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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럴드형제 Oct 08. 2020

디자이너가 싫어하는 디자이너

전직 기자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에세이 22




사람이 사람을 좋아할 때는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도 사람이 사람을 싫어할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이는 소위 직장 내 괴롭힘이나 사람 관계에 지쳐서 퇴사까지 하는 사유가 될 정도다.     


필자는 최근 다수의 미용사들에게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동료 유형에 대해 물었다. 이를 알아봄으로써 혹시 자기 자신도 이런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인지를 돌이켜보고 더 나은 미용실 근무 환경을 위해 각자 반성해보자는 의미에서다.     






디자이너가 싫어하는 디자이너의 첫 번째 유형은 역시나 ‘꼰대’였다. 살롱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에서도 나이를 막론하고 ‘꼰대 상사’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대표적 유형으로 꼽힌다. 미용사들은 ‘꼰대’ 동료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무시하는 태도 △텃새 조장 △일 떠넘기기 등을 언급했다.      


특히 디자이너가 인턴에게, 년차가 더 많은 디자이너가 년차가 더 적은 디자이너에게 하는 꼰대 짓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말하자면 살롱에도 일종의 직급체계와 위계질서가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꼰대 문화’였다.      


몇몇 미용사들에 따르면 ‘꼰대 미용사’는 자기보다 경력 혹은 직급이 낮은 미용사를 기본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심지어 같은 시기에 미용을 시작한 사이임에도 디자이너 승급시험에 합격하자마자 바로 아랫사람 대하듯 태도가 돌변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이런 견고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텃새 조장이 일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텃새란 현재의 본인 위치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타인의 위치를 억누르는 술수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수평적인 곳에서는 텃새가 발생할 수 없다. 위아래가 없으면 올라가려거나 밀리지 않으려는 마음 자체가 안 생긴다.     


다음으로 디자이너가 싫어하는 디자이너의 두 번째 유형은 ‘얌체족’이었다. 여기서 ‘얌체족’이란 상황에 따라 곧장 태세를 전환하고, 언제든지 말을 앞뒤로 바꾸며, 동료애라고는 1도 찾아 볼 수 없는 유형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예컨대, 어제는 자신의 편을 한껏 들어주며 형제, 자매처럼 맞장구를 쳐주더니 오늘은 다른 사람한테 정작 내 뒷담화를 시원하게 까고 있는 경우다. 이런 유형은 대체로 이간질에도 능숙한 편이라고.        



‘얌체족’ 유형에는 이런 경우도 있다. 



노력에 비해 비교적 수익이 적은 ‘커트 고객’은 어떻게든 회피하고 돈이 되는 ‘시술 고객’만 낚아채가는 케이스다. 어차피 돈을 벌고자 하는 일이기에 고객을 많이 받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겠지만 대놓고 ‘시술 고객’만 받으려는 그 뻔뻔하고 이기적인 태도가 얄미운 것이라는 전언.     


뿐만 아니라 ‘얌체족’ 중 인턴의 경우 디자이너들이 대부분 근접한 인턴에게 업무를 지시한다는 사실을 일찍이 간파하고 일부러 자주 흡연을 하러 간다거나 화장실을 빈번하게 가는 등 다른 인턴들이 바빠 죽을 때 혼자만 회피하는 고도의 기술을 쓰는 유형도 꼴불견 중 하나로 꼽혔다.     


이런 유형의 동료들과 같이 일하는 미용사라면 분명 피곤과 짜증을 느끼겠으나 우리가 긍정해야할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저렇지는 않다는 점이다. ‘꼰대 미용사’와는 달리 직급에 상관없이 동료들을 수평적으로 대하는 미용사도 분명히 존재하고, ‘얌체족’과는 달리 배려와 따뜻함이 넘실거리는 미용사도 확실히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할 시간에 누군가를 좋아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다. 



더 정확히는 그런 사람들과 친해지려는 노력이 더 가치가 있다. 그렇게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본인 스스로 ‘꼰대’가 되지 않고 본인 스스로 ‘얌체족’이 되지 않으면 된다. 당신이 좋은 사람이면 주위에 좋은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다. 꽃 주변으로 나비가 모이듯이.     


디자이너가 싫어하는 디자이너를 알아 본 이유에는 사실 디자이너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심산도 있다. 디자이너들이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는 딱 정반대인 ‘꼰대 미용사’가 아닌 ‘얌체족’이 아닌 그런 디자이너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변증법. 당신은 동료들이 같이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일까? 해답은 언제나 당신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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