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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럴드형제 Jan 17. 2020

‘미용사’라는 이름이 가진 진실

전직 기자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에세이 3


의미는 사용에 있다. ‘아우라’(Aura)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말이다. 무슨 거창한 얘기를 하려고 이런 어려운 서두로 시작하느냐는 분이 혹 있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는 지금부터 철학이 아닌, ‘미용사’라는 이름이 가진 진실에 대해 살펴볼 것이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의사를 부를 때 보통의 경우, ‘의사’가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호칭한다. 그 사람이 학창시절 나에게 학문을 가르쳐준 스승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우리는 일상 속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현상이 대표적으로 ‘의미는 사용에 있다’의 예시가 될 수 있다.    


축구공을 손으로 튕겨 농구 골대에 넣으면 이것은 축구공일까, 농구공일까? 이처럼 의미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사전적 의미로 ‘의사’는 스승 ‘사(師)’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는 사람들이 정말 자신의 스승이라고 여겨서 그렇게 부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자신보다 의학적 지식과, 경험이 더 많은 사람에 대한 존중심이 깃든 의미로서의 사용일 게다.




이 지점에서 ‘미용사’라는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미용사와 미용사끼리 ‘쌤’(=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주로 사용하고, 고객들도 미용사를 부를 때 보통의 경우, ‘미용사’가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호칭한다. ‘미용사’ 역시 사전적 의미로 스승 ‘사(師)’를 쓰고 있다. 그런데 의사의 경우처럼, 자신보다 지식과 경험이 더 많은 사람에 대한 존중심이 깃든 의미로서의 사용인지는 의문스럽다.


사실 ‘미용사’라는 단어를 뜯어보면, ‘아름다움을 만드는 스승’이 된다. 


외모를 아름답게 만드는 스승. 근사한 뜻을 가진 직업이다. 따라서 이 이름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미용사는 고객보다 더 많은 미용지식과 경험을 갖춰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당당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끝없는 연습과 공부를 통해. 


반대로 고객은 미용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 단순히 자신의 모발을 가꿔주는 서비스 직원 나부랭이의 차원이 아닌, 본인의 모발 상태를 진단(두피, 손상도 등)하고, 처방(클리닉 등)하며, 시술(염색, 펌 등)하는 전문가에의 존중심을 가질 수 있길 희망한다




물론, 돌팔이 의사가 있듯 돌팔이 미용사도 있다.
마찬가지로 정통파 의사가 있듯 정통파 미용사가 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돌팔이가 아닌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 전문 지식에 대한 응원이자 존중이다. 같은 맥락에서 30년간 호떡만 만든 장인에게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아깝지 않다. 노력하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용사’라는 이름에는 고객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려도 부끄럽지 않을 실력과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책임감이 포함되며, 그 노력에 대한 고객의 존중과 응원, 감사가 담겨야 한다. 이게 ‘미용사’라는 이름이 가진 진실이다. 의미는 사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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