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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섭 Jan 29. 2019

그 바다에 가면, 꼬막 무침

열일곱 번째 접시, 열일곱 번째 이야기


  겨울이 되면 바다의 맛이 다가옵니다. 시린 겨울이지만 기다려지는 이유, 꼬막에 대해서 오늘은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코 끝이 시린 겨울, 생각나는 맛.

순천만 (2015)


 2015년 가장 친한 친구와 순천과 여수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때가 제가 처음 꼬막을 접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차디 바람을 뚫고 봤던 순천만의 노을도 아름다웠지만, 이내 다가오는 허기도 그 크기가 상당했습니다. 순천만 바로 앞 꼬막정식 그 인연은 시작됩니다.


한국식 상차림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조개를 먹어본 적 있었나? 쫄깃하고 향과 맛이 강한 녀석. 꼬막은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순천만앞 한식 정식을 파는 식당에서 먹은 한 상에서 몇번을 더 먹었던 꼬막은 이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였고, 이 날이 살면서 꼬막을 처음 먹은 날이었습니다. 


 꼬막?! 피꼬막?! 꼬막의 대하여

 

조선시대의 기록에서도 꼬막은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는 8진미 중 1품으로 꼽히던 요리이고,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전라도의 특산물로 등재되었습니다. 여기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벌교'의 꼬막이 제일 맛있다고 하고, 1803년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자산어보'에서 '살이 노랗고 맛은 달다'의 기록을 보면, 우리 역사 속 우리의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식재료임에 틀림 없습니다.


 은은하게 풍기는 바다의 향미와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참꼬막은 짜지 않고, 씹을수록 그 맛이 달고 매력적입니다. 꼬막은 겨울이면 찾아오는 별미로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도 간간하면서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이라는 구절도 있으니, 우리의 식문화에 깊은 뿌리를 내린 것이 확실합니다.



꼬막무침

재료: 꼬막 2kg, 양념장 (하단 참고)

1. 끓는 물에 꼬막을 넣고, 한방향으로 저어줍니다.

양념장

대파 한단, 다진 마늘(마늘 10알)

간장 30 ml

참기름 10ml

소금 5g

고추가루 10g

깨 10g


2. 재료를 잘 섞어줍니다. 숙성하면 더 좋은 맛이 납니다.

3. 살짝 입이 벌어진 꼬막을 헹굽니다.

*꼬막 쉽게 분리하는 방법


*가운데 부분에 숟가락을 끼우고 시계방향으로 돌려줍니다.

*힘을 살짝 주면 됩니다.


4. 꼬막의 살과 껍질을 분리합니다.

5. 분리한 살을 다시 식초를 5ml 넣은 물레 살짝 삶습니다.

6. 찬물에 헹굽니다.

7. 불순물이 이만큼이니 해야하는 작업

(어머니는 꼼꼼하기 때문에)

8. 수분을 제거합니다.

9. 양념장과 꼬막을 무칩니다.

10. 무침완성

 꼬막의 맛이 달콤합니다. 피맛이 나기도 한다는 꼬막 그 맛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살짝만 데치는 조리법도 있지만, 집에서 먹는 꼬막은 최대한 탈이 나지 않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쫄깃하고, 씹을수록 단맛이새어나오는 이 요리 하나면 식탁은 풍요로워집니다.

 + 밥을 함께 비벼 먹으면 별미

** 그 밥을 김에 싸먹으면 진미



함께 만들어서 의미있는 아침.


 한식엔 젬병입니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집밥'으로 불리는 요리를 먹을 때면, 어머니가 해주는 요리가 생각나서 쉽게 도전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던게 이국적 요리였는데. 이번에는 저의 삶의 뿌리 그리고 많은 부분을 담당하시는 어머니의 도움을 아주 아주 많이 받았습니다.


 인터넷에 좋은 정보가 많지만, 마음에서 마음으로, 경험이 전수되는 마법은 기술의 시대에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으로 요리를 하는데 다른 레시피를 잘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엄마 레시피'가 있기 때문에 든든했기 때문이죠.


 수십년 아니 평생을 쌓아온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조리법, 누군가는 어떻게 하는게 더 맛있다고 말하지만, 한번 더 씻어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육즙보다 혹시나 있을 불순물에 우리 가족이 탈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식초물에 한번 더 씻어내는 정성이 담겼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맛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일요일 아침이면 부엌이 소란스러웠습니다. 이번에는 둘이서 아침을 같이 준비했는데, 또 어머니께 배우고, 새로운 경험이 생기고, 언젠간 추억이 될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요리의 프로세스가 간단해지는 시대, 믿을 수 있는 가족의 손길이 담긴 요리를 만드는건 시대를 역행하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그 가치는 오래도록 기억될 독특함이 존재합니다. 저는 그래서 이런 요리들을 좋아하고, 꼭꼭씹어서 이 맛과 감동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오늘 엄마와 함께 만든 이 요리, 그리고 좋은 경험이 계속해서 기억하고 싶은 맛입니다.


 씹을수록 달콤한 추억이 필요한 오늘, 꼬막무침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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