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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섭 Jan 11. 2019

환상이 지금 내 입안 가득, 스테이크

열여섯 번째 접시, 열여섯 번째 이야기

 스테이크 하면 우리에게 독특한 의미로 다가오는 요리입니다. 사실 고기를 구운 요리인데 이게 레스토랑에서 비싼 가격을 받고 나오는 코스요리의 중심이며, 이걸 먹어야 제대로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 스테이크에 대해서 이야기해봅니다.


 환상인걸 알지만, 맛있잖아

영화 매트릭스 1편

 영화 '매트릭스'는 기계가 점령한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그린 작품입니다. 인지하지 못한다면 가상세계의 내가 나인지, 구분할 수 없는. 장자의 호접지몽과 비슷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이 영화에서 현실을 참혹합니다.


 반면에 환상은 달콤하죠, 주인공의 동료인 사이퍼는 현실을 인지하게 되었지만, 끔찍한 디스토피아를 탈출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그에게 스미스 요원은 대화를 요청하고 그들은 '매트릭스'속 좋은 식당에서 좋은 스테이크를 먹습니다.


최고의 스테이크 먹방 영화 
I konw this state doesn't exist I know when i put it in my mouth the matrix is telling my brain that it is juicy and delicious 


 사이퍼는 말합니다. 나도 나의 상태를 알고 있어, 내가 이걸 먹으면 매트릭스가 내 두뇌에서 이걸 즙이 넘치고 맛있다고 느끼게 할 거야. 환상 속 세계에서 그가 먹은 스테이크는 먹음직스럽습니다. 다시 그가 현실에 돌아온 순간 먹는 미네랄 죽과 상반되는 풍족함과 행복함. 그의 환상처럼 우리에게도 스테이크에 대한 환상은 분명 존재합니다.


스테이크의 넓은 세계


 쇠고기의 육류 조각 덩이를 구운 요리를 스테이크라고 부릅니다. 그 방법으로는 석쇠에 구운 직화구이, 프라이팬 방식, 오븐에서 굽는 방식으로 나뉘고 이 대부분 '소고기' 스테이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요리법이기 때문에 다른 재료를 사용할 땐 그 명칭을 같이 붙여줍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테이크를 소비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 말고도 남미 아르헨티나가 있는데, 각 나라마다 조리법도, 사용하는 소스 그리고 부위까지 넓은 세계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독특한 문화적 특징이 나타나는 요리입니다. 몇 가지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와 요리법으로 다양한 그 세계에 가장 유명한 미국으로 가보겠습니다.


미국의 스테이크 하우스, 그리고 피터 루거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 -출처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
피터루거의 스테이크 조리 과정 굽기, 오븐

 2016년 미국 여행을 하며 먹어본 스테이크 하우습니다. 브루클린에 위치한 피터 루거 스테이크하우스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유명한 가게고, 이젠 인터넷으로 예약까지 가능한. 미국 그리고 뉴욕과 브루클린의 명물입니다. USA PRIME등급의 상위 2%의 쇠고기를 두껍게 썰어내고, 겉은 바삭하게 시어링 하고 오븐에서 다시 구워내는 이 곳의 스테이크는 '드라이에이징'을 하여 고기의 풍미를 더해주는 용법을 사용한 대표적인 스테이크 하우스로 1887년부터 명성을 쌓은 스테이크로 유명한 장소입니다.


피터 루거의 USA 프라임 출처 - google maps pramuc chandra -


 뜨겁게 달궈진 접시를 서빙해주고 고기 한 덩이와 육즙을 함께 덜어줍니다. 이게 피터 루거의 맛의 비결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많은 풍미들이 지방에 녹아있을 것이고, 녹은 지방과 함께 먹는 고기는 부드럽고, 풍미가 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 가지의 특징은 본인들 가게의 스테이크 소스를 7달러에 팔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의 많은 스테이크 하우스들도 피터 루거와 비슷하게 구현하지만 이 스테이크 소스는 가게의 영업 비밀이 되고, 따로 팔지는 않는 점에서 아쉬움이 생깁니다. 7달러의 소스를 사면 집에서 구운 스테이크에도 브루클린의 향수를 제법이나 떠올리게 해주는 맛으로 보답해줍니다. 물론 고기 맛을 따라 할 수 없어서 반쪽 짜리고, 그들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스테이크 소스만 팔았을 것입니다.


