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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럴드형제 Oct 15. 2020

국내 최초 장애인 전용 미용실이 생기다

전직 기자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에세이 23


필자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미용실에서 장애인과 마주친 적이 없다. 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대체 어디서 머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한 매체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도촌 종합 사회복지관에 전국 첫 장애인 미용실이 개장했다.      



“그동안 미용실 가는 게 얼마나 불편했는지 몰라요. 남들 시선 의식 않고 마음 편히 자를 수 있으니 너무 좋아요.”     



해당 복지관 내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한 한 30대 장애인의 소감이다. 필자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가슴 한 편이 먹먹했다.      


이들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되기에 일반 미용실을 이용할 때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옆에서 자꾸 쳐다보는 시선도 이들을 움츠러들게 했다고.      


필자는 장애인도 당연히 똑같은 사람이며,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일반 미용실에서 장애인을 고객으로 맞을 수 없는 그 고충에도 공감한다. (고정식 의자, 인력 문제 등) 따라서 이것은 사업적인 영역이 아닌 제도적인 영역으로 해결되는 것이 옳다.     


무거운 현실 앞에서 무턱대고 일반 미용실에서도 장애인을 똑같이 고객으로 받아야 한다는 일각의 시선은 좋은 취지이지만 쉽게 현실화될 수 없는 방관을 포함하고 있다.     


이 보도에 의하면 장애인 전문 이·미용 시설이 흔치 않아 장애인들은 보통 복지관 내 미용 봉사 등을 이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용 전문 공간에서 머리를 자를 수 없다 보니 머리를 감는 세면 시설 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원할 때마다 서비스를 받기도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황에서 첫 개장한 장애인 전문 미용실인 도촌 종합 사회복지관 내 ‘함께 헤어’는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이용할 수 있는 미용 시설이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제도이자 행보라고 생각한다.       


미용은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일상의 행복이다. 지저분한 머리를 커트하거나, 기분 전환을 위해 염색을 하거나, 분위기를 변화하고자 펌을 하는 행위는 우리가 사람이기에 추구하는 가치다.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비장애인만 누려온 이 가치를 앞으로는 장애인들이 당연히 누리게 될 수 있게 됐다. 그 첫 포문이 열렸다는 지점에서 필자는 해당 사실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리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차근차근 전국에 이런 시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야만 한다. 실제로 현재 해당 미용실도 장애인복지기금과 시민 후원금 등으로 미용사 임금과 운영비를 확보한 덕분에 장애인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가뜩이나 신체적 장애가 있는 상황에서 미용실마저 이들에게 또 다른 장애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믿는다. 현실적인 문제로 장애인 고객을 쉽사리 받을 수 없는 일반 미용실을 탓하거나 질타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차원의 문제다.     


왜 그래야 하냐고? 



그런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아프고 차별받는 아이에게 서슴없이 손을 내밀 수 있어야 사람이다. 이런 인격 없이 본능만이 있다면 사람은 짐승과 다를 게 없다. 욕심 가득한 똑똑한 원숭이일 뿐이다. 선진국이란 인격 있는 사람들이 모인 나라다.     


따라서 필자는 전국에 또 다른 ‘함께 헤어’가 더욱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이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20년 경력의 전문 미용사는 “섬기는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마음들이 하나 둘씩 모여 ‘함께 헤어’가 우리 모두의 ‘함께 해요’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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