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접시, 열아홉 번째 이야기
우리가 한국에 살기 때문에 체감하기 어려운 문화가 있다면, 다른 나라는 굴을 비싸게 먹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급 식재료에 속하는 굴이 한국에서는 접근성이 무척이나 좋은데, 그래서 오늘은 그 굴과 세비체의 만남을 이야기합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광장 그 중심에는 '엘 꼬르데 백화점'이 있다. 모든 물건을 파는 이 백화점 지하 1층도 푸드코트가 존재합니다. 기념품을 사기 위해 돌면서, 바르셀로나의 명물인 뚜론을 찾는 도중 화려한 쇼케이스에 진열된 굴과 만남을 하고, 동시에 가격에 놀랐습니다.
1개의 4유로 2019년 2월 28일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약 6천 원이 넘는 큰돈입니다. 우리가 횟집에서 먹는 굴의 가격에 비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 한우보다도 비쌉니다, "이걸 한국에서 먹으면 얼마 정도에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나의 여행 중 한 끼 식대가 13유로라는 것을 감안하면 저건 상상 속 요리였습니다.
왜 유럽에서 굴은 비싼 음식이 된 것일까? 몇 가지 이유가 겹쳐져서 우리가 유럽에서 오이스터 바에서 굴을 먹는 것은 상당한 가격으로 변했습니다. 과거에는 굴이 저렴한 편이어서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기가 있는 재료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이어지며, 남획을 한 결과 한 자리에서 자라는 굴의 생산속도는 더뎌집니다. 또한 정리를 해보자면(?)
1. 사회적인 굴의 인기가 증가 (수요 증가)
2. 남획으로 인한 굴 생산량의 감소 (공급 감소)
3. 유럽의 노동에 대한 가치 증가 (생산비 증가)
이러한 원인들로 비싸게 굴을 먹을 환경이 만들어지고, 덕분에 유럽에서는 굴이 고급 요리에 포함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굴은 조선시대부터 다양한 요리법으로 먹을 정도로 인기 있는 식재료였습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익의 성호 전집에도 굴을 무와 함께 먹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역사의 깊이가 상당합니다.
통영은 국내의 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굴 생산지입니다. 통영 하면 굴, 굴을 떠올리면 통영을 떠올릴 정도로 통영에서의 굴은 식재료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통영의 공식 사이트에는 굴에 관련한 정보도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양식 종인 참굴에 대해서 특징과 채묘시기 그리고 관리법까지 올려놓을 정도로 애착을 보입니다.
참굴은 약 5도에서 30도 사이의 수온에서 특히 23도와 25도 사이에서 잘 자라고, 산란기는 5월부터 9월까지 남해의 서부와 동부로 2개월씩 하며, 산란한 굴은 부유 생활을 하다 부착하여 한 곳에서 자랍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으며 자라는 굴은 6~7월 전기 채묘하고, 8~9월 후기 채묘를 하며 수확을 합니다. 이제 다양한 방식으로 자라는 굴은 환경과 양식방법에 따라서 그 크기와 맛이 다르게 변합니다.
Ceviche는 스페인어로 남미식 회 샐러드입니다. 세비체의 기원인 페루에서는 역사적으로 바나나를 발효한 시큼한 주스에 회를 절여서 먹었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등장 후 감귤류의 식재료가 유입되고, 지금의 라임을 사용하는 조리법으로 변화되어 현재의 모습으로 우리에게도 다가왔습니다. 남아메리카에서는 세비체에 다양한 재료를 추가하는데 시트러스 계열의 즙과 고추와 민트 같은 향신료까지 각자의 스타일로 추가되는 우리의 김치 같은 요리라고 합니다. 흰 살 생선 혹은 해산물을 시큼하게 절여서 먹는 세비체는 전체요리로도 좋고, 산에 살이 살짝 익은 맛도 즐겁습니다.
재료
굴
화이트 와인 식초
레몬라임주스
과일(사과, 배)
허브(로즈메리 사용)
후추
1. 굴을 소금을 섞은 물에 잘 씻어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2. 과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준비합니다.
@한입 크기가 좋아요.
3. 화이트 와인식초 20ml에 올리브유 한 큰 술을 넣어주고 레몬 라임주스를 넣어서 소스를 만듭니다.
4. 준비한 굴을 넣고 10분 정도 절여줍니다.
5. 과일을 올려서 마무리.
우리가 평소에 먹는 물회의 다른 버전으로 생각하면 접근이 편합니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먹는 회 요리니까요. 대신 매콤함이 없는 조금은 생소한 이 맛을 남미에선 즐겨먹는다고 하니 우리와 공통점이 상당하죠. 부족한 매콤함은 타바스코 소스로 추가해주면 익숙하지만 색다른 이 맛이 즐거워질 수 있습니다.
취준생이 되며 깊어진 생각이 있습니다.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이며 무엇에 재능이 있을까? 인간 김대섭의 재능중 어떤 게 쓸만하고, 상품가치가 있는지 고민해본다면, 지금까지 정리해본 생각은 '그래서 네가 잘하는 게 뭐야' 결과물이 중구난방 뿌려진 삶의 흔적에 대한 평가는 냉혹합니다.
스물일곱, 취준생, 전공은 정치외교, 취미는 여러 개 그중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것은 요리와 글쓰기. 하지만 글을 잘 써서 어딘가에 당선이 되거나 누군가에 마음을 울린 경험은 당연하게 없을뿐더러, 정규과정에서 제대로 요리를 배운 적 없는 '근본 없음'을 가지고 있는 남루한 결과만 남았습니다.
나를 요리하기 전에 어떤 재료인지 알아야 하는데, 사실 그 부분이 제일 막막합니다. 그리고 두렵습니다. 내가 어디에도 쓰지 못하는 재료이면 누가 나를 써줄지 혹은 관심이나 받을지. 때문에 약 2주간 밤에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두려움과 공허함이 가득 해지는 밤이 되면 오만가지 두려운 생각이 엄습하고 이내 반복되는 걱정스러운 밤을 보냈습니다.
유럽에서 고급요리인 굴이 한국에선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방향을 찾기를 바랐습니다. 인생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을 맹신하지만, 중요한 건 주변의 속도감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주변의 빠른 변화 속도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모습에 조급함이 심해지니까요. 아직 길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상큼한 전환이 필요한 오늘, 굴 세비체는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