한국의 스테이크 하우스, 볼트 스테이크 하우스

볼트 스테이크 하우스


 국내에서는 미쉐린 가이드에 올라간 볼트 스테이크 하우스로 피터 루거와 비교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똑같은 부위로 먹지 않았기 때문에 완벽한 비교는 불가하지만, 육즙을 함께 내어주는 방법과 스테이크의 차이에서 미국에서의 맛과 달랐습니다. 사용하는 고기에 따라서 차이도 존재하지만, 오롯이 스테이크 한 덩이로 식사하는 문화의 차이도 반영되기 때문에 필연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맛있는 스테이크?! 

살치살 스테이크 2인분


 쉽게 이론을 설명을 하여, 맛있는 스테이크가 일반 로스구이와 다르게 맛의 다양성이 생기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해보려 합니다.


 1. 숙성의 맛, 에이징


 드라이 에이징 혹은 웻 에이징 이 말이 붙으면 고기 값이 훌쩍 뛰고, 맛도 훌쩍 뜁니다. 공통점은 쇠고기를 숙성한다는 점이고, 숙성 방식에 따라서 다른 이름을 부릅니다. 드라이 에이징은 건조식 숙성이고, 웻 에이징은 수분 손실을 줄인 숙성 방식입니다. 이 방법을 거치면서 쇠고기는 두 가지가 변합니다.


 첫 째, 쇠고기의 천연 효소가 근육의 결합 조직을 파괴하여 고기가 더욱 부드러워집니다.

 둘째, 쇠고기의 풍미와 맛을 더욱 집중적으로 증가시킵니다.


 

2. 열기가 만드는 마법 마이야르 반응 (Maillard reaction)


 프랑스의 화학자 마이야르가 1912년 보고한 이 반응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일정한 온도에서 만나면 갈색 색소인 멜라노이딘 색소를 생성하고 이것이 매우 독특한 향미를 가진 화학물이 되고, 우리에게는 매력적인 풍미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서 큰 분자들이 작게 쪼개져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약 140도에서 165도 사이의 높은 온도에서 스테이크를 구워야 합니다.


살치살 스테이크 

재료

살치살 160g

소금

후추

버터

로즈메리


 * 이번 스테이크는 살치살을 사용했고, 직접 정형 과정을 걸쳤습니다. 살치살은 쇠고기의 윗등심살의 삼각형 근육을 분리하여 정형하며, 소 한 마리에 5kg 정도 나오는 고급 부위입니다.


* 버터는 고기를 구울 때 마지막 육즙과 함께 다시 코팅해주는 아로제 기법(프랑스 요리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1. 쇠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정형한다. 팬에서 구울 땐 2.5센티 정도가 적당함.

2. 쇠고기에 로즈메리를 넣어서 미리 향을 입혀준다(생략 가능)

3. 조리하기 1시간 전 상온에서 고기의 온도를 올려준다 (내부가 차가울 경우 익는 속도가 더디다)

+ 소금과 후추를 충분하게 스테이크 겉면에 뿌려준다.

4. 온도를 높인 팬, 혹은 프라이팬에 기름등을 넣고 높은 온도에서 고기를 구워준다. 


* 2.5센티 스테이크 기준 1면에 약 1분씩 4번


5. 허브를 넣어서 겉면에 문질러준다. 버터도 추가해서 겉을 코팅하듯 끼얹어준다 (아로제)

6. 육즙을 다시 골고루 퍼지게 하기 위해 레스팅(휴지)을 3분간 해준다.

