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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1965

이영왜좋

by 나썽


감독 : 아녜스바르다

장르 : 로맨스, 공포

별점 : ★★★★★

한줄평 : 예쁘다→발칙하다→뭐야 무서워…




좋은 점 1. 충격적인 결말

잉꼬부부의 남편은 본처를 사랑한다. 그리고 상간녀도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여자가 2명인 이 상태가 너무나 행복하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그는 본처에게 이 사실을 고백한다. 자신의 사랑은 줄지 않았다고. 오직 한명이 더 생겼을 뿐이라고. 본처는 알겠다고 이렇게 셋이 행복하자고 한다. 충격…

그녀는 잠시 후 호수에 빠져 자살한다. 남편은 상심에 빠진다. 그래, 이게 상식적이지. 이걸 받아들일 여자는 없지. 하는데. 영화는 또 한번의 충격을 선사한다. 자연스럽게 본처의 역할을 대체한다. 이이들도 상간녀를 엄마처럼 따른다. 남편은 다시 행복해진다. 발칙하고 공포스러운 해피엔딩이다.



좋은 점 2. 허를 찌르는 주제의식

이런 결말이 주는 영화의 메시지가 뛰어나다.

아녜스 바르다는 영화 방랑자에서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는 행복하고 긍정적인 관념인데 아녜스 바르다는 불행하고 부정적인 자유라는 동전의 뒷면을 보여준다. 고독하고. 무질서하고. 무책임한 면을.

이 영화는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행복에서 대상이 중요할까? 나는 너와 함께라서 행복한 것 같지만 사실 너가 아니어도 되는 건 아닐가? 나는 너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인간의 이기심. 하지만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나쁜 것인가? 대체 가능한 행복.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 행복한 삶을 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은 쉬울수도 있다. 참을 수 없는 행복의 가벼움.




좋은 점 3. 사진전을 보는듯한 영상미

사진작가인가 싶을 정도로 구도와 색감이 예쁘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답게만 찍은 게 아니다.

영상미가 발칙하고 공포스러운 영화의 결말과 아이러니한 주제의식을 더 부각시킨다.




생각 추가.

이 영화를 남자 감독이 만들었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이 여자였다면? 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남자 감독이 만들었다면 남자의 일부다처제 판타지를 투영한 영화라고 욕먹었을 수 있다. 주인공이 여자였다면 남자를 구워 삶는 꽃뱀이라고 욕먹었을 수도 있다.

여자 감독이 만든, 남자 주인공의 영화 이기에 이 영화가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철학적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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