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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섭 Apr 16. 2019

부끄러움

스물둘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를 딱 한 번이라도 쓰고 싶다. 이건 나에 부끄러움에 관한 이야기 과거의 이야기이며,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영향을 끼칠 한 사건이다.


 2014년 4월 16일 아침은 의경인 내겐, 휴일이었다. 통화를 하며 본 뉴스의 헤드라인은 충격적 사건이었지만, 당연스럽게 국가에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때까지는.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는 시간의 흐름이 이어진다.


 끔찍하게도 사람은 타인에 고통에 한 없이 관대하다. 나의 동기였던, 혹은 선배 후임들은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는 자세가 달랐다. 비난을 했다. 차마 입에 담으면 화가 남으로 '대학 특례', '지원금', '개꿀' 순화된 단어들이 이 정도였다. 당시에는 거기에 동조하지 않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도망쳤다. 가장 덥고, 많은 비가 내린 여름 누군가의 절규가 들리는 생지옥에서 무기력하게 있기 싫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광화문은 애간장이 녹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마음이 늘 무거웠다. 분명 내가 근무를 하는 시간과 고통은 끝이 있지만, 타인의 삶에 온 변화는 계속해서 더 아픔만이 가득한 것을 알기 때문에.


 전역을 한 후 광화문 광장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아니, 울 수밖에 없었다. 비 오는 날 시청광장에서 온 공허한 주먹질이 드디어 가슴속 깊게 들어왔다. 외면하고, 피하려 했던 감정이 밀려왔다. 그때 생각이 났다. 내가 한 발 더 나아가야 했음을. 적어도 말이라도 하며, 고귀한 척하지 말고 진흙탕 속에 들어가 싸울 것을 후회했다. 


 나는 20대 초반의 나에게 부끄러움을 가졌다. 적어도 다시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싶지 않다.


 대학교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며 생각했다. 5년 전 그 사건이 없었다면, 여기서 그들의 청춘도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때문에 오늘도 매 년, 스물둘의 내가 느낀 부끄러움을 다시는 느끼지 않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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