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실패 그리고 검증

[영알못의 영화 리뷰]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2016)

by 보니것

보통 우리는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나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기적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겨우 공항에서 이륙한 뒤 2분 뒤 버드 스트라이크를 당해 엔진 2개가 모두 나가버린 상황에서 허드슨 강에 비상 착수하여 승객 150명 전원 모두 구조한 이 영화의 내용에 '기적'이라는 제목은 참 적절해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기적'같은 사건 자체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뉴스에서 우리가 접하지 못한 '기적'같아 보이는 사건 뒤의 일련의 조사와 검증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이 사건은 '기적'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냅니다.


영화의 시작은 사건 당일이 아닌 설리 설렌버거(톰 행크스扮) 기장이 뉴욕 한복판에 추락하는 악몽으로 그가 여전히 사고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NTSB[미연방 교통안전위원회] 조사관들은 좌측 엔진이 작동 중이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설렌버거 기장과 부기장 스카일스(아론 에크하트扮) 사건의 원인으로 의심합니다. 그들은 이런 조사관의 태도에 40년을 비행하며 단지 208초의 시간으로 평가받는 것에 어이없어하며 분노합니다. 그러나 또한 조사관의 말대로 자신들이 오판으로 150명을 위험으로 빠트린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리고 누명이 씌워져 자신들을 영웅이라 보도하는 언론과 시민들이 자신들을 원인으로 규정할까 봐 걱정합니다.



이 영화는 기적이라 칭하는 사건에 검증의 검증을 거듭하는 영화입니다. 승객 모두의 목숨을 구해낸 설리 기장을 곤궁에 빠트리는 NTSB 조사관들이 간혹 악당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들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기장과 승객들을 구출해낸 선박들 그리고 구조대원들처럼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뿐이죠.


그러나 이 일화를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갈등이 필요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조사관들을 공격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도 조사위원회는 사고 후 1년 반 뒤에 열렸고 사고 원인이 너무나도 명확하여 기장과 조사관이 언쟁을 벌일 일도 없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실존 인물인 설렌버거 기장도 NTSB 조사관들이 너무 악역처럼 묘사되어 캐릭터 이름을 가명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고 했을 정도죠.


우리가 살면서 큰 고난과 위기에 맞닥트리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여차저차 잘 해결되어 버리고 나면 기억에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맙니다. 그러고 나서 똑같은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그때와 똑같은 행운은 우리에게 미소를 지어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위기가 지나갔을 때 항상 생각하고 검증해야만 합니다. 마치 우리 옆에 무척 깐깐한 조사관이 있는 것처럼요. 어떤 요인들이 우리를 위기로 몰고 갔는지 그것이 나의 탓인지 불가항력적인 악조건 때문이었는지, 나는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했었는지 검증의 검증을 거듭하고 똑같은 위기를 마주했을 때 어떤 결정을 내릴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런 검증이 없는 한 설렌버거 기장의 대사처럼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았지만 내일의 누군가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기적'이라 말하는 것을 영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혹 이 말이 무척 시니컬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기적'이라 생각해버리면 사건의 배후에 있는 노력과 기지 그리고 경험이 '운이 좋았다.', '신이 도왔다."같은 착각에 깔려 버리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기적은 없습니다. 단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사는 우리의 자세와 끈질기게 공을 기다리는 외야수처럼 맡아야 할 위치를 계속해서 지키고 있다 보면 '기적'같은 일을 우리도 만들 수 있으리라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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