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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섭 Feb 04. 2019

고난의 바다와 보물, 킹크랩 비스크  

열여덟 번째 접시, 열여덟 번째 이야기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면, 거하게 먹곤 합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 살지만 잠시에 시간을 공유하는 바쁜 현대에서 우리는 점점 더 좋고, 푸짐한 요리로 식탁을 가득 채워서 '회포'를 풉니다. 그리고 오늘은 아주 좋은 재료인 '킹크랩'가 올라왔습니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식재료 킹크랩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고난의 바다, 베링 해

출처 구글 맵

 베링해는 태평양의 북쪽에 위치한 바다이며, 러시아와 알래스카 그리고 북극해와 연결되는 해협입니다. 이 해협이 이름이 '베링'인 이유는 처음 발견한 덴마크 출신의 탐험가의 이름을 딴 것인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오늘의 재료가 이곳 베링해에서 잡히기 때문입니다.

 

체감온도 영하 60도, 집채만 한 10m 크기의 파도가 계속해서 몰아치는 저 바다에 많은 사람들이 가는 이유는 다양한 어종과 해산물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대구와 함께 오늘의 주인공인 킹크랩도 고난의 바다 베링해에서 잡을 수 있습니다. 한번 다녀오면 1억이라는 큰돈을 받는다는 '러시아 대게잡이'의 그곳이 여기입니다.


킹크랩과 대게의 차이


(좌)측이 킹크랩 (우)측이 대게  사진 출처  - 더 꽃게 -

 보통 우리는 게를 먹으면 큰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인 킹크랩과 대게는 엄연히 다른 차이가 존재합니다. 대게를 큰 게로 인식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이 오해는 대게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쭉 뻗어서 붙여진 이름을 모르면서 시작된 오해입니다.


냄비 가득한 큰 사이즈의 킹크랩

 가장 큰 차이로는 킹크랩은 다리가 8개이고, 대게는 10개입니다. 이외의 차이는 등의 돌기의 형태가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맛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최근에 킹크랩만 먹었기 때문에 과거의 기억과 합하여 비교하면, 킹크랩의 경우가 허파의 크키가 더 크고 안의 내장의 색이 다양했습니다. 그래도 둘 다 맛있는 건 변합 없지만요.


 프랑스에서 온 그 이름, 비스크


 비스크(bisque)는 프랑스식 갑각류 수프를 부르는 명칭입니다. 어원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인 비스케이만의 요리법이라는 것인데, 이 요리법이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점이 있다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어로 두 번 요리한다는 뜻인 ‘비스 퀴트(bis cuites)’에서 뜻을 가져와 갑각류 기름과 채소로 육수를 만든 후 채에 걸러서 다시 만드는 방식에서 어원이 왔다고 합니다.


 비스크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요리법인데, 일단 갑각류의 기름을 내고 거기에 물과 토마토소스 채소, 향신료를 넣고 오래도록 끓이면서 맛과 향을 다 뽑아낸 후, 채에 곱게 거르는 수고를 더해서 만들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정성이 필요한 요리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킹크랩 비스크와 크랩 밥


재료 (5-6인분)

킹크랩 몸통과 다리 2개

양파 2개

다진 마늘

양근 1개

토마토소스 300g

물 500ml

월계수 잎 3장

케이퍼

후추


킹크랩 분리

이 과정만 약 4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다 분해한 킹크랩의 껍질과 살

1. 킹크랩의 껍질과 살을 분리해줍니다

* 허파는 먹는 게 아니니까 과감히 제거해주세요

2.(비스크 만들기)

-킹크랩의 다리와 껍질을 잘게 잘라줍니다.

2-1. 양파와 당근도 함께 썰어줍니다.

2-2. 팬에 기름을 두른 후 열을 올리고, 껍질을 볶아줍니다. 구수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물을 넣어줍니다.

2-3. 채소와 향신료(월계수, 후추) 그리고 케이퍼를 넣습니다.

2-4. 토마토소스를 넣고, 중간에 거품을 제거하며 소스를 30분간 끓입니다.

끓인 소스를 채에 으깨면서 걸러주면 소스 완성!


킹크랩 밥


3. 재료를 잘게 썰어줍니다.

4. 기름에 양파, 마늘, 당근, 케이퍼를 넣고 볶습니다. 그리고 차가운 밥을 함께 넣어서 맛을 입힙니다.

5. 내장과 껍질 안의 살을 밥과 함께 약불에 볶습니다.

6. 비스크 소스를 넣어서 한소끔 끓여주면 끝!

7. 제법 크기가 큰 살을 위에 고명으로 올리고 올리브유로 마무리합니다.


 킹크랩 한 마리를 모두 담아낸 맛입니다. 갑각류의 달큼한 맛이 입안으로 밀려옵니다. 껍질을 우려낸 소스에서 느껴지는 향은 온전한 한 마리에서 느낄 수 있는 맛 이상입니다.


 항상 아쉬웠습니다. 껍질을 먹고 버리는 일이 하지만 비스크로 변신한 후 맛은 상당히 다채롭고 은은하며 강렬합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이 재료를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고명으로 올린 그냥 게살을 먹는 즐거움도 같이 있으니까요.



부모님의 마음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게가 있으면 껍질을 깨지 못해서 잘 먹지 못했던 어린 시절, 부모님이 손수 살을 발라서 숟가락에 올려주시고, 저는 그걸 먹고 맛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행복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아침에 어머님이 한층 톤이 올라간 목소리로 '오늘 아침은 킹크랩(대게)야'라고 말씀하셨고, 이내 또 게살을 발라주시려고 했습니다. 8개의 다리 중 6개만으로도 아침 식사는 충분했고, 이번엔 제가 해보겠다 호기롭게 말을 건넸습니다.


 오후가 되어서 주방에서 난생처음 킹크랩을 잘라서 안에 모든 살과 맛을 꺼냈습니다. 요령이 없어서 정확하게는 1시간을 껍질과 살을 분리하고, 사용할 재료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30분 소스를 끓이며 불순물을 걷어내고, 밥을 섞어내고, 마지막에 덩어리가 큰 살을 고명으로 올려내서야 요리가 끝이 납니다.


 평소에 숟가락에 얹어주시던 그 마음을 담아, 접시 가득 올렸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과 '이런 거 자주 해주지 마, 계속 먹고 싶어 져서 큰일이야'라는 말을 듣고 깨닫게 됩니다. 왜 내가 부모님과 먹는 식사를 꼭 주말에는 직접 만들어서 함께 먹는지. 그 말 한마디, 추억 한 장, 미소 한 번 때문입니다. 반대로 부모님의 시선에서 지난날 어린 제가 먹었던 모든 것이 그런 마음이었겠죠. 그렇게 아침에는 킹크랩을 나눠 먹고, 밤에는 다시 요리해서 추억을 나눴습니다.


값진 추억을 만들고 싶은 오늘, 킹크랩 비스크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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