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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섭 Dec 29. 2018

내년을 기약하며, 바질 페스토 파스타

열네 번째째 접시, 열네 번째 이야기

 향긋하고 이국적인 바질의 향 좋아하시나요? 저 또한 최근에서 접하기 시작한 바질과 바질 페스토. 오늘은 직접 재료를 키운 바질과 바질 페스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고급스러운 그 이름 바질


 셰프들 특히 이름이 있는 셰프들은 각자 좋아하는 소스가 있습니다. 바질 페스토에 대한 동경은 아마 그때부터였습니다. 파스타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의 요리와 가까워졌고, 이 진한 초록색 매력을 가진 페스토와의 인연도 시작되었습니다.

 

바질라 (1세)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스입니다'라고 유명한 셰프는 이야기했고, 평소 먹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제격인 바질 페스토. 물론 코스트코에서 사서 쓰면 얼추 비슷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지만, 궁금했다. 과연 실제로 생바질을 키우고, 그걸 채집해서 먹는다면 어떨까?


 바질, 넌 누구야


 바질은 원산지가 동아시아 쪽이고, 민트와 비슷한 쪽에 속하는 허브인데, 과거부터 약재로 사용하기도 했고, 향도 좋기로 소문이 난 재료이고, 특히 이탈리아 요리의 빼놓을 수 없는 큰 기둥을 잡고 있다. 이전에 썼던 카프레제에서도 등장하고, 이탈리아의 요리 대부분의 향을 첨가해주는데 많이 쓰인다. 


 마르게리타와 이탈리아


바질, 치즈, 토마토 소스


 가장 인기 있는 이탈리아의 요리 중 하나인 마르게리타 피자에서도 바질은 찾을 수 있다. 1889년 나폴리를 방문한 당시 이탈리아의 국왕 움베르토 1세의 아내인 마르게리타 왕비의 이름을 딴 피자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녹색과 백색 그리고 적색바질과 모차렐라 치즈, 토마토소스만으로 맛을 낸 이 피자는 단지 마르게리타 왕비만 좋아한 요리가 아니었다. 이탈리아인 열렬한 사랑을 받은 이 피자는 이탈리아의 피자협회가 인정한 '전통 나폴리 피자'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바질은 여기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바질라와 만남


처음 만난 날


 바질에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껏 키웠다. 양재 화훼단지에 가서 직접 하나에 2.500원 주고 구매했다. 하나하나 사연을 붙이는 버릇이 있는데, 바질이 무럭무럭 자라라고 친구가 고질라처럼 무성하게 크라고 바질라라고 지어준 이름 덕분인지 우리 집에서 키운 바질은 무척이나 잘 자랐다.


바질 꽃까지 열리며 무럭무럭 자랐다.


 이름을 따라간다는 말이 제법 신빙성이 있다고 믿기 시작한 게 바질을 키우고부터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집 바질은 1미터가 넘게 무럭무럭 크고 꽃이 맺고도 오래도록 살았다. 글을 쓰고 있는 12월 28일 지금은 온도가 낮아서 잎사귀가 많이 떨어졌지만, 나무처럼 큰 줄기는 그대로 살아있다.


 바질 키우기 팁

순 치기를 해줘야 한다

거름도 주면 더 잘 자란다 (우리 집은 달걀 껍데기를 부숴서 줬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으면 잘라주는 게 좋다(하지만 그냥 키웠고, 향이 짙어졌다)


직접 키운다는 의미


 재료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가져본 게 처음이었다. 직접 키운 재료로 요리를 만든다는 일은 가슴 뛰는 일이 며, 누군가에게 대접할 때 더욱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집에서 바질까지 키우면서 무슨 요리를 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식용으로서도 충분한 바질은 우리 집 로즈메리와 함께 집안을 향기롭게 바꿔주는 역할도 가지고 있었다. 바질 잎에 뭐라도 스치면 싱그러운 그 향이 집안 구석구석 퍼져나갔다. 직접 키우며 애착도 깊어졌다. 주말이면 잎을 따줘야 하는데, 혹은 괜히 요리에 두 잎 정도 넣어야 하는데. 항상 생각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기고 그에 대한 관심도 더욱 깊어졌다. 이건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식재료와는 다른 의미다. 바질라는 나의 요리에서 큰 부분을 담당하는 자부심이었다.




 바질 페스토, 초록 마법


기본적 바질페스토의 이미지 - 출처 두산백과-

 페스토는 이탈리아 제노바의 대표 소스이며, 바질을 빻고, 올리브유와 치즈 그리고 잣과 함께 갈아서 만든 소스이며, 그 어원은 빻는다는 Pestare(페스타 레)의 제노바식 방언 Pesta(페스타)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소스다. 그 역사는 1980년대부터 시작해서 길지 않지만, 다양한 파스타에 사용하기도 한다. 최초로 페스토를 기록한 것은 1863년 '제노바의 요리'에서 리구아니아 주의 요리문화에서 '바질과 마늘로 만든 파스타에 넣어먹는 소스'로 소개된 게 처음이다. 


