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세상에만 집중해보기
플럼빌리지에 가기 전에 받는 가이드라인 중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에 대한 것도 있다.
"During the retreat, please also give your cell phone and Internet a retreat. Only access Internet for urgent purposes. We recommend asking friends & family to support your retreat by limiting phone communication (you could arrange a specific day to check messages or make a call)."
리트릿동안에는 스마트폰도 쉬게 해주라는 것.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내가 언제 연락이 안될지 미리 알려줘서 정말 필요할 때만 하루나 이틀 정도 날을 정해서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여기서 지내는 동안 스스로 한 약속은 첫 날 저녁에 스마트폰을 끄고 마지막 날 모든 일정을 마친 후에서야 키겠다는 것.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지낸 세월이 이제 10년이 넘어가는데 이렇게 오래 사용하지 않는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스스로와의 약속이 플럼빌리지에서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데에 필요한 물리적, 심리적 공간을 만들어준 것 같아서 플럼빌리지에 가는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플럼빌리지에서의 시간은 아주 소중하고 거기 있는 풍경을 하나하나를 눈으로 쓰다듬고 음미하기에 딱 좋게 흘러가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낄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스마트폰이 필요할 것 같은 그대들을 위한 가상의 Q&A
폰이 없으면 기록은 어떻게 하죠?
카메라를 가져가세요! 나는 후지 디지털카메라를 가져갔고 9일 내내 마음에 와닿는 풍경이 있을 때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이것 때문에 비싼 카메라를 살 필요는 없고, 똑딱이나 일회용도 충분하다.
종이에 펜으로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 역시 고유한 나만의 방식으로 이 시간을 기록하는 데에 잘 맞는 것 같다.
알람은 어떻게 맞춰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1. 작은 알람시계 가져가기
2. 스마트폰 비행기모드로 해놓고 알람기능만 쓰기
3. 같은 방에 있는 친구들에게 깨워달라고 부탁하기.
4. 이건 무모하지만 내가 시도했고 통한 방법인데, 그냥 내 몸을 믿는 것. 자기 전에 다섯시에 일어나자 일어나자 하고 주문을 외우면, 같은 방 친구들이 뒤척거려서 깰 때도 있으나 정말 신기하게 칠흙같이 어두운 새벽 네시 오십분에도 눈이 뜨인다.
마치며
스마트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선택이다. 같은 방을 공유한 친구 중 한 명은 자유롭게 폰을 썼고 플럼빌리지 앱으로 휴식 시간에는 혼자 명상을 하기도 했다. 다른 한 명은 중간에 딱 하루 남자친구와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기 위한 자기만의 날을 정해서 사용했다.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방법이 있지만, 가기 전에 잠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꼭 필요할까? 스마트폰 대신에 시도해볼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것들은 뭐가 있을까?같은 것들. 누군가가 보고싶을 때, 무언가 말하고 싶을 때는 편지를 쓸 수도 있고, 명상을 하며 그사람을 깊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시간은 작은 해방이고 우리가 몇천년 간 살던 대로 살아보는 회귀의 실험이다. 플럼빌리지에는 스마트폰 말고도 당신을 웃게할 것들이 넘쳐난다. 들꽃, 자두나무, 여백이 있는 풍경, 노래하고 요리하고 명상하는 스님들과 다른 플럼가족들, 고양이와 강아지들. 작은 화면에서 보지 않아 여기 지금 현재 우리와 존재하는 것들이 여기엔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