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한잔
세미나에 들러 퇴근하니 오후 11시가 돼서야 거실의 소파에서 잠시 쉴 틈이 생겼다.
거실의 TV 채널을 습관적으로 돌려 본다.
요즘 유행하는 정글예능, 인구절벽에 대한 토론회, 또 돌리니 맥주 광고다.
맥주 마시는 광고를 보니 출출해지고 맥주 생각에 간절해졌지만
내일 생각을 해서 물이나 한잔 마시고 참기로 했다.
잠을 청하는데 잠을 못 이루고 여러 생각이 많아진다.
자연에서 살면 이런 골 아픈 스트레스가 덜할 것 같다.
실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줄지만 추위, 더위, 비바람, 모기, 천적 같은 다른 힘든 스트레스가 생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힘든 사람들은 기꺼이 자연주의자들처럼 노숙을 택하리라.
자연주의자들은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물을 마신다. “는 표현을 잘 쓴다.
아직 건강하고 감각이 온전할 때나 맞는 말이다. 야생 사자도 배고파서야 어슬렁거리며 사냥을 하지만 배고파 힘이 빠지기 전에 미리 사냥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당연히 자주 굶주리면 쇠약해지고 신체기능이 저하된다. 나이까지 들어 신체기능과 감각이 저하되면 목마른 건지, 배고픈 건지, 속이 쓰린 건지
시원한 맥주 한잔이 당기는 건지도 잘 모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럴 때 ”출출하다. “라는 표현을 쓰는데 시원한 맥주 한잔과 안주 조금이면
이 모든 증상이 단번에 해소된다. 알코올의 마취 진통작용과 물의 효과이다.
TV에서는 꼭 밤늦게 맥주 광고를 하는데 이 시간대에 "출출"한 사람이 많아서 이리라. 잠자기 전에 맥주 한잔하는 습관이 들면 살도 찌고 간에 무리가 가거나 고지혈증이 생기고 수면장애와 위염, 식도염의 이상 증상을 상당히 악화될 때까지 오랫동안 감추어지게 될 수도 있다.
동양고전을 연구하는 훈고학(訓誥學) 학자들은 벼슬을 마다하고 깊은 산에서 고사리를 캐먹으며
살다죽은 은나라 형제 "백의 (伯夷)"와 "숙제 (叔齊)"를 칭송하였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철학자 루소는 문명이 인간생활을 왜곡시켜서 사회적 불평등을 조성하였다고 주장하며 ”자연으로 돌아가라! “며 자연주의를 부르짖었다.
그럴싸하다.
하지만 이건 수명 단축이라는 어마어마한 부작용을 조장하는 얘기다. 깊이 생각해보니,
자연주의로 포장된 야생은 “야만”이고
인위적인 위생과 규칙적 생활을 보장하는 편리함은 "문명“이다.
결국 맥주 한잔 하고 잠을 청하기로 했다.
#애경내과 #신도림역 내과 #구로동 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