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지식형 챗봇 구축하기
회사마다 수많은 규정과 매뉴얼이 쌓인다. 하지만 정작 직원이 필요한 순간엔 그 정보가 숨어버린다.
'연말정산 제출 서류는 어디서 다운로드하지?', '육아휴직은 몇 개월까지 가능한가?', '출장비 규정은?'.
이런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매일같이 HR팀과 총무팀으로 폭주한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은 대기 시간을 허비하고, HR 담당자는 반복 답변에 지쳐 전략적 업무에 쓸 에너지를 잃는다. 이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도구가 바로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시스템이다. RAG는 단순히 사내 챗봇을 넘어서 회사 지식의 검색 엔진 + 비서 + 설명 전문가 역할을 한다.
일반 챗봇은 미리 학습된 데이터에만 의존한다. 예를 들어 GPT 모델을 아무 설정 없이 쓰면, 우리 회사 전용 휴가 규정이나 최신 복리후생 문서는 모른다. 마치 수년 전 발간된 백과사전으로만 대답하는 직원과 같다. 반면 RAG는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 검색(Retrieval): 사용자의 질문을 벡터화해, 사내 저장소(PDF/Docs/Notion 등)에서 가장 관련성 높은 문서를 찾아낸다.
- 생성(Generation): 검색된 자료를 바탕으로 내용을 읽고 요약해, 자연스럽고 맥락 있는 문장으로 답을 만든다.
즉, '우리 회사만 아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RAG는 단순한 대화형 AI가 아니라 기업 지식관리의 허브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HR팀이 Google Drive에 저장된 휴가 규정집·복리후생 안내문·평가 매뉴얼을 Flowise나 LangChain 기반 RAG 챗봇과 연결했다고 하자. 직원이 “육아휴직은 최대 몇 개월인가요?”라고 묻는 순간 챗봇은 다음처럼 대답할 수 있다.
“육아휴직은 최대 1년까지 가능하며, 법적으로는 자녀 1명당 1년이 보장됩니다.(출처: ‘인사규정_2025개정판.pdf’ 34쪽)”
이건 마치 회사 문서들을 실시간으로 뒤져 정리해 주는 초고속 사내 아카이브 비서가 생긴 것과 같다.
RAG 시스템은 네 가지 축으로 이뤄진다.
1) 문서 데이터:
- PDF, Word, Google Docs, Notion, Confluence 등 사내 자료를 하나로 통합해 저장
- 특히 HR 규정, 사규, 정책집, 제품 매뉴얼, 온보딩 자료 등이 대표적
2) 임베딩(Embedding):
- 문서를 의미 단위로 쪼개고 숫자 벡터로 변환해 검색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
- 예: OpenAI Embeddings, Cohere Embeddings
3) 검색(Retriever):
- 질문과 가장 비슷한 문서를 빠르게 찾아주는 역할
- FAISS, Pinecone, Weaviate 등 벡터 데이터베이스가 주로 사용된다
4) 생성기(Generator):
- 검색된 정보를 바탕으로 답변을 구성하는 언어모델
- 예: ChatGPT API, Claude API)
최근에는 LangChain, LlamaIndex 같은 프레임워크가 이 과정을 통합 지원해,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직관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SaaS형 솔루션인 Chatbase, Glean, Danswer는 Google Docs나 Notion 계정만 연결하면 몇 분 만에 RAG 챗봇을 띄울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다.
RAG의 진짜 도전은 기술보다 문서 관리다.
- 동일한 내용을 담은 문서가 여러 개 있다면, 챗봇은 어떤 것을 근거로 삼아야 할까?
- 오래된 규정이 최신 개정안을 덮어버리지는 않을까?
- 승인되지 않은 내부 문서가 외부 직원에게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
(1) 문서 버전 관리
중복·구버전 문서가 많으면 AI가 엉뚱한 답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복리후생 규정과 2025년 개정판이 둘 다 있다면 AI가 옛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 “최신 버전만 유지”, “버전명 표준화”, “폴더 구조 정리”가 필수.
(2) 승인 및 보안
내부망이 아닌 SaaS형 솔루션에 민감 정보가 업로드되면 보안 리스크가 크다.
→ 사내 서버에 n8n + LangChain + FAISS 환경을 구축하거나,
Google Workspace의 Apps Script 등을 활용해 내부망 중심으로 운영하는 게 안전하다.
(3) 자동화 갱신
새 문서가 생길 때마다 수동으로 업데이트하면 유지보수가 지옥이 된다.
→ Zapier, n8n으로 “새 문서 업로드 → 자동 임베딩 → DB 갱신” 워크플로우를 만들면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많은 기업이 RAG를 단순히 '문의 대응용'으로만 생각하지만, 이는 절반만 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RAG를 식 체계를 재편하는 프로젝트로 봐야한다.
- 반복 문의 절감: HR팀이 매일 받던 질문의 60~80%를 AI가 해결 → 담당자는 전략 업무에 집중
- 신입 온보딩 가속: 신규 입사자가 규정·업무 매뉴얼을 바로 찾아 학습 → 교육 시간 단축
- 정책 변경 알림: 규정 업데이트 시 기존 문서 자동 갱신 → 항상 최신 정보 제공
- 프로젝트 기록 표준화: 과거 사례·회의록을 빠르게 검색해 팀 학습 속도 향상
이는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니라 '회사 지식의 흐름을 표준화하고 지능화하는 혁신'이다. 결국 RAG는 조직 전체를 하나의 살아있는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핵심 인프라다. 잘 설계된 RAG 시스템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회사 지식의 흐름을 표준화하고 고도화하는 전략적 자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