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산차들은 예전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로 상품성이 좋아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해외 유명 브랜드와의 비교 평가에서 우위를 차지했다거나 올해의 차로 국산차가 뽑혔다는 소식은 이제 낯설지 않을 정도다. 불과 20여 년 전 자동차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에서 국산차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떠올려 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모터스포츠 무대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는데, 여기서 얻은 기술을 고성능 라인업에 꾸준히 적용하는 모습이 기대를 더한다. 현재 판매되는 국산차들은 얼마나 진보된 동력 성능을 발휘할까? 0-100km/h 가속이 가장 빠른 국산차 10종을 함께 살펴보자.
이름만 '아반떼' N
전기차의 위력 '아이오닉 5'
현대 N은 BMW의 M,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와 같은 현대차의 고성능 디비전이다. 지난 2018년 벨로스터 N을 시작으로 입문용부터 본격적인 고성능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작년 출시된 아반떼 N은 2.0L 직렬 4기통 T-GDi 엔진이 탑재되어 최고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40kg.m를 발휘한다. 습식 8단 DCT가 전륜으로 동력을 전달해 0-100km/h 가속을 DCT 사양 기준 단 5.3초에 끊는다. 비록 가속 시간이 소폭 늘긴 하지만 운전 재미를 더하는 수동변속기 사양도 마련됐다.
아이오닉 5는 고성능 콘셉트가 아닌 일상용 전기차다. 하지만 출발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낼 수 있는 전기차 특성상 기대 이상의 가속력을 발휘한다. 현재 아이오닉 5는 배터리 용량과 구동방식에 따라 네 가지 파워트레인 조합이 마련된다. 이 중 가장 강력한 롱레인지 AWD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305마력, 최대토크 61.7kg.m를 발휘하는데, 0-100km/h 가속에 5.2초면 충분하다. EV6 롱레인지 및 GT 라인 AWD 사양도 동일한 성능을 낸다.
모두가 인정한 GV70
3대가 공동 4위
제네시스의 후륜구동 기반 중형 SUV GV70는 높은 디자인, 품질 완성도로 호평받고 있다. 2.5L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과 3.5L V6 터보 가솔린, 2.2L 직렬 4기통 디젤 등 세 가지 파워트레인이 탑재되며 모두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가장 강력한 3.5L 터보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kg.m를 바탕으로 0-100km/h 5.1초의 놀라운 가속 성능을 발휘한다. 2.5L 터보 가솔린은 6.1초, 2.2L 디젤은 7.9초로 크게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기아 스팅어 GT와 제네시스 G80 스포츠, G80 전동화 모델은 각각 다른 파워트레인을 갖췄지만 공동 5위로 랭크됐다. 스팅어 GT는 최고출력 373마력, 최대토크 52kg.m를 내는 3.3L V6 터보 가솔린 엔진, G80 스포츠는 380마력, 54kg.m의 3.5L V6 터보 가솔린 엔진, G80 전동화 모델은 합산 370마력, 71.4kg.m에 달하는 듀얼 모터가 탑재된다. 세 모델 모두 0-100km/h 가속에 4.7초가 소요된다.
포르쉐 잡는 G70
또 등장한 GV70?
제네시스 G70 3.3 터보 모델은 현재 판매되는 국산 내연기관 모델 가운데 가장 빠르다. 스팅어 GT와 동일한 엔진이 탑재되어 최고출력, 최대토크도 같지만 차체 크기가 더욱 작고 공차중량도 약 50kg 가볍다. 그 결과 0-100km/h 가속을 스팅어보다 0.2초 빠른 4.7초에 끊을 수 있다. G70 3.3은 고성능을 인정받아 고속도로 암행 순찰차로 활용되는데, 시속 260km로 달리는 포르쉐 911 GT3 과속 차량을 붙잡아 모두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제네시스 GV70는 다시 한번 순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내연기관이 아닌 전동화 모델인데, 3.5 터보 모델보다 훨씬 빠른 가속 성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77.4kWh 배터리팩과 215마력, 35.7kg.m를 내는 모터가 앞뒤에 탑재되어 합산 최고출력이 435마력, 최대토크는 71.4kg.m에 달한다. 여기에 일시적으로 최고출력을 489마력까지 올려주는 부스트 모드가 적용되었는데, 이를 활성화할 경우 0-100km/h 4.2초라는 가공할 가속력을 자랑한다.
부스트 모드 달린 GV60
국산차 최강 EV6 GT
2위도 전기차가 차지했다. 제네시스의 첫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 GV60는 GV70 전동화 모델과 동일한 77.4kWh 배터리가 탑재되나 모터 구성에 따라 세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나뉜다.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 모델의 경우 합산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1.7kg.m로 GV70 전동화 모델보다 낮지만 부스트 모드를 활성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0초 동안 490마력, 71.4kg.m를 뿜어내며 0-100km/h 가속은 단 4초에 끊을 수 있다.
현행 국산차 가속성능 끝판왕 타이틀은 기아가 거머쥐었다. 지난달 판매가 시작된 EV6 GT는 본격적인 고성능 모델로 국산차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파워트레인과 고성능 특화 사양으로 가득하다. 듀얼 모터 합산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75.5kg.m를 바탕으로 0-100km/h 3.5초, 최고속도 260km/h의 슈퍼카급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얼마 안 가 1위 타이틀을 빼앗길 것으로 보인다.
가속력 끝판왕 또 나온다
아이오닉 5 N 내년 출격
현대 N 브랜드의 첫 전동화 모델로 아이오닉 5 N이 내년 상반기 출시된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모델인 만큼 정확한 제원 정보는 알려진 바 없으나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수석 기술 고문에 따르면 합산 최고출력이 580~620마력 사이가 될 것으로 전해진다. 고성능 디비전 N 뱃지를 달고 나오는 만큼 결코 EV6 GT보다 낮지 않은 스펙을 갖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GV60 퍼포먼스와 EV6 GT에 앞서 적용된 드리프트 모드 역시 빠지지 않으며 모터스포츠 감성을 담은 'N 사운드 플러스' 기능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N 데이 2022에서 '롤링 랩' RN22e를 통해 선보인 가상 변속 시스템 'N e-시프트' 등 다양한 고성능 특화 기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