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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대디 Mar 04. 2023

쓸데없는 자존심

쉽지 않은 내려놓음

아내와 다툴 때면 항상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왜 너는 나를 항상 못 이겨서 안달이야"

그렇다.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는

눈 딱 감고 한 번만 져주면 될 것을 

아내에게서 조차 말 한마디 지지 않으려고 하는 

못난 나는 매일 

스스로 매를 번다. 



주변 유부남 선배님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아내 이겨서 좋은 게 하나 없으니, 아내 말을 무조건 들어라."


결혼 전에는 흘겨 들었던 이 말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과연 백번 옳은 말이라는 것을 

내 몸에 새기고 있다. 


그런 것들이 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 


머리로는 알지만 종종

고장 난 기계처럼

못난 자존심이 불쑥 튀어나와

내 앞에 있는 상대를 

잡아먹고야 말겠다는 

한 마리의 사자가 되고 만다. 


왜 이러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내가 현재까지 이룬 모든 성과가

경쟁심에 뿌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날 때부터 배짱이었던 내가 

지금껏 사람구실을 하고 살 수 있던 이유는

다행스럽게도 주변에 훌륭한 라이벌이 되는 친구들 덕분이다. 


사소한 일에도 항상 진심인 편이어서

'진지맨'이라고 불릴 정도로 

농담도 못 받아넘기는 꽉 막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지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성적이 전부였던 나에게

친한 친구들의 성적은 항상 비교 대상이었다. 

항상 1등이고 싶었다. 

매번 1등을 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모두를 이기고 올라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았다.


아마도 그런 방식으로 내 알량한 자존심에게 먹이를 주었나 보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네가 옳다'

이 간단한 말을 하지 못해서 

상처를 주는 날에는 

내가 너무 못났다 싶다. 


'백번을 잘해도 한번 잘못하면 소용없다.'

살아보니, 부부관계에서 이 말만큼 공감되는 말이 없다. 


내 마음 한편에 잠들어있는 사자 같은

자존심을 꽁꽁 묶어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겠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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