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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와 그 자매들, 1986

영화리뷰

by 나썽

"겉으로 드러나든 아니든 불안정했던 상태의 세 자매가

남편, 전남편, 애인, 그리고 서로와의 관계를 통해

각자의 불안을 극복하고 안정을 찾아가는 이야기"



우리 앨런을 좋아한다면,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면,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라는 소재가 궁금하다면,

아줌마여도 예쁜 미아 패로우가 궁금하다면,

뉴욕의 가을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인생의 통찰까지 느끼고 싶다면,



보세요,

한나와 그 자매들






<한나 : 첫째>

한나는 두번째 남편 엘리엇과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한나의 첫번째 결혼 상대는 미키였는데, 미키가 한나를 임신시킬 수 없어서

이웃의 정자로 인공수정한 아이와 입양한 아이를 키우던 그들은 결국 이혼을 했다.

현재 한나는 엘리엇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


<엘리엇 : 첫째의 남편>

엘리엇과 한나는 서로 사랑한다.

그런데 엘리엇은 한나의 막내 동생인 리도 사랑한다.

엘리엇의 한나에 대한 사랑은 편안함과 존경이고, 리에 대한 사랑은 설렘과 욕정이다.

리에 대한 욕망을 참지 못한 엘리엇은 리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한나와 이혼할거라고 말한다.


<리 : 셋째>

예술을 좋아하는 리는 나이 많은 화가와 동거 중이다.

엘리엇의 고백을 받은 리는 리는 당황하지만 예술에 조예깊은 형부에게 좋은 감정이 있었고,

동거 중인 화가의 히스테리에 지쳤기 때문에 엘리엇의 마음을 받아준다.


<미키 : 첫째의 전남편>

한나의 전남편 미키는 방송연출가이면서 건강염려증 환자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드나들던 그는 큰 병이 의심된다는 의사의 진단에 절망에 빠지고,

큰 병원을 찾아가 정밀 진단을 받는다.


<홀리 : 둘째>

한나의 둘째동생 홀리는 마약을 끊은지 얼마 안된 배우지망생이자 노쳐녀이다.

요리를 잘한다는 주변의 말에 홀리는 친구와 케이터링 사업을 하려고 한나에게 돈을 빌린다.

홀리는 사업중에 한 건축가를 만나게되는데, 그는 홀리를 여자로써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

오디션에도 떨어진 상심한 홀리는 직접 시나리오를 쓴다.


<엘리엇과 리>

엘리엇은 완벽하고 사랑스러운 자기밖에 모르는 한나와 이혼하고

처제와 결혼할 생각을 하는 자신이 한심스럽다.

동거남과 갈라선 리는 언제 이혼할거냐고 물어보지만 엘리엇은 확답하지 못한다.

리는 언니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한나>

한나가 엘리엇에게 요즘 고민이 있냐고 묻자 엘리엇은 어색하게 아니라고 한다.

한나가 엘리엇의 아기를 갖고 싶다고하자 엘리엇은 돌연 화를내며 자리를 피하고,

한나는 변한 엘리엇의 태도가 신경쓰인다.


<미키>

미키는 정밀 진단결과가 종양이었으면 자살하려고 총까지 샀지만 결과는 이상없음이었다.

행복감과 함께 인생에 대한 허무함을 동시에 느낀 미키는 직장을 그만둔다.

사람은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그는 카톨릭으로 개종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홀리와 한나>

홀리가 쓴 시나리오를 가족들은 재미있어하고 홀리는 자신감을 얻는다.

하지만 한나는 홀리의 시나리오가 자신과 엘리엇의 이야기라고 확신하고 분노한다.

홀리의 시나리오처럼 자신이 너무 완벽해서 정이 가지 않는 사람인지,

홀리가 어떻게 자신과 엘리엇의 부부생활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지를 추궁하지만

홀리는 한나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둘러대고 한나의 불안은 커진다.


<엘리엇과 리와 한나>

엘리엇이 이혼을 하지 않고 갈등하는 사이 리는 다른 남자를 만난다.

리와 엘리엇은 서로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엘리엇은 다시 한나에게 정착하고, 리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미키와 홀리>

미키와 홀리는 한나의 소개로 만나 최악의 데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가게에서 우연히 마주친 미키와 홀리는 최악의 데이트를 회상하며 사과한다.

두 사람은 서로가 그때와는 달라졌음을 느끼고, 홀리의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홀리의 시나리오는 건축가와 케이터링사업을 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이다.

한때 처제와 형부 사이였던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홀리는 미키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


<한나, 엘리엇, 리, 미키, 홀리>

이 영화의 기막힌 점은

첫 장면에서의 주인공의 욕망 '처제와 결혼하고 싶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이루어긴 하는데, 그 욕망의 주인공이 바꾼다는 것이다.


한나의 현남편과 막내동생의 불륜이 아니라,

한나의 전남편과 둘째동생이 커플이 되는 방식으로

우디앨런은 형부와 처제의 사랑을 합법적으로 이루어 낸다.


불안정했던 등장인물들이 안정감을 찾아가는 계기들도 너무나 코믹하다.


여자로써의 촉이 제거되어 버린, 가족만 지켜지면 만족하는 한나

존경스런 남자에게 당했으면서, 또 다시 존경스런 남자를 만나 행복해하는 리

처제와의 불륜 후, 처제에게 차인 것으로 죄책감을 덜고 평안을 찾는 엘리엇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옮겨적은 것 뿐인 시나리오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홀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짜 신앙으로 극복하는 미키


영화는 우리가 욕망하는 것들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우리가 그 사소한 것들에 얼마나 진지하고, 정작 진지한 것에는 얼마나 사소한지를

유쾌하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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