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가득한 개인 기록용 감상문
2025.02.25.
오컬트, 좋아한다. 하지만 ‘퇴마록’을 읽지 않았다. 이 무슨 어불성설이냐 하면 오컬트를 좋아하지만 겁이 많아 공포 비스무리한 걸 보지 않았다. 공포물에 꽤 담담해진 건 성인이 되고 나서도 시간이 많이 지나서이니 말로만 읽어야지 하던 작품이 영화로, 그것도 애니메이션으로 나와서 기뻤다. 물론 원작에 비하면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이건 문자와 영상의 차이 탓이 크다— 충분한 기대감을 가지고 극장에서 보았다. 한 푼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원작을 모르기 때문에, 영화로만 판단해야 겠다. 모르는 걸 언급할 순 없잖아?
내용은 해동밀교 서교주의 광기를 예언에 따라 막는 것이 큰 줄기이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인물들에 대한 소소한 과거를 다루는 것이 가지라고 볼 수 있겠다.
재밌다. 충분히 극장에서 봐도 좋을 만하고, 요즘 트렌드에도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도 예언에 따라 선이 악을 물리친다, 는 왕도 스토리이니 부담이 없다. 원작을 몰라도 결말을 아는 것처럼 위기 상황에도 마음이 편하다고 할까. 또한, 자막이 나와서 놀라면서 좋았다. 아무래도 오컬트 영화에는 한 번에 듣고 알아차리기 어려운 용어가 자주 나오니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성우들의 연기가 좋지 않다거나 발음이 뭉개져서 안 들리는 건 아니다. 친절한 자막. 아주 좋다.
다만, 뭔가 아쉬웠다. 내용도 좋고, 때깔도 좋고, 다 좋은데, 뭔가 아쉽다. 정말 2% 부족한, 그 알 수 없는 미묘한 아쉬움이 계속 남았다. 단적으로 주인공이든 배경 인물이든 걷거나 뛰는 장면이 어색했다. 어기적 대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액션인 좋은데, 왜 걷는 건 자연스럽지 못할까. 연출도 조금 아쉬웠다. 이런 건 대부분 시간과 돈 문제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뭔가 더 나은 연출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초반 박 신부와 아스타로트가 맞붙은 장면은 연출도 좋았는데, 막상 마지막 서교주(강림 모드)와 결판을 짓는 연출이 뭔가 아쉬웠다. 드래곤볼에서 볼 법한 힘과 힘으로 맞붙다 사라지는 장면이 떠올랐다. 준후의 전기 표현 때문인지, 박 신부와 현암이 보여줄 수 있는 맨손 싸움 표현 때문인지, 아쉬웠다. 이대로도 나쁘지 않지만, 더 잘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또, 인물들의 행동 이유를 설명해야 하니 회상씬이 잦은데, 등장 인물들이 또 많아서 계속 플래시 백이 반복된다. 그러다보니 템포가 끊긴다. 그 회상도 길게 뽑을 수 없으니 인물에 대해 충분히 몰입하기 어렵다. 특히, 현암 같은 경우가 그렇다. 박 신부는 이목을 사로잡아야 하는 인트로를 맡았고, 준후는 영화의 메인 플롯을 담당하니 그나마 낫지만 현암은 툭 튀어나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상영 시간을 늘리거나—돈이 문제다— 극장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시리즈 애니메이션이었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니까 감안하고 봐야지, 싶다가도 왜 감안해서 봐야 하지? 란 생각이 든다. 물론 이만큼 발전했고, 충분히 이대로도 재밌지만 더 재밌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쉽다. 아쉽단 말만 계속했지만 재밌다. 극장 가서 봐도 충분히 아깝지 않다.
손익 분기점이 100만이라는데, 많이들 봐주셨으면.
이왕 볼 거라면 극장에서 봐주세요.
뒷 이야기도 극장에서 보고 싶거든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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