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성 라퓨타

스포 가득한 개인 기록용 감상문

by 송건자
‘천공의 성 라퓨타’ 포스터

2026.1.21.


지브리 작품을 거의 다 보았고 자주 보았지만 ‘천공의 성 라퓨타’는 한 번만 보았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예전에 쓴 기록을 보니 별 3.5점. 나쁘지 않게 봤다는 뜻이다. 그런데 오늘 극장에서 봤는데 정말 최고였다. 최근에 나온 작품까지 전부 포함에서 다섯 손가락, 아니 한 손가락에 꼽고 싶을 만큼 좋았다. 작품이 발전할수록 감독의 경험이 쌓일수록 스토리 이외의 것들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지브리 초기 작품 대부분은 자연과 인간에 대해 말한다. ‘나우시카’도 그렇고 ‘모노노케 히메’도 그렇다. 메시지가 들어가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재미만을 추구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라퓨타’가 그렇다.


‘라퓨타’는 하늘에서 떨어진 소녀 ‘시타’와 소녀를 지키려는 소년 ‘파즈’가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둘을 잇는 라퓨타라는 존재와 그것의 존재를 알수록 밝혀지는 진실들. 소년 소녀의 성장과 해피엔딩. 감동적이다.


‘라퓨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공식적인 첫 작품이라던데 이후 나올 작품의 원형으로 보였다.

Boy meets girl. 소년다운 소년. 소녀다운 소녀. 곤경에 처한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달려 나간다. 맛있는 음식. 말괄량이 할머니. 덜 떨어졌지만 착한 어른들. 야망을 꿈꾸고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악인. 가벼운 유머. 해피엔딩.


초기 작품이라 그런지 선과 악이 명확하다. 특히 악인이 확실하게 나쁘다. 무스카는 시타와 마찬가지로 라퓨타의 왕족이라는 설정 말고는 과거 어떤 일이 있었고 야망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른다. 만약 있었다면 그를 동정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우시카’에서 크샤나는 바람계곡을 습격한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정이 있었다라는 설정이다. 무스카는 시종일관 나쁜 역할을 맡고 있어서 그를 동정하거나 다른 해석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영화의 시작이 인상 깊이 남았다. 라퓨타가 뭐고 비행석이 뭐고 시타는 어떤 아이고 무스카는 어떤 아이고 세세한 설명 없이 사건 한가운데 관객을 집어 던진다. 해적—도라 일가가 비행석을 강탈하기 위해 비행선을 습격한다. 무스카는 시타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음식을 거부하는 장면은 둘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거기에 틈이 있을 때 시타가 무스카를 와인병으로 내리치는 모습은 의심을 확신으로 만든다. 대사 없이 행동과 상황만으로 인물 관계를 그리고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끌어당기는 걸 보면서 감탄했다.


‘라퓨타’는 의미를 꼬지 않아서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클리셰라 할 수 있지만 클리셰는 클리셰인 이유가 있다. 적절한 고난과 좌절, 그것을 딛고 뛰어가는 아이들. 그리고 희망찬 미래까지 전부 마음에 들었다. 옛 작품이 무조건 좋다는 주의는 아니지만 과거 명작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건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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