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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럴드형제 Jun 04. 2020

미용이 사람에게 주는 기쁨이란

전직 기자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에세이 15



고교시절, 나는 미용실에 가는 날이 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당시 학생 신분으로 염색, 펌 등 화려한 시술은 할 수 없었지만 커트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로 이런 것들이 미용이 주는 일종의 ‘소확행’이었다고 생각한다.


계절이 바뀌면 우리는 그 시기에 어울리는 옷을 사러 이곳저곳 구경을 다니곤 한다. 헤어도 마찬가지다. 염색, 펌, 커트 등은 새로운 이미지 변화와 기분전환을 위해 좋다. 우리가 예쁜 옷을 고르면서 즐거운 것은 단지 그 의류를 산다는 그 자체보다 그 옷을 입고 어딘가에서 행복한 추억을 쌓고 있을 미래를 상상하기 때문이다.






헤어스타일의 변신은 분면 사람의 이미지와 기분을 바꿔준다. 동시에 이 에너지는 그렇게 탈바꿈한 멋지고 예쁜 이미지를 하고는 어딘가에서 행복한 추억을 쌓고 있을 미래를 꿈꾸게 해준다. 따라서 미용이 사람에게 주는 기쁨이란 ‘다가올 아름다움’이다. 


면접을 앞두고 미용실을 찾은 사람은 깔끔한 인상을 주고자 커트를 할 것이고, 그 커트는 그냥 커트가 아닌 합격을 소망하는 ‘다가올 아름다움’을 위한 커트이다. 짝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고백을 앞두고 매력을 높이고자 염색을 한다면 그 염색은 그냥 염색이 아닌 인연이 이뤄지길 바라는 ‘다가올 아름다움’을 위한 염색이다.


다소 오글거리더라도, 분명 사람의 행동에는 모두 크고 작은 의미가 있다. 그 중 미용은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는 마음이 반드시 포함돼 있다. 머리를 하러 간다는 것은 단순히 관습에 의한 행위라기 보단 일상의 리듬에 변화를 주는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덥수룩하고 칙칙하며 답답했던 헤어스타일의 발랄한 변신은 어떤 식으로든 크고 작은 활력을 일으킨다.






따라서 미용사들은 고객의 ‘다가올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아니, 그런 직업에 대한 철학이 중요하다. 미용사들의 수많은 연습, 공부와 경험이 결국 매출을 위한 노력일 순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만족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자긍심과 함께 롱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술로서의 미용도 중요하지만 가치로서의 미용은 더 중요하다. 기술이 미용사의 실력을 좌지우지한다면 가치는 미용을 왜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모티브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미용사와 잘 나가는 살롱은 분명 이 두 가지를 모두 실현하고 있을 것이다. 


뛰어난 악기는 좋은 목적과 함께 연주될 때 더욱 빛난다.



비유하자면,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의사가 된 사람과 돈도 벌면서 아픈 사람들을 살리고 싶어서 의사가 된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 환자를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직종이든 실력도 있고 철학도 있어야 하는 이유다.   


결국 미용이 사람에게 주는 기쁨이란 고객의 입장에선 삶의 한 시점에 어떤 ‘다가올 아름다움’의 촉발이며, 미용사의 입장에선 그것을 창조하고 조력했다는 직업으로서의 자긍심과 만족감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우리 회사의 미용사 출신인 마케터는 가끔씩 필자의 지저분한 머리를 커트해줄 때마다 ‘속이 시원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투에서는 진심이 느껴진다. 동시에 자신이 해준 이 헤어를 하고 필자가 거래처 등 이곳저곳을 다닐 때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로 좋은 인상을 남기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을 것이다. 



사소하고 단적인 예지만 바로 이런 것들이 미용이 사람에게 주는 기쁨일 수 있지 않을까. 



미용은 본질적으로 따뜻한 행위다. 외면을 넘어 그 사람의 삶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용은 정치, 법률 같은 것에 비하면 정말 사소한 행위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비싼 식당의 코스 요리에 비하면 어머니의 된장국은 사소하지만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사소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미용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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