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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럴드형제 Jan 09. 2020

미용은 꼰대로부터 자유로울까

전직 기자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에세이 2


우리는 항상 ‘꼰대’와 함께 산다. 가족, 직장, 친구 등 지역과 나이, 관계를 막론하고 우리 주변에 꼭 한명씩은 ‘꼰대’가 있다. 거의 미세먼지처럼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래서 공기청정기를 찾듯이 문득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우선 ‘꼰대’는 은어다.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어원에 대해서는 영남 사투리인 ‘꼰데기’와 프랑스어 ‘콩테(Comte)’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있다. ‘꼰데기’는 번데기를 뜻하고, ‘콩테’는 ‘백작’을 의미한다. 




‘꼰대’가 주름이 많은 어른들을 은유하는 ‘꼰데기’에서 탄생했든, 높은 사회적 위치를 상징하는 ‘백작’에서 만들어졌든, ‘권위적인 사람’을 풍자하는 뉘앙스인 건 확실하다. 더 정확히는 ‘자기 생각만 정답인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일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의 생각이나 감정과 의견보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과 의견이 매번 더 중요한 부모가 있다면 그 사람은 인정하기 싫더라도 ‘꼰대’ 부모일 확률이 높다. 또 직원들의 생각·감정표현, 의견제시에 반감을 가진 상사일수록 ‘꼰대’ 상사일 가능성이 높다.  




말하자면, 군말 없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으면 좋겠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회학적으로 사실상 ‘주인-노예’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노예는 주인보다 아래 것이다. 그러므로 반발하거나 반박할 수 없다. 주인은 노예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이 당연하다. 때문에 ‘꼰대’ 현상은 일종의 계급 문제인 셈이다. 


‘위-아래’라는 계급이 성립되는 곳이라면 ‘꼰대’는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다. 윗사람인 부모가 아랫사람인 자식을 자신의 소유로 생각할수록 주인의식은 강해질 것이고 결국 권위적일 것이다. 상사가 자신을 회사의 주인으로 생각할수록 직원들은 결국 노예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이 문제가 아니라 ‘주인-노예’라는 인식(혹은 무의식)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위-아래’라는 계급이 성립되는 곳이지만 드물게 ‘꼰대’ 같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내 경험상, 그 사람들의 특징은 ‘같은 인간으로서의 존중심’이 있다. 자식은 자식이면서 한 명의 사람이고, 직원도 직원이면서 한 명의 사람이기에 그들은 그들을 ‘노예’가 아닌 ‘사람’으로 대한다. ‘주인-노예’가 아니라 ‘더 가진 주인-덜 가진 주인’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너와 내가 같은 주인(=동업자, 협력자)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을 받으면 자신의 역량을 더 발휘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 믿어주면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물론 ‘꼰대’들이 대부분 걱정하는 건 ‘호의’를 ‘권리’로 알고 기고만장하거나 농땡이를 필 것 같다는 우려일 것이다. 




그러므로 ‘호의’를 베풀지 말고 ‘같은 인간으로서의 존중심’만 있으면
충분할 것 같다. 


월급을 준다고 그 사람이 나의 노예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 나도 주인이지만 직원들도 같은 주인으로서 (지분이 다른) 동업자라는 생각. 이런 생각이 있다면 가능한 길이다. 


그렇다면 내가 봐 온 미용계는 ‘꼰대’로부터 자유로울까. 확언할 수 없다. 그러나 오너들은 항상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직원들이 내 회사를, 내 살롱을, 자기 업장처럼 여기고 열정을 쏟으면서 전력을 다하길 바란다.


이를 위한 확실한 방법이 있다. 직원들을 주인으로 인정하고 대한다면 ‘주인의식’은 저절로 생기기에 그렇다. 반대로 직원들에게 주인 행세를 너무 강하게 하면 직원들은 반대급부로 ‘주인의식’이 아니라 ‘노예의식’이 자리 잡는다. 당연히 노예는 주도적일 수 없다. 낙타는 생각 없이 짐을 옮길 뿐이다.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자기 업장처럼 그 업장을 키우길 바란다면 노예가 아니라 주인처럼 대하라. 채찍질보다 어깨동무가 답이다. 오히려 어깨동무가 가장 확실한 채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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