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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징구리 Jun 30. 2021

삶의 의미와 상징

“우리 집”

   추위와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가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을 우리는 ‘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외부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집입니다. 그러기에 집 안에 있으면 우리는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집 안에 머무르려고 합니다. 그 집 안에서 나는 온전히 아무런 외압 없이 자유롭게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 안에 있다는 것은 내가 가진 익숙함 속에 지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공간은 익숙함의 공간이고, 휴식의 공간이며, 더 나아가 인생을 설계하고 설계한 내 모습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벽돌 사이사이에도 내 기억은 스며져 있습니다. 내 인생의 조각조각들이 집 안의 소품들이 묻어나 있습니다. 삶의 의미와 상징들이 넘쳐나는 곳, 성사적인 것들로 가득 찬 곳, 내 이야기로 가득 찬 곳이 바로 ‘집’입니다. 물리적인 집을 넘어섭니다. 우리는 나만의 이야기로 내 집을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가족’은 이런 ‘내 집’, 즉 ‘나만의 공간’ ‘개인적인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이는 다르게 이야기하면 ‘내 집’에서 ‘우리 집’의 모습으로 바뀌게 하는 것이 가족입니다. 가족이 한집에 사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을 뛰어넘어서 모두가 함께 적은 이야기로 집을 형성해나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 안에는 행복한 기억뿐만 아니라 다툼과 불목의 기억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여러 색깔의 벽돌들이 차곡차곡 쌓일 때 우리 집은 ‘우리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우리 집’이 되는 것입니다. 다른 이들의 공격에서 지킬 수 있는 우리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한번 ‘우리 집’을 돌아보도록 합시다. 그 안에 새겨진 성사적인 것들을 바라보도록 합시다. 그 물건에 새겨진 우리의 추억들을, 우리의 이야기를 바라보도록 합시다.

   오늘 참된 ‘우리 집’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참고 : 성사'(聖事)는 말 그대로 '거룩한 일'이라는 뜻, 특히 우리말 '성사'는 라틴말 '사크라멘툼'(sacramentum)에서 왔는데 이 라틴말은 '비밀스러움' '신비'를 뜻하는 희랍 말 '뮈스테리온'(μυστηριον)을 번역한 말입니다.>


   

                                    *우리 집, 수채화물감, 종이 35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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