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며칠 전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던 중 옆에서 같이 좌회전하던 차량과 접촉사고가 날 뻔했다. A씨는 본래 주행하던 차로에서 이어지는 유도선을 준수했지만 상대 차량이 안쪽으로 파고들며 아찔한 상황이 펼쳐진 것. 때마침 상황을 인지하고 감속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게 발견했으면 억울하게 사고에 휘말릴 뻔했다. 이후 A씨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할 때마다 주위 차량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한국 운전자 대부분은 한 번쯤 이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좌회전 곡률은 우회전보다 큰 만큼 운전자마다 그리는 궤적이 조금씩 달라 유도선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좌회전한 도로의 반대편 1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인 차량과의 충돌을 예방해주기도 하며 좌회전 차로가 여러 개 있는 교차로에선 그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런데 왜 많은 운전자들은 좌회전 유도선을 지키지 않는 걸까?
신호 끊기기 전 돌거나
쏠림 현상 줄이기 위해
좌회전 차로를 타고 교차로에 진입할 때 충분한 감속은 필수다. 하지만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않았거나 좌회전 신호가 끊기기 전에 통과하려고 무리한 속도로 진입한 경우 유도선을 따라 돌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원심력을 줄이기 위해 안쪽 차로를 침범하거나 바깥쪽 차로로 벗어나는 운전자들이 종종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꼭 고속으로 진입하지 않았더라도 단지 좌회전 시 몸이 쏠리는 느낌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유도선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모두 상대 차량을 위협하는 이기적인 행위이며 직진 중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옆 차로를 침범한 것과 같은 상황인 만큼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유도선을 침범한 차량에 높은 과실이 주어지게 된다.
잘못 그려진 유도선
좌회전 후 사고 나기도
한편 운전자가 아닌 유도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좌회전 유도선은 차량이 움직이는 궤적에 맞게 완만한 곡률로 그려져야 하지만 의외로 많은 교차로의 유도선이 실제 차량 움직임과는 괴리감이 있다. 좌회전 코너 중간 부분까지는 완만하다가 끝에 가서 급격히 꺾이는 유도선은 예사며 반대로 처음부터 날카롭게 꺾인 유도선도 간혹 볼 수 있다.
이 경우 좌회전 유도선에 가까스로 따라 돌더라도 좌회전 이후 본선으로 들어갈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유도선 궤적이 끝에서 꺾여 있는 경우에는 이에 맞춰 본선으로 진입하며 갑작스럽게 방향을 꺾게 되어 승차감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안쪽에서 같이 좌회전하던 차량이 본래 주행하던 차로가 아닌 바깥쪽 차로로 이탈하며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보험 사기 사례
방어 운전 필수
좌회전 유도선 침범 차량을 표적으로 고의 사고를 내는 보험사기 사례도 종종 보도된다. 작년 12월에는 경기 안양시에서 66건의 고의 사고를 내 3억 3천만 원의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단이 검거되었으며 재작년 9월에는 인천에서 동일한 수법으로 26차례 고의 사고를 낸 10~20대 5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로 인해 최근 서울 시내 일부 교차로에 '노면 색깔 유도선'이 도입되기도 했다.
운전자의 의식 수준이 가장 중요하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방어 운전도 필요하다. 좌회전 시에는 반드시 자신이 주행하던 차로의 유도선을 따라가고 어느 한쪽으로 붙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좌회전 차로가 여러 개인 경우 양쪽 차로에서 좌회전 중인 차량의 움직임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좌회전 후 본선에 합류할 때 역시 유도선과 이어지는 차로로 진입해야 하며 이때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