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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대디 Mar 01. 2023

질러도 괜찮다.

가끔.

결국. 

바버재킷을 환불하지 않고 입기로 작정했다. 


어느새부턴가, 내 생각에 과하다 싶은 소비를 하는 날이면

뒷날은 항상 우울감이 밀려온다. 

돈 쓰는 일은 항상 재미있지만, 그때뿐이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이동진 평론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행복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소비로 지속가능한 행복을 누릴 수는 없는 건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각자 다양하겠지만 

가장 빨리 푸는 방법은 경험상으로 거의 정해져 있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중에 가장 밑바닥에 있는 지점을 빠르게 공략하는 방법이다. 

의. 식. 주.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옷을 사고 

근사한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것. (아니면 여행도 좋고)


월급쟁이가 되어서, 돈을 벌어보니

세상이라는 것이 돈만 있으면 행복을 사는 일도 어려운 일이 아니겠다 싶더라. 


근데, 어느 순간부터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왜. 나는 이런 것들을 만들지 못하고 

소비만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표현처럼. 

배알이 꼴렸다. 

능력도 없으면서, 누군지도 모를 양반들을 분노했다. 

아니, 그럴 능력이 없는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그들을 욕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억울함으로 뭔가 꾸준히 할 만한 것들을 찾아보기를 2년. 

작심삼일의 역사가 반복되었다. 

매슬로우의 가장 윗 단계 욕구인 자아성찰의 단계까지 가기가 어려웠다. 

나는 왜 자꾸 가장 밑바닥에서 노는 걸까. 


이미 옷장에는 옷이 가득 차 있고, 

이미 충분히 맛있는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고,

이미 따듯한 내 보금자리가 있는데


왜 자꾸만 소비를 하려고 하는 걸까. 


어쩌면 사람의 성공의 첫걸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끊어냄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불편한 세상이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원죄'와 같다 랄까.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생리욕구를 끊어낼 수 있어야만 

비로소 '어떤' 영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뭐 더 고민해도 답도 없는 문제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더 열심히 살기 위해, 소비를 한다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소비들이 가장 원초적인 것을 채우지만, 

그것이 채워져야 윗단계로 갈 수 있다면 

열심히 채워 넣는 수밖에

물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말이다. 


'난 놈'이 아닌 나는. 

욕구의 단계를 한 번에 몇 단계나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오늘도 열심히 채워 넣어 봐야겠다. 

억울하지만, 덜 억울해지기 위해 

소비를 발판 삼아 열심히 살아 봐야겠다. 

오늘의 나는 '소비'를 하지만

내일의 너는 보다 '생산'적이 될 거야. 

내일의 너에게 항상 짐만 맡겨서 미안. 


오늘의 '소비'를 묻고 '따블'로 갈 수만 있다면. 

가끔은 질러도 괜찮지? 



바버 스페이재킷을 쇼핑백에서 꺼내어

오늘 처음 입고 나왔는데 

이거 물건이다. 

잘 샀다. 


키작남에게는 스페이. 쵝오 

단. 머리 긴 사람은 뒤에서 보면 여자로 오해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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