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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 2018

이영왜좋

by 나썽

� 별로 / ⭐ 2.0

한줄평 : 혼자 사는 여성들에 대한 관심은 작고, 혼자 사는 여성들이 가진 공포라는 영화 소재에는 관심이 컸다.


1. 부실한 주인공 캐릭터.


주인공 경민은 은행원이다. 경민이 은행에서 또래 남자 손님을 만나고 적금을 권하는 시퀀스가 있다. 남자 손님은 적금을 들테니 커피를 마시자 하자 경민은 거절한다. 남자 손님은 꼬실땐 언제고 잔고에 돈이 없어서 무시하냐며 버럭 화를 낸다. 이 시퀀스에서 경민은 전형적이고 남자 손님은 입체적으로 묘사된다. 경민은 그냥 전형적인 소심하고 조용한 여직원 그 뿐이다. 남자 손님은 평범한 웃음 뒤에 자격지심과 열등감, 여성에 대한 혐오를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감정의 변화의 측면에서도 남자 손님이 훨씬 더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으로써의 매력도가 떨어진다. 실적을 위해 정말 손님을 꼬시려고 했다든지, 푼수떼기라든지, 강한척 하지만 목소리는 양처럼 떨린다던지 좀 더 캐릭터성이 부여되었어야 했다. 아무래도 남자 감독이어서인지 여성보다 남성에 대한 이해가 더 높기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한 주인공의 조력자인 효주 캐릭터가 더 매력이 있다. 직접 범인을 잡기 위해 경민과 효주는 폐가를 뒤지고 효주는 범인에게 공격당한다. 효주는 행동으로 자신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드러낸다. 그런데 경민은 자신의 캐릭터를 대사로 드러낸다. 겁쟁이인 나 자신이 싫다고.

주인공은 후반부에 연쇄 살인범과 몸싸움을 벌일 정도로 각성한다. 그러나 이 각성의 계기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겁쟁이 주인공이 용감해지는 결말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된다.


2. 캐릭터보다 스토리가 우선.

영화는 스토리를 진전시키기 위해 캐릭터를 이용한다. 경민의 직장 상사가 경민의 집이 몇호인지를 알고 찾아왔을 때, 경민은 상사를 의심하여 바로 경찰을 부른다. 주변 사람도 의심할 정도면 경민은 엄청난 노이로제를 겪고 있을 것 같은데, 이 정도의 노이로제는 표현되지 않았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경민이 혼자 사는 집이지만 남자 물건들을 가져다 놓아 남자가 함께 사는 집처럼 꾸며 놓은 것은 노이로제가 있는 여성이 하는 행위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여자들 누구나 하는 일상적인 행위이다. 여기에서 남성 감독의 한계가 느껴졌다. 여성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경민의 집에서 상사가 살해당하는데 경찰은 경민을 믿어주지 않는다. 이 것 또한 어거지같았다. 경민이 도데체 어떤 큰 잘못을 했길래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도 경민을 믿어주지 않고 되려 용의자라고 의심을 하는 것인지? 여성의 공포를 호들갑이라고 생각하고 먼저 도와주지 않는 사회, 범죄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사회를 표현한 것은 알겠다. 결국 경민은 회사를 그만둔다. 주인공을 위기로 몰고가야 하기때문에 몰고가는 비약이 존재한다.


범인의 정체가 단순 스토커가 아닌 토막살인 연쇄살인범이라는 것에서 많이 현실감이 떨어진다. 극적인 효과와 빌런의 강력함을 위해 흉악범을 선택한 것일 수는 있으나 꼭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 까. 여성의 입장에서 나는 이 영화의 목적이 혼자 사는 여성이 가진 공포와, 그 공포를 이해해주지 않는 사회를 관객들에게 묵직하게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혼자 사는 여성의 고충에 대한 공감이 아닌 연쇄살인범과의 한바탕 몸싸움 액션을 택한다. 공부 잘 하는 모범생이 만든 장르 영화이지 마음으로 공감하며 만은 휴머니즘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는 장르적으로 연출적으로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대를 하고 본 영화여서인지 그 선택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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