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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럴드형제 May 18. 2020

미용실에도 박새로이가 필요하다

전직 기자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에세이 14


지난 3월 큰 인기 속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몇 달이 지나고서야 VOD로 보게 됐다. 이 드라마는 마치 세계를 압축해 놓은 듯한 이태원, 그 거리 상권에 각자의 가치관으로 자유를 쫓는 청년들의 창업 신화를 다루고 있다. 나는 이 드라마의 핵심 주제인 ‘창업’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직업병처럼 ‘미용실’이 떠올랐다.   


‘이태원 클라쓰’는 박서준(박새로이 역)과 김다미(조이서 역)라는 임팩트 있는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구조를 가졌다. 박새로이는 단밤이라는 포차의 사장이자 청년 사업가이고, 김다미는 마치 제갈공명처럼 그를 돕는 단밤 포차의 매니저다. 


박새로이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단밤 포차의 창업을 성공시켜 대한민국 1등 요식업 기업으로 우뚝 선 뒤 비통하게 운명한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것. 그는 이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며 전력을 쏟고, 인생을 건다. 




박새로이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많은 창업자들은 창업에 인생을 걸었다. 미용실을 창업한 미용사들도 마차가지의 심정일 것이다. 더욱이 지금 어떤 살롱의 디자이너(직원)로서 일하는 미용사들도 대부분 최종 목표는 자기 살롱을 창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용사’와 ‘창업’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창업 신화’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가 우리이게 주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장사는 사람이다’라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돌덩이 정신’이다. 이는 박새로이가 극중에서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명확한 골자이기도 하다.


박새로이는 자신의 업장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대한다. 그로 인해 직원들은 오너에 대한 높은 신뢰 속에서 큰 열정과 실력을 보여준다. 박새로이는 대충 시간만 할애하다 가는 직원을 결코 선호하지 않는다. 진정성으로 함께 업장을 키울 사람들하고만 일한다.


‘장사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용실도 마찬가지 아닐까. 대표원장이 함께 일하는 스탭, 디자이너들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대한다면 직원들은 오너에 대한 높은 신뢰 속에서 큰 열정과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표원장이 그런 좋은 오너라면 직원들 역시 대충 시간만 할애하다 가려고 해선 안 된다. 신뢰에 보답하는 진취적인 행동과 성과가 필요하다.


직원을 잘못 뽑은 업장은 고객을 상대하는 못난 직원에 의해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급부로 직원을 잘 뽑은 업장은 단골 고객이 늘면서 매출이 증가할 공산이 크다. 결국 장사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처음 직원을 뽑을 때 그 최종 결정을 한 사람은 오너 본인이기에 자신이 한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분이다. 자신이 뽑은 직원을 자신이 믿어주지 못할 때 그 직원은 겉돌 수밖에 없다. 무시와 비난이 직원을 퇴보하게 하고 신뢰와 격려가 직원을 성장하게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좋은 장사는 좋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직원은 자신을 믿고 뽑아 준 오너에게 보답하려는 인지상정이 있어야 한다. ‘이태원 클라쓰’의 단밤 포차 직원들은 박새로이에게 모두 은혜를 입었거나 고마운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오너가 보내는 변함없는 신뢰와 격려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고 전력을 다하는 직원들이다.


무엇보다도 ‘이태원 클라쓰’의 오너와 직원들은 서로를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되도록 서로가 서로를 껴안으려고 한다. 드라마에나 나올 이상적인 업장의 모습 같지만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다면 충분히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실제 가족들이 운영하는 업장들은 대부분 서로를 탓하기보단 서로의 덕분이라고 하는 분위기다. 성공하는 업장은 분명 그런 분위기다.




또 ‘이태원 클라쓰’에서 자주 강조됐던 ‘돌덩이 정신’은 창업을 하면서 어떤 풍파와 시련이 닥치더라도 끄떡없다며 의연해할 수 있는 강한 마인드와 의지가 중요하다는 사업적 태도다. 미용실 창업 후 매출, 직원관리 등 골치 아픈 문제들로 가슴앓이를 하는 미용사가 있다면 ‘돌덩이 정신’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돌은 불로 지져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돌은 깎이면서 강해지고 그 모양을 찾아간다. 박새로이는 그의 창업을 방해하는 모든 세력과 장애물로부터 절대 포기하지 않는 ‘돌덩이 정신’으로 버티고 극복하며 헤쳐 나갔다. 아니, 차라리 박새로이는 모진 풍파가 있었기에 더욱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창업이 쉬웠다면 누구나 했을 것이다. 어렵기 때문에 창업이다. 돌은 깎이고 깎여야 다이아몬드를 보여준다.


그 누구든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나약한 정신으로는 절대 창업을 성공시킬 순 없다. 확고한 목표로 전력을 다하고 흔들리지 않는 강한 의지만이 업장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도라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력자들이 정말 중요하다. 장사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박새로이를 지략과 행실로 도와주는 직원들이 있었기에 ‘창업 신화’도 가능했다.  




‘이태원 클라쓰’를 보면서 미용실에도 박새로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을 전적으로 믿고 격려하면서도 그들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게 할 수 있는 오너. 모든 공을 혼자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나눌 수 있는 오너. 진심으로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오너. 


동시에 미용실에도 단밤 포차의 직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직원. 소신과 정도를 지키는 직원. 믿어주는 오너를 믿어주는 직원. 자신의 일과 자신이 다니는 업장을 사랑하고 성장시키는 직원.


‘이태원 클라쓰’의 창업 신화는 이렇게 가능했다. 현실에서의 창업 신화도 정말 마찬가지일까? 명백하게 증명할 순 없지만 확실하게 느낄 순 있다.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책임을 떠넘기는 나약한 오너와 업장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것. 오너의 충만한 신뢰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직원은 결국 도태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진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성공한 업장은 오너도 직원도 모두 훌륭하다. 실패한 업장은 오너와 직원 모두 부족하다. 어중간한 업장은 오너는 훌륭한데 직원이 부족하거나 직원은 훌륭한데 오너가 부족하다. 장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공한 미용실, 실패한 미용실 양쪽 모두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이제 당신이 ‘미용실 클라쓰’를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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