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가득한 개인 기록용 감상문
2025.07.03.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탑건 : 매버릭’으로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감독이다. 이름이 특이해서 외우고 있었는데 그가 F1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고 하여 기대를 했었다. 거기에 빵형이 나온다고? 안 볼 수 없었다. F1을 소재로 한 나이 많은 드라이버가 트랙에 복귀한다, 정도만 알았다. 내 나름대로 나이 많은 드라이버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내용이 주된 스토리겠거니, 하고 보았다. 큰 틀에서 보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딱 맞는 예상은 아니다.
내용은 심플하다. F1 유망주인 소니 헤이스는 사고로 트랙에서 벗어난다. 그로부터 그는 여러 레이싱 경기를 전문 도박꾼처럼 전전하며 우승을 거머쥔다. 그런 그에게 옛 동료 루벤이 찾아온다. 그가 소유한 에이펙스 GP는 만년 꼴찌. 루벤은 남은 시즌 동안 1승을 거두지 못하면 이사회에서 잘릴 위기. 루벤은 소니에게 1승이라도 거둬 팀을 유지하고 싶다고 F1 시트를 내어준다. 소니는 망설인다. 소니는 식당 여주인에게 친구가 돈 상관없이 최고로 좋은 기회를 줬는데 어떻게 할 거냐 묻고, 그는 그러면 망설일 필요가 있냐고 답한다.
소니는 에이펙스 GP에 합류한다. 팀에는 루키 조슈아 피어스가 있었다. 조슈아는 레이스를 잘하지만 스폰서나 SNS 등 여론을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 조슈아는 늙다리가 갑자기 나타나니 좋아할 리 없다. 거기에 이것저것 아는 척하고 훈수를 두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팀에서도 비슷하게 소니를 대한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일을 겪고 팀과 조슈아는 소니를 인정하고 팀원으로 받아들인다. 팀원으로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소니가 팀을 바꿔버린다. 좋지 않은 상황을 유지하려는 팀 성격을 활기차고 의욕적으로 바꿔 버린다. 물론 위기도 찾아온다. 소니의 작전에 조슈아가 다치고(이건 조슈아 잘못이 크지만) 내부에서 거짓 보고서를 제출해서 머신 성능을 떨어뜨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상황을 원상태로 바꾸고 소니와 조슈아는 팀메이트로서 서로를 돕고 소니가 마지막 레이스 아부다비에서 우승을 거머쥔다. 꿈에 그리던 F1 포디움이지만 소니는 우승컵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다른 레이스를 찾아 떠난다.
‘탑건 : 매버릭’을 봤을 때도 느낀 거지만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관객이 무얼 원하는지 안다. 어렵지 않은 이야기에 적절한 갈등과 적당히 매운 맛도 섞어서 155분이나 되는 긴 러닝 타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다만 갈등과 해소에 대한 방법이나 타이밍이 읽혀 스트레스 없이 볼 수 있지만 예측되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재밌었다. 스크린에서 봐야하는 영화가 있다면 이런 영화다. 큰 화면에서 빵빵한 사운드로—영화관에 뒤지지 않는 환경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즐겨야 하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과 빈약한 사운드면 이만큼의 감동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F1은 기사나 넷플릭스 시리즈 ‘본능의 질주’ 정도만 보는 정도인데도 이만큼 재밌는데 F1 팬들은 더욱 재밌을 것이다. 실제 F1에서 활약하고 있는 드라이버나 팀, 감독, 기자들도 다수 나와서 반갑다. 유명하고 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대사 한 줄씩이라도 주는데 그들이 연기하는 모습이 괜히 웃기기도 하고 자연스러워서 놀랐다. 루이스 해밀턴이 제작에 참여해서 그런지 최종 보스 느낌으로 등장한 것도 재밌었다. 그를 이기는 건 말이 안되는지 조슈아가 박아 버려서 리타이어시키는 방법은 영리해 보이기까지 했다.
‘F1 : 더 무비’는 판타지 요소—낭만을 챙겨서 좋았다. 같은 팀원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는 모습, 그리고 경험이 많은 선배가 유망한 후배를 이끌어주는 모습은 무협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건 경기가 재밌어서도 있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선수들의 서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소니와 조슈아의 관계를 알고 있는 팬들은 마지막 경기에서 소니가 우승하는 장면과 조슈아가 드라이버로서 성장한 모습을 보고 감동 받지 않았을까. 이런 걸 보면 인간은 스토리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굴곡 있는 인생을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 인생을 사는 당사자는 굴곡 없이 평탄하기를 바라겠지만.
흥행이 순항 중이라 속편 이야기가 솔솔 나오는 모양인데 과연?
+ 빵형은 나이 먹을수록 진짜 멋져진다. 그리고 영화 찍기 힘들어서 은퇴하고 제작자 한다고 몇 번이나 한 거 같은데 그냥 은퇴하지 말고 열심히 영화 찍어요!
+ 쿠키는 없다.
#조셉코신스키 #F1더무비 #브래드피트 #영화 #영화감상 #기록 #20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