*이 과정을 통해서 고기 겉면으로 몰린 육즙이 고르게 퍼진다.

7. 썰어낸 후, 소스와 함께 먹는다.


 시대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부모님은 웰던 즉 다 익은 고기를 좋아하고, 나는 미디엄 레어 혹은 레어에 가깝게 고기의 맛을 즐긴다. 일반 구이보다 두껍게 자른 스테이크는 한입에 여러 가지 식감과 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겉은 바삭하게 구워내고, 안은 촉촉하고 쇠고기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이 차별성이 스테이크를 특별한 요리로 만드는 것 같다.


본 일러스트의 저작권은 김대섭에게 있습니다.

대섭의 식탁, 고마운 그 날


 시작은 두 개의 마음이 합쳐졌다. 2018년 한 해 고마웠던 나의 지인들에 대한 감사, 또 하나는 내가 좋아하고 요리를 많은 사람들이 먹었으면 하는 마음. 그래서 이 날의 제목은 '대섭의 식탁'이었다.


대섭의 식탁 초대장에 쓰인 일러스트 - 저작권 김대섭 -


 식탁이라는 공간을 좋아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食을 담당하는 중요한 공간이며, 여기서 우리는 많은 것을 공유하고, 또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합니다.
 식탁의 본질은 요리를 공유하는 데 있습니다. ‘맛있다’라는 감정 공유를 시작으로, 더 나아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한다면 가족의 따뜻함을, 친구와 함께 한다면 우정을, 연인과 함께 한다면 사랑을, 이 공간에서 삶을 구성하고 지탱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위한 식탁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접시 가득 정성을 담은 요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식탁이라는 공간을 여러분께서 채워주시면, 저는 따듯한 식사로 몸과 마음을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은 행복으로 식탁을 채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날, 저의 이름을 건 ‘대섭의 식탁’을 빛내주실 모든 분들이 행복하길 기대합니다.


 이렇게 순수한 글로 초대장을 보낸 지 2시간 만에 37명이 예약을 마감했다. 자리와 시간을 배정하고, 어떻게 대접할지 생각하며 준비했다. 욕심이 가득했던 세 가지 메뉴도 준비를 마쳤다.

메뉴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새콤하게 먹는 남미식 회 요리인 세비체를 광어와 감귤로 만들고, 직접 채소를 선 조리한 부르스게따 그리고 통으로 된 덩이를 직접 정형한 살치살 스테이크였다.


살치살 스테이크와 감자튀김 그리고 소스


 첫 시작은 정신없었다. 아무리 시간을 정했다고는 하지만, 많은 인원을 감당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당일의 주방은 내가 구성한 요리에 적합한 공간은 아니었기 때문에 부족함 투성이었다. 내가 바빠서 일일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조금 더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서 그 점이 아쉬웠다. 


 누가 봐도 바쁜 모습으로 정신없이 요리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식탁에서 접시마다 이야기가 생겼으면 했는데, 정작 나는 그걸 보지 못했다. 다행히 후기로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오랜만에 소식을 접하고 모였다는 일 하나로 재밌었다는 말은 들었다. 그리고 또 바빠 보여서 아쉬웠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들었다.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나의 식탁은 충만해졌다. 먼저 주방에서 나를 도와준 연인, 물 한잔 못 마시고 4시간을 같이 주방에서 있었다.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진심 어린 조언과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했다. 그리고 금요일 밤, 내가 만든 이 자리를 빛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각각 이야기가 있다. 장소를 빌려준 니즈 버거의 사장님들, 포크와 나이프를 흔쾌히 허락한 정우형, 일러스트를 그려준 미정이 또 당일 식탁에서 정신없는 나를 이해해준 모든 사람들,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환상에서 나왔다. 전 날 내가 37명이 넘는 사람에게 요리한 사실은 어안이 벙벙했고, 동시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나의 첫 식탁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생겼다. 



 환상에 빠지고 싶은 오늘, 스테이크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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