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접시, 열세 번째 이야기.
알리오 올리오 좋아하세요? 이제는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부를 수 있는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 오일 파스타의 기본으로 큰 인기를 가지고 있는 '알리오 올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우리 가족 구성원 중 엄마는 탄수화물을 제일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면과 떡, 그리고 간식으로는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까지. 이처럼 이름만 들어도 탄탄한 요리와 재료만 좋아하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파스타는 알리오 올리오인데, 꽤 오랜 기간 나도 이 파스타를 맛있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볍게 한 끼 먹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하기 좋은 요리로 변했고, 매번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썰며 즐거운 식사를 준비한다.
올리브는 유럽의 식사문화에 빠질 수 없는 식재료다. 특히나 오늘의 주인공인 알리오 올리오 (Aglio e Olio)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재료다. Olio는 올리브유를 뜻하는 말인데, 직역하자면 알리오 올리오는 마늘과 올리브유다. 참 직관적인 이름이라서 좋다.
기원전 1500년경부터 올리브유는 등장했다. 그 활용은 매우 다양해서 불을 밝히는 용도로도 사용하고, 가구에는 색을 내기 위해서 바르는 등 상당히 고가이며, 중요한 물건이었다. 심지어 성경에서 나오는 기름도 올리브유이므로 얼마나 귀한 재료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중적으로 올리브가 재배가 되고, 더 많이 보급된 건 로마시대에 이르서서 상업적으로 재배단지를 구성하고, 유럽의 각국에서 대량으로 올리브를 생산하면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름, 생활의 일부분이 된다. 이탈리아의 올리브유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2016년도에는 가짜 올리브유를 몰아내고, 정통 올리브유의 영광을 찾자는 법안을 의회에서 내놓기도 하고, 올리브유 생산 업자들도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실제로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주장을 보면, 올리브유는 그들의 역사이며 유산이다.
Extra Virgin (엑스트라 버진): 가장 우수한 등급, 순수하게 압착한 기름으로 적은 수가 판결검사를 통과함
Virgin (버진):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여 식용 가치가 있는 좋은 품질의 올리브유
Lampante(람펜테): 인화제 혹은 첨가제로, 식용으로 쓸 수 없음
Pure/ Extra Light : 상업적 이유로 나타난 등급, 국제단위로는 Olive Oil로 정의되고, 유럽에선 모른다
마늘의 원산지는 이집트라고 한다. 식재료로 저장성이 좋았던 마늘은 세계적인 인기를 끈다. 물론 우리나라는 고기쌈에도 생으로 올려서 먹을 정도로 사랑받는 재료이며, 중동의 고기 요리에는 필수로 잡내를 잡기 위해 아주 듬뿍듬뿍 사용하고, 중국에서는 양꼬치에 끼우고,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마늘을 많이 소비한다. 스페인이 마늘을 1위로 많이 소비하고, 이탈리아는 요리의 향신료로 마늘을 많이 사용한다.
매콤하고 알싸한 맛이 나는 마늘은 불에 익히면 아린 맛이 사라지고, 영양소도 파괴되지 않으며 고소해진다. 또한 풍미가 강해지며, 좋은 맛을 증폭시키는데, 때문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많고, 과거에는 이 자극을 금기시하기도 했었다.
불교에서는 스님의 수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먹으면 안 되는 금기의 5가지 식재료가 있었다.
마늘
부추
파
달래
흥거(한국의 경우 양파)
사찰에서 이 재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심해서이다. 성질이 맵고, 사찰에서는 이들 음식이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여 금지시켰고, 때문에 불교의 영향을 받았던 우리도 과거에는 잘 사용하지 않던 식재료다. 하지만 우리의 요리 문화는 위 재료들이 없다면 상당히 많은 요리가 사라질 수 있다. 김치부터 시작해서 정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시대가 바뀌지 않았다면 여전히 금기시되는 재료로 빛을 못 봤을 수도 있었겠다.
