 이야기를 하면 '생각보다' 별로 돌아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난 아쉬운 것이 없다. 단지 그리울 뿐. 내 독특한 여행 스타일 덕분인 듯 하다. 


나는 '관광명소'를 일부러 쫒아다니지 않았다. 꼭 내가 가야 할 만한 가치가 있고, '재미있는 곳'이아니면 가지 않았다.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정말 보고싶은 작품을 중심으로 둘러보고, 관심이 없던 부분은 슬쩍 둘러보는 정도로 그쳤다. (그래서 나는 패키지가 참 싫다.. ㅜ_ㅜ) 


그리고 나는 '현지인이 다니는 곳' ,'현지인 스럽게' 다니기로 했다. 외국인이 없는 곳이라 조용하고, 이곳만의 맛과 멋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관광지 중심으로 빠듯하게 돌아다니지 않아서 '시간'에 쫒기지 않았고, 그 덕분에 한적한 공원을 산책하거나, 걸어서 30-1시간 거리도 살랑살랑 걸으며 다양한 볼거리를 즐겼다. 

타지 말고 걷자, 많은 거리를 다니자! 여행의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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