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 L Aug 05. 2017

응급실을 뒤집어엎고 싶을 때

내가 더 심한데 왜 나중에 치료해줄까?

야간 응급실을 가보자. 


 

응급실에서는 피를 흘리며 급한 대로 팔의 상처를 수건 등으로 감싸고 급히 들어서는 환자를 흔히 본다. 대개는 환자는 만취한 상태고 부축하고 따라 들어오는 보호자들도 술을 드신 모습들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꼭 이럴 때일수록 응급실이 만원이라 환자들로 가득 차서 난리법석인 경우가 많다. 피를 본 환자 보호자들은 놀라고 걱정이 돼서 빨리 먼저 치료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이럴 때 바쁜 응급실 의사는 무슨 생각을 하며 누구를 먼저 치료를 할까?


 진료 현장에서는 일반적인 상식을 뒤엎는 일 들이 비일비재하다.      

   군의관 시절이  생각이 난다. 군필자들은 아시겠지만, 군에서는 부상자 발생 시 보통 상식적 중환자를 먼저 치료해야 할 것 같은데 경환자를 먼저 치료한다.  전시에는 대량으로 외상환자가 발생하므로 환자 구호 시 우선 경환자와 중환자를 분류하고 한 명이라도 더 살려 즉각 재투입 가능한 병력 확보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손이 많이 가는 복부 총상 같은 중환자보다도 간단한 지혈 정도로 목숨을 구할 있는 경환자의 구호를 먼저 하는 게 합리적이다. 전투현장에서는 살릴 환자와 포기할 환자를 결정해야 하는 끔찍스러운 결정을 위생병이나 군의관이 하게 된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르다.       


 다시 응급실로 돌아가서  경험담 한마디.

 오래전 군의관 시절에 군병원 응급실에서 작전 중에 구급차로 실려 온 외상환자 둘을 한꺼번에 받은 적이 있다. 한 명은 복부 총상, 출혈성 쇼크로 의식불명이고 한 명은 하지절단인데 의식은 있었다. 당연히 의식불명 환자를 먼저 보러 가려 하였다. 한데 하지절단 병사가 장전된 M16을 나에게 겨누며 자기를 먼저 치료하라 하는 게 아닌가! 순간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고 십년감수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총을 쏘면 치료해 줄 수 없어 모두 죽는다는 말로 설득해서 무장해제를 하고 응급처치로 둘 다 살 수 있었지만...       


응급실 상황은 전투현장이 아니다.  응급실에서는 때로는 소수 의료진이 

터무니없이 많은 환자 치료해야 하고 또  단 한 명의 생명도 잃으면 안 된다. 


모든 의사에게 물어보시라. 

만일 혼자 구급차로 실려 온 의식불명 환자가 있고, 먼저 치료받겠다고 난동 부리는 보호자 대동한 환자가 있다면 누구를 먼저 치료하겠는가. 의학지식이 있다면 누구나 지체 없이 의식 잃은 환자에게 먼저 달려가 치료를 시작할 것이다. 의식불명 환자는 금방이라도 조용히 숨을 거둘 수 있지만 보호자까지 있는 외상환자는 지혈이라도 도와줄 수 있어 바로 죽지는 않는다. 더더군다나 아프다고 비명까지 질러준다면 보고 있지 않아도 살아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주므로 “땡큐”다.       


 안심하시라. 응급실에서는 의학적으로 나보다 위급한 환자가 있다면 아무리 급해도

 언제나 치료 순서는 “후순위“라는 사실. 



 또 후순위라면 아무리 급한 거 같아 보여도 응급실에서
죽지는 않으리라는 사실을. 


그리고 늦게 봐준다고 난동을 부리고 항의를 해봐도 소용없이 돌아오는 건 경찰서에 불려 가고

 업무방해 벌금 통지서를 받는 재수 없는 일뿐이란 사실을.









#애경내과 #신도림역내과 #구로동 내과 

www.akclinic.imweb.me


매거진의 이전글 매운  거 좋아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