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기자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에세이 10
빈센트 반 고흐가 처음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을 때 그 그림에는 가격이 없었다. 반 고흐는 사후에 유명해진 화가고, 그의 그림에 대한 가격은 화가가 아니라 마켓(=자본원리)이 정했다. 나는 미용이 본질적으로 미술과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색감과 형태를 통해 아름다움을 창조한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디자인(Design)에도 가격이 없다. 그림과 디자인의 최대 가격은 마켓(Market), 더 정확히는 소비자가 정한다.
커트, 염색, 펌 등 미용실마다 시술 가격이 제각각 다른 것은 마켓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마켓을 움직이는 원리는 경제학에서 이미 입증된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고, 미용실 시술 가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상 소비자의 만족도다.
카페마다 아메리카노 한잔의 가격이 천차만별인 이유도 마켓의 원리 때문이다. 소비자는 집에서 더 저렴한 커피를 마실 수 있음에도 카페라는 공간을 찾는다. ‘커피’가 아니라 ‘카페’라는 분위기를 마신다고 볼 수 있다. 혹은 커피가 아니라 그 브랜드를 마신다. 왜 저기 커피는 단돈 천원인데 여기 커피는 만원이냐고 따질 수 없는 이유다. 어느 카페를 갈 것인지는 소비자가 선택할 문제다.
물론, 소비자는 냉정하다. 그 가격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면 구매를 하지 않을 것이고, 적당하다고 생각하거나 만족한다면 구매를 할 것이다. 이는 미용뿐만 아니라 모든 품목의 가격이 정해지는 원리다. 따라서 미용실에서 시술 가격을 얼마로 책정했든 그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가격이 고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만족할 것이냐 만족하지 않을 것이냐’ 양 갈래의 관문만 놓여있을 뿐이다.
저가 살롱이든, 중가 살롱이든, 고가 살롱이든, 결국 고민하는 본질은 똑같다. 어떤 부분을 장점으로 내세울 것인지, 시술 이외의 또 다른 서비스를 접목시킬 것인지, 어느 상권에 위치할 것인지, 어떤 컨셉으로 운영할 것인지 등 소비자의 만족도를 예상하고 고려함으로써 가격이 선정된다.
그러나 그 가격은 소비자의 만족도 여부와 정도에 따라 더 높아지기도, 계속 유지되기도, 더 낮아지기도 한다. 고객이 계속 늘고 있는 살롱인지, 고객이 점점 줄고 있는 살롱인지, 고객이 더 늘지도 줄지도 않는 살롱인지, 경제용어로 ‘수요량의 변화’가 중요할 수밖에 없고, 결국 살롱의 가격을 최종적으로 조정하는 주체는 수요자인 소비자가 된다.
당신이 지금 살롱을 찾는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살롱은 서비스는 별로지만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살롱은 비싸지만 서비스가 강점일 수도 있다. 또 어떤 살롱은 서비스랑 가격은 둘 다 평범하지만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당신이 이 중 어떤 살롱을 찾든 그것은 합리적인 소비다. 소비자의 취향은 제각각 다르고 어떤 이유로든 그 살롱이 당신의 취향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좋은 살롱이란 이미 정해진 법칙이 아니라 소비자가 계속 찾고 싶은 살롱이다.
저가든, 고가든 고객이 찾고 싶지 않은 살롱이라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용실도 카페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있고, 프랜차이즈에서 운영하는 곳이 있다. 미용실도 카페처럼 저렴한 곳이 있고, 비싼 곳이 있다. 프랜차이즈라고 다 비싼 것도 아니고, 개인 사업체라고 다 저렴한 것도 아니다. 어떤 미용실, 어떤 카페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떤 강점, 어떤 특징이 있느냐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고객 만족’에는 실력, 서비스, 이벤트, 분위기, 인테리어 등 수많은 요소들이 작용한다. 가격 선정을 비롯해 미용은 다른 어떤 직종과 비교해도 결코 쉽고 만만하지 않다. 서비스직이라는 특성과 매일 매일 극복해야 할 현실적 숙제들이 존재하기에 웬만한 노력과 열정 없이는 승리할 수 없는 직업이다. 그래서 미용실의 시술 가격은 ‘고객 만족’을 위해 준비한 모든 것의 종합이다.
고객의 만족도는 세부적으로 시술 만족도, 서비스 만족도, 분위기 만족도, 상권 만족도 등 다양한 특성들로 이뤄져 있을 것이다. 결국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말한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소비자를 의미한다. 개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자율성의 표현이란 측면에서.
그러나 미용실의 시술 가격이 미용의 가치가 훼손될 만큼 저렴해지는 것은 옳지 않다. 미용의 가치는 미용사들 스스로가 지켜야 하는 까닭에서다. 미용실의 시술 가격이 매우 비싼 경우는 오히려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비싼 만큼 어떤 메리트가 있는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소비자들이 직접 판단할 것이고, 그렇게 가격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평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가 고민해야할 것은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라 합리적인 ‘만족’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만족을 통한 미용실의 호황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대한민국 모든 미용사들이 노력하는 만큼 성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시술 가격은 소비자의 만족도에 의해 좌우되지만 미용의 가치는 미용사에 의해 좌우된다. 미용사들이 항상 노력하고 긍지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나는 당신의 ‘열정’이 곧 당신의 ‘결정’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