우리는 중독되어있다. 위에 모든 오신채들은 충분히 매력 있는 식재료이기 때문에 우리의 요리 문화의 기둥 재료로 쓰이고 있다. 오신채로 금기까진 아니어도, 생마늘의 향을 선호하지 않는 다른 국가가 많지만, 이탈리아의 요리법은 이 마늘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마늘을 핵심 재료로 사용한 요리도 사랑을 받고 있으니 과거에 살았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정말 재료에 큰 집중을 해야 하는 요리다. 이름부터 마늘과 올리브유, 정말 정직하고 간단하다. 검색해서 나오는 이미지도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미지인걸 보면, 보편적인 요리임에 틀림이 없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요리하는 사람의 실력보다 마늘과 오일의 품질이 좋은지를 보는 기본기 요리로 생각한다.
재료 1인분
파스타면 170g
마늘 7알
페퍼론치노 3알
옵션(새우, 바질)
1. 재료를 손질한다. 마늘을 채를 썰고, 소금을 넣고 파스타면을 끓여준다.
*마늘을 두껍게 썰어주면 씹는 맛도 생기고, 잘 타지 않는다.
2.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약불에 향을 뽑으면서 볶는다. 고소한 향이 날 때까지, 페퍼론치노는 옵션이지만 추천하는 재료
3. 삶은 면을 면수와 함께 볶은 마늘에 볶아준다. 마무리 후 개인의 취향에 맞게 허브와 치즈를 추가하면 끝!
담백해서 맛있다. 그리고 매운맛을 약간 더한 알리오 올리오는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 고소하게 씹히는 면 사이로 씹히는 마늘은 별게 아닌데 맛있게 느껴지고, 기호에 따라서 추가하는 재료로 향과 맛을 더하면 잘 어우러지기 때문에, 식사할 때 함께하기 참 좋은 파스타로 생각된다.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불 앞에 서면, 기름을 두르고 마늘부터 익힌다. 혼자서 먹는 요리 중 제일 자신 있는 게 파스타고, 또 마늘향이 듬뿍 들어가서 고소한 게 나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파스타를 해서 먹을 땐, 오일 파스타는 하지 않았다. 심지어 시중에서 나오는 소스를 사용하고 내가 요리했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하지 못할 소리다. 나의 취향이 반영되지 못하는 그 요리는 맛은 있지만, 낯설고 어색했다. 칼을 쓰고, 불을 조절하는 게 제법 익숙해지며 나도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게 익숙해지고 자신이 생겼다.
나의 가장 오래된 취미는 농구다. 중학교 1학년부터니까 현재까지 10년 넘게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스포츠이자 취미이다. 누구나 그렇듯 지는걸 참 싫어했다. 하지만 이분법적으로 누군가는 져야 게임이고, 경기가 끝나기 때문에 나의 기억이 맞다면 23살까지 매번 지는 게 익숙한 오기로 하는 취미였다. 질긴 인연은 대학 동아리도 마저 농구를 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회장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실력'은 출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절하를 당하며, 자기혐오만 늘어갔다. 그래서 혼자서 나가서 연습을 했다.
동아리방에서 시간 나면 그냥 기본에 기본만 했다. 팡팡 튀는 공을 컨트롤 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당연히 선수 정도로 잘할 만큼 나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면, 나의 모든 기록에 농구로 도배되어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거기까진 아니었다. 대신, 기본이 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길을 가면서도 가끔은 옆으로 수비용 사이드 스텝을 밟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뛰어다니기까지 했으니까. 그 결과 실제로 내가 대학 동아리의 이름을 달고 뛴 대회에서 패배보다 승리가 더 많다. 이제 뛸 일이 없으니까, 난 계속 더 많이 이긴 기억을 가지고 살 수 있다.
나에게 요리도 그렇다. 기본적인 칼을 사용하는 법, 불을 조절하는 법, 재료에 대한 이해, 모든 것은 기본이다.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좋겠지만, 꾸준하게 한다면 분명 좋은 날은 올 것이다. 큰 욕심은 없다. 농구에선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고, 요리에선 먹는 사람이 맛있게 먹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오래도록 하다 보면 좋은 추억이 생기지 않을까?
간단하고 맛있는 파스타가 먹고 싶은 오늘, 알리오 올리오는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