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결혼이야기, 2019

영화 리뷰

by 나썽

찰리는 뉴욬에서 활동하는 촉망받는 감독이고, 니콜은 무명배우이자 찰리의 아내이다.

찰리를 존경했던 니콜은 결혼생활 내내 찰리를 배려했다.

남편의 커리어를 위해 자기 의견은 뒤로 했고, 그의 아들을 낳았고,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무의식적 압박도 감수했다.


아내, 엄마가 아닌 '자기'라는 존재가 서서히 사라지고있음을 느끼던 니콜에게

어느날 LA에서 촬영하는 드라마 캐스팅이 들어온다.

잃어버린 자기를 찾고 싶었던데다 늘 고향 LA에서 살고 싶어했던 니콜은

기쁜 감정을 찰리와 공유하고 싶어하지만, 찰리는 니콜에게 공감하지 못한다.

실망한 니콜은 찰리에게 이혼을 고한다.


찰리는 결혼생활 내내 좋은 남편과 아빠였고 자신의 커리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찰리는 니콜이 점점 지루한 사람이 되고 있음을 느꼈지만

그녀의 심경변화를 알아채지 못했고 니콜의 인생에 자신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커리어에 집중했고, 그것이 이 문제도 해결해줄거라 생각했다.


Marriage.Story.2019.1080p.WEBRip.x264-[YTS.LT].mp4_000472833.png


두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음에도 이혼을 결정한다.

상담사가 이혼을 재고하기 위해 서로의 장점을 적은 편지를 읽어보라고 했을 때

니콜이 거부했던 이유는 자신의 마음이 흔들릴까봐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이혼과정이 평화롭고 원만하기를 바라는 찰리와 니콜은 변호사없이 이혼하기로 약속했지만

니콜은 이혼을 결심한 마음이 약해지지 않기위해 동료가 본인 인생의 구원자라고 부르는

이혼변호사를 '노라'를 만나러 간다.


자신을 인정하지않 남편, 이혼에 반대하는 엄마, 자기만 따르는 아들.

무거운 짐을 지고 외로운 싸움을 하는 니콜을 노라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돈이 목적인 변호사의 영업 활동으로 보였겠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보다 나에게 공감하는 사람의 말을 더 신뢰하게 되듯이,

니콜은 노라가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라고 느끼고 노라를 자신의 이혼변호사로 고용한다.


Marriage.Story.2019.1080p.WEBRip.x264-[YTS.LT].mp4_003524041.png


니콜에게 이혼소송장을 받은 찰리는 이혼변호사를 구하기위해 애쓴다.

극단운영도 해야하고 아들과 친목도 쌓아야 하는 바쁜 와중에

찾아가는 변호사마다 니콜이 먼저 상담했다는 이유로 변호를 거부하고,

찰리는 결국 장모님의 도움으로 '버트'라는 한물간 변호사를 고용한다.

찰리는 변호사의 개입으로 일이 복잡해지는 상황의 탓을 니콜에게 돌리고,

니콜은 찰리의 외도를 지적하며 맞불을 놓는다.


니콜과 찰리가 각자의 변호인과 함께 사무실에서 대면한 자리에서

부부의 감정은 무시되고, 그들의 결혼생활은 변호사들의 비즈니스 수단이 된다.

이혼의 당사자인 부부는 주도권을 잃고, 그들이 원했던 원만한 이혼은 점점 멀어진다.

노련한 변호사 노라에게 양육권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버트는 찰리에게 아들을 LA에서 지내게 하고, 돈을 빼앗기지 않는 것에 만족하라고 하지만

뉴욕에서의 커리어도, 아들도 포기하기 싫은 찰리는 제안을 거절하고 법정행을 택한다.


Marriage.Story.2019.1080p.WEBRip.x264-[YTS.LT].mp4_005180583.png


찰리는 버트를 해고하고 다른 유능한 변호사와 법정에 나타난다.

법정에서의 논쟁은 사무실에서의 논쟁에 비하면 간지러운 수준이었다.

변호사에게 공유했던 사적인 정보들은 상대방을 찌르는 칼이 되었고,

부부가 나눈 소소한 대화들은 상대를 무능하게 만들수 있는 치명적 결함이 되주\었다.

법정에서 니콜은 찰리에게 기생해서 연기를 이어가려는 삼류 배우였고,

찰리는 니콜을 이용해서 극단을 운영하는 이기적인 연출가였다.

퇴근 후 가볍게 와인을 마셨던 니콜은 알콜중독자였고,

카시트 설치를 깜빡한 찰리는 아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아빠였다.

니콜과 찰리는 만신창이가 되고, 법정에서의 싸움은 양육권에서 재산분할까지 번진다.

판사는 전문 감정인의 가정방문으로 양육권을 결정하자고 판결한다.


Marriage.Story.2019.1080p.WEBRip.x264-[YTS.LT].mp4_006045500.png


일이 너무 커진 것을 우려한 니콜을 찰리를 찾아간다.

감정인을 집으로 부르는 것이 부담스러운 두 사람은 합의하기 위해 대화를 시도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서로에 대한 증오와 원망의 배설로 번진다.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방법이 몰랐던 두 사람이지만 서로에게 상처주는 방법은 잘 알았다.

찰리와 니콜은 서로를 저주하지만, 그 고통은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돌아왔다.

합의를 만들지 못한 두 사람은 각자 가정면담을 준비한다.


면담 후 찰리는 아들과 뉴욕에서 사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뉴욕으로 오라는 주장을 접는다.

그들은 원만하게 이혼한다.

이혼 성사 후 두 사람이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워진 환경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영화는 노래로 표현한다.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상반되는데 찰리는 자신을 살아가게 해주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노래

'being alive'를 부르고, 니콜은 이미 남편과 이혼한 엄마, 언니와 함께 발랄한 댄스 노래를 부른다.

이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을 통제하고 있음을,

여자는 남자를 살아가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도 살아가야 하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야함을 시사한다.


Marriage.Story.2019.1080p.WEBRip.x264-[YTS.LT].mp4_007868291.png


시간이 흐른 뒤, 아들과 할로윈을 함께하기 위해 찰리는 LA 니콜의 집을 방문한다.

찰리는 업무차 당분간 LA에 머물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찰리가 LA에 살게 되었다는 것은

뉴욕 성향의 찰리가 LA 성향의 니콜을 이제 이해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찰리는 우연히 이혼을 시작할 때 니콜이 쓴 장점편지를 보게 되는데

장점 편지는 '나는 평생 그를 사랑할 것이다' 라고 마무리된다.

여기서의 사랑은 남녀간의 애로스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써의 사랑일 것이다.

거기에 이혼 과정의 전우애가 합쳐져 그들의 사랑은 더 커지고 단단해졌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니콜은 찰리의 풀린 신발끈을 묶어준다.

변호사들과의 첫 대면에서 음식 주문을 버벅대던 찰리 대신 니콜이 메뉴를 골라준 것처럼,

그들이 적이 되지 않았고, 끝까지 편으로 남았다.


영화의 내용인 이별 이야기는 모두가 겪어봄직하여 특별하지 않지만

사랑하는 연인이 헤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포착함으로써

결혼이라는 제도, 사람간의 관계, 현 시대 여성의 위치, 성숙한 사랑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고찰하게 만드는 이 영화 자체는 평범한 재료로 만들어진 고급 요리처럼 특별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나와 그 자매들,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