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성능 해치백 벨로스터 N은 올 7월 생산 중단 및 단종을 앞둔 시한부 신세다. 2011년 비대칭 3도어라는 실험적인 레이아웃과 스포츠 컨셉으로 출시되어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2020년까지는 적게나마 꾸준한 수요가 유지되었다. 하지만 작년 아반떼 N 출시 이후로 판매 부진에 시달려왔고 결국 후속 모델 없이 아반떼 N에게 자리를 양보하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현대차의 심상치 않은 테스트 모습이 목격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외신 카스쿱스(CarScoops)에 따르면 지난 13일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 인근 되팅어 회헤(Döttinger Höhe) 호텔 앞에서 벨로스터 N 테스트카가 포착되었다. 전반적으로 현재 판매되는 벨로스터 N과 유사한 모습이지만 여러 부분에서 주목할 만한 차이점이 확인된다.
추가된 주유구
고전압 스티커
가장 먼저 주유구가 눈에 띈다. 기존의 원형 주유구 옆에 못 보던 사각형 뚜껑이 새롭게 자리 잡았다. 임시로 부착된 형태가 아니며 일반 주유구처럼 완전하게 마감된 느낌이다. 쿼터 글라스에 붙은 스티커도 중요한 단서다. 전기 플러그가 그려진 심볼과 함께 'Fahrzeug mit Hochvolttechnik(고전압 기술이 적용된 차량)'이라는 문구가 있다.
235/35 R19 사이즈 순정 타이어를 신은 19인치 휠 역시 생소한 디자인이다. 림 가장자리와 스포크 전면을 가공해 스포티한 느낌이지만 자세히 보면 스포크 사이 공간이 대부분 막혀 있는 에어로 타입이다. 브레이크 냉각보다는 공력 성능에 집중한 디자인으로 회생 제동을 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전동화 모델에 많이 적용된다.
추가 냉각 부품
고성능 PHEV?
앞범퍼에서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현행 벨로스터 N의 경우 앞범퍼 양쪽 에어 인테이크가 막혀 있어 냉각에 활용할 수 없고 단순 디자인 요소에 불과하다. 하지만 테스트카의 에어 인테이크는 뚫려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소형 라디에이터로 보이는 부품이 장착되어 있다. 엔진뿐만 아니라 추가로 냉각할 부품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쯤이면 퍼즐이 대략 맞춰진다. 카스쿱스 등 외신은 포착된 벨로스터 N이 고성능 PHEV 파워트레인 테스트뮬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쉽게도 사각형 뚜껑이 열리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고전압 스티커의 존재로 보아 전기 충전구일 가능성이 크다. 스포티한 디자인의 에어로 휠과 PHEV 배터리 냉각용으로 보이는 추가 라디에이터가 가설에 힘을 싣는다.
예정대로 단종
N 미래 기대
결국 해당 차량은 파워트레인 개발용 테스트뮬이며 벨로스터 N은 예정대로 단종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대 N 모델 중 EV에 이어 고성능 PHEV 등장 가능성에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실제로 알버트 비어만 전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은 지난 2019년 CES에서 PHEV 출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국내 언론 대상 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 내연기관이 종말을 맞더라도 N 브랜드는 EV, PHEV 등 친환경 모델을 통해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를 지속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미래의 N은 어떤 방법으로 우리에게 운전 재미를 선사할지 상상해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