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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고바른 Jul 21. 2024

시험보러 다녀왔습니다

방송대 출석시험 후기

                    지난번 연재글을 발행한 지 벌써 두 달이 흘렀다. 때마다 다른 이유로 연재를 미루었더니 어느새 무덥고 습한 여름의 한가운데에 오게 되었다. 꿈을 좇아 보겠다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발길이 닿는 곳을 무작정 헤매고 다닌 덕분에 생각지 못했던 기회들과 맞닥뜨리기도 했지만, 어쩐지 마음 한 구석엔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마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일을 미루었기 때문일 테다. 바쁘게 쫓아다니느라 여유를 두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그래서 글을 써낼 시간도 부족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미 지나버린 두 달 중 절반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물론 시험 보러 다녀온 이야기가 메인이다.



 방송대의 기말평가는


보통 출석시험과 과제물 평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과제물 제출일과 시험일이 약 2주 정도 차이가 있기에 수강신청 때부터 과목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신경 쓰면 준비하기 편하다. 기말 시험의 범위는 보통 따로 공지하기도 민망하게 '전 범위'인 데다, 시험을 과목별 각각 다른 시간에 보는 것이 아니라 보통 한 번에(과목이 많다면 두 번에 나뉘기도 한다.) 시험을 치기 때문에 잘 분배하지 않으면 대략 멘붕에 가까운 상황에 당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고려한 건 아니었지만 운 좋게도 나는 과제물 2과목, 시험 2과목이었고 덕분에 준비하기가 편했다. 그러나 과제물과 시험이 고작 두 과목씩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 것일까? 온갖 새로운 일들을 벌여놓았고 열정까지 들이부었다. 자만은 금물인데 스멀스멀 찾아온 허영이 어느새 또 나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완주하였으니 그 과정을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과제도 하나의 에세이이다.


모든 글에는 글쓴이의 주장이 담겨야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기말 과제는 중간 과제에 비해 배점도 높았고 단순히 교재나 강의에서 말한 것으로만은 해결되지 않았다. 일차적인 내용의 이해를 넘어서 사고라는 과정을 거쳐야 했고 그렇게 모인 견해를 글로써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효율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나타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되었던 것은 교재 이외 제 삼의 책이었다. 내게는 철학입문서로 읽으려고 사두었던 책이 있었는데, <동서양고전의 이해> 과목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같은 사람을 두고 다르게 이야기하는 것은 책도 마찬가지였다. 교재에서는 비판적으로만 평가했던 인물이 다른 책에서는 역경을 이겨낸 영웅서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된 글을 읽으며 그 간격에 메울 나만의 견해가 생겼고 이를 기승전결에 맞게 잘 구성해서 하나의 글로 만들었다.



 시험기간에는 모든 것이 흥미롭다.


책 제목 생각하기, 표지 디자인 고민하기, 독서모임 책 정하기, 모임장소 고민하기, 발제문 작성하기, 책 분류해서 다시 정리하기
새로운 취미 만들기,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하기,...

오랜만에 학부시절 같이 공부했던 후배를 만났는데, 나에 대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도서관 컴퓨터로 미드 새 시즌을 보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시험기간에는 모든 딴짓이 꿀맛 같다는 것은 국룰을 벗어나 월드룰이다. 덕분에 집필 중인(심지어 글도 더 잘 써졌다.) 책의 콘셉트를 더 구체화할 수 있었고, 독서모임 준비가 아주 잘 되었으며, 책장이 깔끔해졌고, 새로운 취미와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없다면 연습문제 위주로


나름대로 정석적으로 공부했다. 교재도 모두 구매했고, 강의 내용을 필기하며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시험이 가까워오자 교재의 내용을 모두 섭렵하겠다는 의지로 밀린 강의를 들으며 요약정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열정만큼 시간이 따라오지 못해 금방 시험날이 되고 말았다.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혼란한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미처 손이 닿지 못한 교재 워크북의 연습문제들이었다. 벼락치기하듯 아니 대강 훑어보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맙소사 마지막에 연습문제들을 훑어보지 못했다면 정말 곤란한 점수를 받을 뻔했구나!



이래저래 편리한 객관식 PC시험


기말 시험은 과목마다 일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태블릿 PC로 여러 과목을 동시에 평가한다. 시험일정은 4일 정도의 일정 안에서 수강신청하듯이 고르는데, 목금토일 중 토, 일의 늦은 시간대가 가장 인기가 많은 편이다. 방송대는 직장인이 아무래도 많은 편이니까.(우리 과는 거의 내가 유일한 것 같지만) 주말을 선호할 테다. 원하는 시간에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수강신청, 아니 시험 일정 신청 일정을 미리 체크해 두고 늦지 않게 신청해야 한다. 한 일정당 3개 과목까지 볼 수 있는데 참 편리했던 것은 시험 과목 각각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험 시간은 과목에 비례해서 한꺼번에 주고 과목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풀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과는?



모두 A를 맞는 것이 목표였지만 대실패하고 말았다. 시험 준비를 부실하게 한 탓도 있지만 애초에 워크북 위주로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시험장에 올라가기 전에야 급히 훑어본 탓이 아무래도 가장 크지 않았을까? 아쉽게 첫 학기를 마쳤다. 나에게는 아직 더 채워야 할 54학점과 풀어야 할 이야기들이 남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기꺼이 배우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이 브런치북이 도움 될 것이다.


예고 없이 가진 긴 휴재를 마치고 다시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이상하게 익숙지 않아 조금 애먹었다. 남은 연재는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었으면, 그리고 부족한 글을 기꺼이 읽어주시는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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