 2002년에는 페스토의 레시피와 품질을 보호하기 위해 페스토 협회도 탄생했다. Consorzio del Pesto Genovese가 이름이며, 2년에 한 번씩 막자사발을 이용한 전통방식으로 페스토를 만드는 세계 챔피언쉽 대회도 있다고 한다. 전통의 방식은 기본적으로 있지만 각각의 방식마다 다양한 맛과 색을 내는 페스토는 우리의 장문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들의 요리를 사랑하는 이탈리아인이 만든 제노바 협회의 권고 레시피는 이렇다


막자사발에 마늘과 소금을 부드럽게 빻는다

바질을 넣고 원으로 돌려가며 으깬다

잣을 넣고 간 후 치즈가루를 잘 섞는다

*치즈는 파미지아노 레지아노, 그라나 파도 중 하나를 선택하고 페코리노 치즈와 3:1 비율로 섞는다

페스토의 농도가 적당해질 때까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로 농도를 맞춘다


재료 3인분

바질 50g

잣 20g

올리브 오일

마늘 4쪽

치즈(페코리노, 파마산)


1. 바질과 잣과 마늘을 다져준다(갈아준다)

2. 올리브유를 농도를 맞춰가며 부어주고, 치즈와 섞는다


* 저마다 비율이 있는 하나의 양념이다. 개인적으로 레몬주스를 넣기도 하고, 잣 대신 다른 견과류를 사용하기도 한다.


추천하는 바질 페스토 파스타 

재료

바질 페스토 30g

바질

페투치니 면

베이컨

양파

리코타 치즈

수란


1. 양파, 버섯, 베이컨을 볶는다

2. 6분간 삶은 페투치니 면을 넣고 면수와 볶아준다


*가열은 여기까지


3. 바질 페스토를 섞고, 치즈와 수란 그리고 바질을 올려 마무리한다.

요리를 마친 후 소스를 쓰는 건 제법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가열하지 않을 때 이 싱그러운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함께 들어간 재료들이 어우러지는 마법이 일어나는 걸 기다리는 것도 재미다. 개인적으로 수란과 리코타 치즈는 제법 잘 어울리는 재료다. 토마토의 상큼함도 좋아하지만, 포식했다는 느낌을 주고, 다양한 변주를 주는 풍성한 맛을 주는 재료들이 도움을 주는 이 파스타는 추천할만하다. 



수란을 터트리기 전


이름을 건다는 다짐


 이름에는 저마다 뜻이 있다. 고질라처럼 무럭무럭 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나의 바질은 기대를 품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바질이 알았을지 모르겠지만, 이 이름을 가지고 난 후 책임감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다. 기필코 왕성하고 울창하게 자라야 했다. 2018의 바질라는 그 임무를 충분히 했다. 요리를 하고 있는 나에게 바질라의 존재는 직접 키워서 사용하는 허브와 식재료를 넘는 큰 존재였고, 자부심이 되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 중 일부는 이 이름을 알고 있다. 이게 '바질라'라는 이름을 가진 바질을 설명한다.


 이름으로 설명된다. 조금 먼 나라의 '제이미 올리버'를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그가 영국의 셰프고 예전에 급식 개선 프로그램을 하고, 지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요리법은 어쩌고 저쩌고 짧은 이름 안에 많은 이야기와 그의 삶의 자취가 쌓여있다. 이름이라는 건 큰 그릇이다. 그 안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역사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무척이나 크고 중요하다.


 나의 이야기를 하자면, 내 이름 김대섭은 큰 불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의미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 의미보다 '김대섭'이라는 이름에 어떤 역사가 쌓일지 궁금하며, 걱정이 된다.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내 이름을 따라오고 앞으로 쌓일 것은 빛이 바랠 것이다. 분명하다.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은 나를 설명하는 역사가 된다. 이름을 건다는 건 큰 의미다.


 브런치를 하며, <김대섭>이라는 본명을 사용하는 이유도, 내가 하고 있는 것들(대섭의 식탁 등)에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 이름 앞에 혹은 뒤에 붙어서 따라오는 나의 역사에 최선을 다 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이름의 뜻을 해석을 자의적으로 해본다면, '큰 불처럼 큰 열기를 가지고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매사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눈에 불을 뿜기 때문에.. 친구가 바질에게 바질라라 이름을 지어주고, 그 목표를 완수한 것처럼, 나는 내 이름에 저런 목표를 주고 있다. 이름을 걸었기 때문에 나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하물며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해낸 일인데, 나도 당연하게 이루어야지. 이건 내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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