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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L Aug 30. 2017

추석을 맞이하며

열량 높은 잔치음식 과식하면 안 된다. 

아마도 단군시대 이래로 지금보다 더 풍요로운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상점마다 물건이 가득 쌓여있고 거리에는 차가 넘쳐서 교통지옥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건강한 것일까? 우리의 새로운 문화나 풍속은 조상 때보다 더 나은 것일까?



우리말에 "편하다(便)"는 말이 있다. 한데 일상적인 생리현상, 즉 소변 (小便)이나 대변 (大便)에도 같은 한자를 쓰고는 "변"으로 읽는다. 아마도 "편하다"는 뜻은 게으름을 피워도 될 정도의 육체적인 한가로움을 뜻하는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원래의 뜻은 크게 편한 것이 대변, 작게 편한 것이 소변으로 생리현상의 순조로움을 나타낸 것이다. 즉, 밥 잘 먹고 변 잘 보고 건강한 것이 편한 것으로 현재와는 많이 다른 뜻으로 쓰였던 것 같다. 옛날에는 오늘날처럼 병원이나 건강검진도 없었기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죽는 일은 예사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픈데 없고 변 잘 보는 일이 얼마나 고마웠으면 말도 그렇게 만들어 놓았을까? 요즘 같이 변비증을 방치한다든지 편안한 것만 추구하여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체중이 급격히 늘어 병이 생긴 사람을 보면 차를 새로 구입한 사람이 많다. 돈을 벌어 편리하고 편리하고 편안한 생활만을 추구하는 세태는 운동부족을 부추겨서 병을 만드는 새로운 생활양식의 시대로 접어 들어가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날 고부갈등을 야기시키는 잔칫상은 오늘날의 새로운 생활양식과 예전의 풍습이 잘못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다. 오늘날의 잔칫상은 원래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옛날의 부자나 양반들은 못 먹는 서민이나 하인들을 위해 일부러 상을 떡 벌어지게 차려놓고 자신이 먹은 후 상물림을 해서 아랫사람을 차례로 먹였다. 절대로 입맛에 맞다 하여 그릇을 다 비우는 일은 없었고 남기는 일도 없었다고 한다. 잔칫날은 평소 영양이 부족한 동네 서민들이 대갓집에 몰려와 포식하여 칼로리 높은 음식으로 영양보충을 했던 날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 피자, 파스타, 뷔페, 햄버거, 튀김, 떡 등 음식이 넘쳐 나고 "배달의 민족"이라 불릴 만큼 모든 음식이 몇 분 이내에 빠르게 집으로 배달될 수 있는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고 있다. 매일 고칼로리 음식을 접할 수 있어 오히려 절식하고 저칼로리 식단으로 다이어트에 신경 써야 하는 모습으로 변하였다.  떡, 잡채, 육류, 전 등의 튀김류, 단과자 등 주된 잔치 음식이 아주 칼로리가 높은데 이들이 이제는 모든 가정의 식탁에 거의 매일 오르는 것이다.


잔치와 제사문화가 이제는 현대에 맞게 변화하고 변질된 악습은 바뀌어야 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어려운 시대에 어려운 이웃들에게 베풀기 위해 올렸던 잔치음식들을 기억하라. 며느리들에게 스트레스만 주며 냉장고에 무의미하게 쌓이고 썩어갈 잔치음식들은 그야말로 낭비일 수밖에 없다. 어려운 시대에 굶주림으로 죽어간 사람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노인들은 아직도 자신의 비만한 손자들에게도 어떻게든 더 먹이려 하기 때문에 잔치와 제사에 집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결국 우리에게 심장마비와 포만의 시대를 열어 놓았다. 과식과 운동부족이 없는 문화를 만드는 새세대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일까.






#애경내과 #신도림역내과 #구로동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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